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도달할 수 없는 사랑이란

영화 <봄밤>

by 한시영




삶이 마음 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명제를 품고 사는 이들이 결코 닿을 수 없는 영화. 삶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가혹한 시간을 살아낸 사람들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 또한 닿을 수 없는 영화.


절망과 절망이 만나 바닥을 구르고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몸들이 서로를 사랑이라 부르는 저 장면은 결코 아무나 닿을 수가 없다. 관절에 퍼진 염증이 심해져 더이상 걸을 수 없는 수환이 영경에게로 향한다. 애타게 주저없이 흙바닥에 다리를 끌고 기어가 결국 영경에게 도달한다. 며칠 간 술에 취해 몸에서는 술냄새와 악취가 났을 영경의 몸을 수환이 안는다. 근육이 모두 빠진 수환의 약한 몸이 영경을 감싼다.


술기운이 몸에서 빠지자 밀려드는 오환과 구토에 괴로워하는, 알콜 섬망에 시달리는 영경이 수환에게 말한다. 딱 하루만 다녀올게. 안 나간다는 말은 못해. 딱 하루만.


그리고 이삼일이 지나도 영경은 오지 않는다. 오지 않는 영경을 수환은 기다린다. 사랑을 저버리지 않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랑을 저버리지 않는 마음은 무엇인가. 비록 오지 않는 것을 알아도 그가 다시금 절망에 삶을 내어주어도 나는 너를 기다린다는 마음인가 혹은 결단인가.


늦은 겨울 터져버린 꽃망울을 보며 울음을 터뜨리는 영경의 모습이 누군가와 닮아있다. 나갔다 올게. 저녁 6시까지는 꼭 올게. 그녀를 기다렸던 나의 마음도 사랑이었을까. 기다릴 수밖에 없어서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 아이의 마음일까.


두 존재가 바로 서서 기대는 형상을 한자로 옮긴 것이 사람인, 무릇 사랑이란 두 사람 모두가 바로 설 수 있어야 한다는 사랑에 대한 당위를, 말과 글로 배운 이가 도달할 수 없는 영화가 바로 이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