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이 약손

by 한시영

하루 종일 부은 목 때문에 힘들어하던 아이가 저녁이 되자 아픈 목이 더 칼칼한지 마른기침을 해댄다. 결국 짜증이 터져 집안 곳곳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엄마가 밉다나.. 급기야 눈물까지 보인다. 어르고 달래 잘 준비를 마치고 함께 침대에 누웠지만 어째 쉬이 잠들지 못한다.

“엄마 손이 약손, 엄마 손이 악손. 목아 아프지 말아라. 배야 아프지 말아라. 다리 아프지 말아라. 엄마 손이 약손.”

노래에 맞춰 아이 몸을 만져주니 눈꺼풀이 두 눈망울을 슬그머니 덮는다.

‘엄마 손이 약손’

아이가 아프지 말라고 부르는 이 노래랑 손짓이 어째 아이의 몸보다 내 마음에 약이 된다.

저 문장을 들으며 아이는 몸에 힘을 빼고, 엄마 손이 약이 된다는 그 말에 마음을 놓으며 잠이 들었다.

내게 저 작은 몸을 맡기고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이 아이에게만큼은 내가 전지전능한 존재 같아 으쓱하다. 동시에 나에게도 저런 노랠 불러주던 따뜻한 존재가 떠오른다.

엄마보다 할머니와 함께 잠이 든 날이 많았다. 아플 때 내 곁을 지킨 것도 할머니였다. 열이라도 오르는 날이면 할머니는 차가운 손으로 내 이마를 덮었다. 아침이면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손녀딸의 등을 긁어줬다. ‘딱한 우리 손주’ 하시며 거친 손바닥이 여린 살갗을 스칠 때면 시원해지는 그 느낌에 다시 옅은 잠에 빠지다 깨길 반복했다.

나는 이제 커서 누군가에게 약손이 되었다. 동시에 이제 내 등을 어루만지며 약손이 되었던 그 존재는 시간 앞에서 한없이 무너지고 약해져간다.

아이가 잠든 지는 한참이 지났지만 그 침대 곁을 떠나지 못하고 되내인다. ‘엄마 손이 약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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