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arth is evil.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꾼다

by 한시영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꾼다, 라고 하면 ‘순진한 소리 하네’라는 반응이 나와요. 하지만 전없세(전쟁없는세상) 활동가로 일을 하면서 세상의 조롱과 비난에 맞설 수 있는 언어를 만난 게 의의가 있었어요.” – 활동가 쭈야


“비폭력운동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이나 상상력이 부족했는데 비폭력운동이라는 것이 허황된 시나리오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어요. (중략) 알지 못하는 것은 느끼지 못하거든요. 알지 못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것처럼요. 각 나라의 점령세력에 대한 비폭력 운동들이 책에 나와있는데, 점령세력이 현지주민의 협조 없이는 통치할 수도 없겠더라구요. 어떤 방식으로 저항을 해나가면 좋을지 전없세 유튜브에 있는 그 영상들을 학교에서 평화교육처럼 학생들에게 틀어주면 좋겠어요.” – 은유작가


“인식도 실천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학교에 가서 미등록 이주 아동,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쓴 책으로 강의를 하면 아이들이 “이제 뭘 해야 해요?” 라고 제게 물어요. 그러면 이걸 친구들에게 알려주라고 말하죠. 무지에서 혐오가 나오니까요. 그리고 돈을 벌게 되면 꼭 시민단체에 가입해, 라고 덧붙입니다. 세상문제에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는 많은 문제가 일어나는데 내가 생업에 종사하며 일하느라 잘 모르고 깊게 파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공부하고 나서주고 싸우기 때문에 꼭 후원하란 말을 덧붙여요. 전없세도 후원 부탁드려요(웃음)” – 은유작가


“비폭력운동이란 전쟁이 발생하기 전에 그 징후를 발견하여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활동이에요. 이 운동은 엄청나게 스펙트럼이 넓기도 합니다.” – 활동가 오리


작년 ‘집단학살일기’라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단학살에 대한 책을 읽었다. 책을 읽은 후의 나는 그 전과 같지 않았다. 저 먼 곳에서 벌어지는 그 폭격이 꼭 내 마음에 벌어지는 듯 괴로웠으니까.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되었다는 기사를 본 날은 한없이 울적해졌고 그것을 방관하는 국제 사회에 한국이 그리고 그 안에 내가 속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언제라도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 이 세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구 종말을 앞두고 영화 ‘멜랑콜리아’의 여주인공이 말한 대사를 떠올리며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The earth is evil. we don‘t need to grieve for it”


무엇보다 한쪽에서는 폭격으로 집을 잃고 아이를 잃고 부모를 잃고 친구를 읽는 와중에 사무실에 출근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내려 먹는 내 모습을 볼 때의 그 자괴감과 괴리감. 그것에 젖어 자주 비관하고 화가 나 있을 때 이 북토크를 알게 되었다. 30분 전까지 사무실에 앉아 보고서를 쓰며, ‘~로 인해’가 나을 지 ‘~로 의해”가 나을 지, 보고서에 쓰일 그 단어들 속을 배회하다가 급하게 피씨를 끄고 도착한 북토크. 그곳에서 지금 당장 먹고 사는 데 도움은 되지 않지만 꼭 필요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들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들으러 온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 끼어 있는 것은 내게 한없는 안도감을 주었다.


북토크 말미에 패널들과 관객들과의 자유로운 대담이 오가는 시간들 속 어떤 한 분의 대답이 잊혀지지 않아 기록으로 남겨둔다.


“사회 문제가 누군가에게 주는 그 슬픔, 그 감정이 괴롭다고 하셨죠? 저는 활동가입니다. 사건과 그 사건과 연루된 사람들을 만나며 숱한 슬픔을 마주쳐요. 지금 질문하신 분이 슬퍼하신다는 것은 슬픔이 당신께 말을 걸어오는 것이라 볼 수 있어요. 그 슬픔이 내게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분노를 일으키는 지 따라가보시면 좋겠어요. 슬픔이란 것이 강한 건데 그래서 외면하고 싶어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일 없는 것처럼 사는 게 아니라, 그 슬픔에 반응한다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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