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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내가 마음에 들거든요

공동육아 어린이집 3년차

by 한시영


아이가 다섯살 때 다니던 어린이집을 옮겼다. 이사와 함께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옮긴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예민하고 겁이 많은 아이. 자극을 불편하게 느끼는 아이.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어려워하는 아이는 그 어린이집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교사 한 명에 열 네명의 다섯살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교사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평소보다이르게 하원을 하러 갔는데 불꺼진 방에서 아이가 울고있는 모습을 보았다. 우는 아이를 달래주지 않는 어른.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 속의 교사들. 아동 대 교사의 높은 비율과 과중한 페이퍼 업무로 지친 교사들.


내 아이에게 맞지 않는 곳이라 생각했다. 곧바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입소하기로 결정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조합원 생활과 조합비와 같이 고려 사항이 꽤 많았다. 하지만 어둑한 교실 안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보자, 다른 건 중요해보이지 않았다. 아이가 좀더 편안한 환경에서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여유가 있는 어른들과 유년기를 보내면 좋겠다는 것이 다였다. 나의 개인 시간이 줄어들고 돈이 좀더 든다고 할지라도 아이가 더 웃었으면, 아이의 불안을 껴안은 어른들이 있는 곳이라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입소를 며칠 앞두고 아이의 담임교사가 될 분과 함께 카페에서 미팅을 한 날. 아이가 어떤 성향이고 특징을 가졌는지 시켜놓은 커피가 식어 차갑게 된 이후에도 얼마 더 미팅이 진행됐다. 내 아이에 대해 이렇게 궁금한 것이 많은 어른을 만나본 적이 있던가. 그녀의 끝없는 질문에 답변을 하느라 목이 말랐어도 힘들지 않았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나의 아이에 대해 묻는 그녀에게 더 말하고 싶었다.


“저도 아이를 공동육아로 키웠어요. 공동육아를 처음 시작하느라 걱정도 많으실텐데 너무 걱정마세요. 적응은 아이 기질을 고려할 때 천천히 진행할게요.

터전의(공동육아에서 ‘어린이집’을 지칭) 모든 교사분들과 아마(아이들의 엄마아빠) 분들께 현이의 입소를 공유할게요. 아무래도 남자 어른을 무서워하니 아이들 아빠분들께는 하원할 때 과도하게 새로온 친구라고 해서 인사하지 말라고 말씀도 드려놓고요.”


첫 날 나와 함께 등원해 내 무릎 주위만 맴돌던 아이가 점점 반경을 넓히더니 내 발 끝에서 교실 안, 내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다니며 탐색을 했고 이곳의 아이들과 말을 주고 받았다. 예상과는 다르게 삼일 만에 적응을 한 아이는 자기 전날 밤 늘 터전 가는 날을 기다리는 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터전 바라기가 된 아이가 올해 일곱 살이 되었고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조합원 생활은 시간과 마음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 중 교사들의 연차에 맞춰 일일 교사가 되는 경험은 내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 아이만 이러는 줄 알았는데 저 아이도 똑같잖아? 발달 상의 자연스러운 단계네.

저 친구는 이런 환경을 불편해 하는 구나. 이건 우리 아이와 다르네.


그렇게 아이들과 살갗을 맞대며 좋고 나쁨 혹은 잘하고못하는 것으로만 나눌 수 없는 고유함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밤톨, 수수, 흰구름, 바람’처럼 교사와 아마들이 서로를 별명으로 부르는 것은, 상대를 학부모나 보육 서비스 종사자로 고정시키지 않도록 했다.


내 아이를 돌봐주는 선생님이지만, 그것 너머 한 존재로 교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매달 방모임을 하며 갖는 소통은 공동육아를 통해 만들어진 또다른 우정의형태였다.


이곳에서 각자가 가진 특징과 이야기들은 달라도 그래도 아이에게 더 편안하고 안전한,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아마들과 만난다. 아이를 기르며 매일 부딪히는 어려움을 편하게 나누며 위로를 받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게 양육자들만의 몫이 되버린 이 사회. 아이들의 성취가 곧 부모의 성취라 말하는 사회 속에서이곳에서 아이를 기를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모른다. 아이들이 지내는 공간을 아마들이 직접 가꾸고등하원 하며 터전 안에 들어와 내 아이가 누구와 어떻게 노는지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개방적이고 사랑이 담긴 이 공간에서 아이와 내는 함께 자랐다.


다른 유치원이나 기관을 갔었더라도 아이는 아이 나름의 속도대로 잘 자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 우리어린이집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아이가 즐거웠을까? 아이와 나 모두가 안심이 되는 공간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우리 사회는 자꾸만 육아를 결과로 말한다.

훗날 아이가 어떤 학업 성적을 보이는지 어떤 영역에서뛰어난 지, 혹은 어떤 대학에 갔는지.


아이를 키우며 꽤 많은 불안과 불행이 여기서 오는 것은 아닐까. 육아는 결과로 말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 아이가 낸 성취나 결과보다는 아이와 내가 그리고 그 시기를 함께 했던 이들과 애쓰며 지내온 시간과 그 과정에 엤다는 것. 육아를 결과로 증명하려는 순간, 우리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쏟는 모든 유무형의 것들이 투자가 되고, 내 아이의 친구들은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나는 우리어린이집에서의 내 모습이 참 좋다.


내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에게 시선을 돌리고 그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등에 매달리는 아이들을 간지럽히는 순간. 그러면 꼭 내가 괜찮은 어른인 것만 같으니까.


이곳이 내게 주는 안전하다는 감각, 내 아이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자산이며 앞으로도 내가 평생 기댈 어떤 기둥이다.


아이를 키우는 많은 이들이 아이와 함께 이 고된 사회를 살아가며 기댈 기둥, 야금야금 꺼내어 먹을 추억이 있다면 좋겠다. 그러기에 우리어린이집이 정말 좋은 곳이란 걸 온 마음을 다해 힘을 주어 이야기하고 싶다.


현아 너는 터전하면 생각하면 무슨 느낌이 들어?

좋은 느낌이 들지

왜?

놀잖아. 그리고 재미있잖아.

어떤 게 재밌는데?

친구들이랑 노는 거. 그런 게 그냥 다 좋아. 선생님도 착하고.

엄마도 거기 다니고 싶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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