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고 싶은 마음

지나칠 수 없는 마음이 며칠간 나를 붙잡는다.

by 한시영

삶의 방식과 태도는 몸에 깊숙한 흔적으로 남는다. 언제나 그것이 새겨진 채로 살아가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겨져가고 있다. 그렇게 살아온 난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지난 며칠간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올라왔고 그걸 마주하니 힘이 들었다. 나를 드러내고 다른 이에게 인정받아봤자 그것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을 안다. 오히려 그 마음 때문에 더 비참할 것을 아는데도 자꾸만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 내가 싫어졌다가 가여워졌다가 오락가락함을 반복했다.

나.. 막 칭찬받고 싶었나 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라 여겨지고 싶었는지 나의 옛날이야기를 한다. 말을 할수록 목소리도 표정도 상기된다.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서였을까.

눈비 막아줄 지붕 하나 없이, 그 어린 시절을 지내며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지금 누리는 이 모든 것이 내 치열한 삶의 보상인 양 뿌듯하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했다.

늦게 시작한 공부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 대학에 간 것, 그래도 번듯한 직장에 들어간 것. 나은 환경에서 가족들과 살아가는 것. 사실 이런 팩트들 보다도 그런 결과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던 지난날들을 누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인 것 같다. 내가 혼자 얻었다기보다 과정 속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고 우연도 있었고 운도 있었는데, 어째 그런 건 작아 보인다.

인정받고 칭찬받고, 그래야 내가 좀 괜찮은 사람 같을 거란 그 마음이 이번엔 좀 오래간다. 육아휴직 중이라 그런가.. 내가 별 거 없어 보여 그런가.. 휴대폰 메모장에 인정받고 싶은 나의 모습들과 사건들을 기억해내고 써보았다. 그러다 보니 작은 자극 하나에도 소스라치게 놀랄 민감도를 가진 최근의 마음이 조금은 담담해지는 것을 느낀다.

“아, 나 아직 인정받고 싶구나. 내 존재 자체로 만족하고 살아갈 내적인 힘이 아직은 약하네. 내가 살아온 방식과 그를 통해 얻은 결과물로 인정받길 원하고 내 인생을 평가하고 있나 봐. 동일하게 다른 이들의 인생에 대해서도 나 자신에게 들이미는 잣대를 갖고 있겠지.”

내게서 자유로워져야 내가 보는, 그리고 나를 보는 타인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나 보다.

전에도 이런 마음이 올라오지 않은 것은 아닌데 그나마 차이가 있다면 타인에게 내 존재 가치를 확인하려는 마음이 좀 거북해졌다는 사실이다.

인정받음으로써 행복해지려는 나의 모습에 이물감을 느낀다는 것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라도 행복을 얻으려 했지만 얻을 수 없던 지난 과거들이 내게 알려주는 신호일까.

하지만 자각했다고 해서 그 욕구가 없는 게 되는 건 아니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난 그 마음으로 계속 힘들거다. 그래서 서둘러 내면을 통찰하고 이 마음을 분석해서 인정받는 욕구를 없애고 싶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싶다. 초라해 보이는 마음들은 완벽하게 없애고 싶다. 그렇지만 그전에 먼저 내가 인정받고 싶다는 것을 인정하고 알아줘야겠다.


나는 그렇게 자라왔겠지. 존재 자체 보다도 무엇을 잘해야 칭찬받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키워졌겠지. 그러니 내 잘못만은 아니야. 어린 시절 그렇게 길러진 나는 내 몸과 마음에 새겨진 삶의 태도로 살아가는 것뿐이니까.

요 며칠 나를 휩싼 불안과 불안정감. 이 기분 나쁜 감정은 내 안의 어떤 부조화에서 올 텐데. 이 감정이 단순히 날 불편하게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아직 돌봐야 할 너의 마음이 있어. 다그치지 말고 아직 지켜봐 줘”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 같아, 왠지 모를 고마움을 느낀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불안이란 감정에게.

열일곱, 밤새 잠도 못 잔 채로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듣던 음악들. 흐르는 눈물을 삼키며 맞았던 버스 창가의 찬바람 냄새가 아직도 코끝에 남아있다. 찬바람과 함께 버스 창가에 쌓린 먼지가 같이 삼켜졌는데 그날 아침의 그 칼칼한 공기가 너무 선명하다.

나의 이 안됨, 불쌍함을 누가 알기나 할까. 참 기댈 곳이 없어 누르고 삼키고 참고.. 어린 나는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어른들은 많았으나 기댈 어른은 없던 열일곱 나의 세상.

어째 이 글은 끝마치기가 어색하다. 아직 진행형이라 그런가. 내 마음이 좀 더 평안해지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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