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희 Mar 26. 2020

미치도록 혼자 있고 싶은 당신에게

19호실로 가다 / 도리스레싱

<19호실로 가다>

-도리스 레싱-

문예출판사


엄마로 살아가는 일을 겪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되지 못하는 일상에서 겪는 피로감을 

표현할 언어가 없음에 혼란과 불완전함을 맞이하는 우리입니다.

저도 아이들이 있기에 행복하나 순간순간 혼자 있기를 원했습니다.

그 마음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돌볼 시간임을 이제는 잘 알고 있어요.

수전이 만든 '엄마의 방'과 그녀가 찾아간 '19호실'은

그토록 원하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일 거라는 위로

함께 살지만 남녀라는  불완전한 엇박자에도

다시 한번 공감을 하고 말았습니다.

소름돋는 작가, 도리스 레싱입니다.


첫 구절

"이것은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가 끝나도 이 말은 여전히 의미심장합니다.



맨 꼭대기 빈 방에 '개인 시간! 방해하지 말 것!'이라고 적힌 마분지가 붙었다. 식구들과 파크스 부인은 이곳이 '엄마의 방'이며, 엄마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권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매슈와 아이들은 엄마가 해주는 일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진지한 대화를 여러 번 나눴다. 수전은 처음에 남편과 장남 해리가 나누는 대화를 언뜻 들었을 때, 짜증이 올라오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이 커다란 집에서 그녀가 자기만의 방을 하나 마련하는 일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인가? 이렇게 엄숙하게 토론해야 될 일인가? 그냥 수전 본인이 "이제부터 맨 꼭대기의 작은 방을 내 방으로 꾸밀 테니까, 내가 그 안에 있을 때는 방해하지 마. 집에 불이 난 것이 아니라면"이라고 선언하면 안 되나? 이렇게 진지하게 오랜 시간 토론할 것이 아니라, 그런 선언만으로 끝낼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해리와 매슈는 파크스 부인과 함께 들어온 쌍둥이에게 자기들의 토론 결과를 설명해 주었다. "그래, 여자가 가정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때가 있어."  수전은 이 말을 듣고 곧바로 정원 끝까지 가서, 혈관 속을 악마처럼 들쑤시는 분노를 가라앉혀야 했다.  -19호실로 가다, p30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