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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열음 May 09. 2019

맞벌이 부부 육아 독립기, 우리의 하루(3)

반짝반짝 빛나지 않아도 괜찮아, 살아내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걸

6시에 일어나서 졸린 눈 비비며 엄마 준비할 동안 그림 그리고 책도 읽으며 기다린다. 아고아고. 일찍 나가는 아빠랑 굿바이 인사하자마자 “아빠 보고싶어.” 란다. 차가 막힐까봐, 그리고 일찍 퇴근하기 위해 7시에 카카오 택시를 불러놓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 같이 트렌치코트 맞춰 입은 날이라 둘 다 부은 얼굴로 기념샷을 찍는다. 택시에 타면 기사님들은 항상 하나같이 “아이고~ 너도 고생, 엄마도 고생, 살기 힘든 세상이다~”라고들 하신다.(멘트는 기사님들마다 다르지만 보통 이런 스토리)


회사 도착하면 7시 반쯤 되는데 아침 먹으려고 회사 식당에 간다. 수저랑 젓가락은 솔이가 들고 난 식판으로 둘이 먹을 양을 적당히 계산해서 음식을 담는다. 아침마다 숭늉이 메뉴로 나오는데 솔이가 밥 한 그릇 먹고 숭늉에 코 박고서 먹는다. 구수하단다. 너도 한식 스타일.


그러고 나서 2층 카페에서 책 2번 읽으면 8시, 솔이는 어린이집 굿바이하고 나는 일하러 사무실로 간다.

정해진 근무 시간에 업무를 끝내려면 정신이 없다. 4-5시쯤 솔이를 찾고 집에 간다. 6시에 찾으면 어린이집에서 저녁도 먹지만 6시면 퇴근 러시아워라 차가 막힌다. 퇴근 10분 전 솔이 만날 생각에 두근두근한 가슴을 안고 솔이 층을 누른다. 육아가 마치 연애하는 것 마냥 솔이와 8시간 만에 만나는 이 순간만큼은 그렇게 떨릴 수가 없다.


집에 와서 저녁 먹이고 씻기면 8시고 아빠와 놀다 곧 잠에 든다. 지금은 둘이 분리수거한다고 나갔다. 분리수거하러 나간다는데 신발 신는데만 1분이 넘게 걸린다. 아효, 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박스를 들고 뒤뚱뒤뚱.


하루하루가 멋지고 감동적이고 의미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현실은 곤하고 뭐 그렇다. 그렇다고 매 순간이 곤한 것은 아니니까. 주어진 시간, 해석하려들지 않고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주어진 대로 사는 자체도 대단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알아도 그게 잘 안 될 때가 있지만. 삶이란 게 꼭 반짝반짝 빛나지 않아도 된다, 살아내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임을 되새기려 애쓴다. 내일도 힘내보자 강이리랑 쇼리~ 그리고 한국희~ (20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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