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열음 May 11. 2019

나는 헷갈려서 얼만큼 사랑하는지도 말 못 해

이 말이 내 마음을 후벼 판다.

“엄마 나는 헷갈려서 내가 엄마를 얼만큼 사랑하는 지도 말 못 해.
스물이 백보다 큰 줄 알았어. 그래서 엄마를 스물만큼 사랑한다고 했지 뭐야. 아빠가 말해줘서 알았어. 스물은 요만한 거고, 백은 이~만한 거래. 내가 잘 몰라서 말 못 했어. 내가 엄마 백만큼 좋아하고 사랑해. 나 이제 알겠어.”

헷갈려서, 십/백 단위의 숫자를 잘 몰라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는 아이. 자기는 그런 사람이라는 아이. 많이 사랑은 하는데 그걸 표현할 말을 몰라서 못했다는 아이의 말.

‘내가 헷갈려서 말을 못 했다’라고. 그 솔직함이 내 마음을 깊게도 후벼 판다. 날 것의 표현, 나는 따라할래야 따라 할 수도, 생각도 할 수 없는 마음과 말.

자기 마음 표현하는 일도 어려운 아이들. 아프면 혼자서 병원에 갈 수도 없고, 나쁜 일을 당해도 신고할 줄도 모르고, 어른들의 팍팍한 삶 속 쌓인 짜증들을 하수구처럼 받아내면서도 그게 자신의 잘못으로 아는 아이들.

아, 잘 지켜야지. 내 소유물인 양 육아서적 보고, 매뉴얼대로 내 욕심으로 잘 키워내는 거 말고. 홀로 설 수 없는 약한 존재, 내게 허락된 이 아이들을 잘 지켜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좋은 부모 이전에 좋은 어른이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래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맞벌이 부부 육아 독립기, 우리의 하루(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