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구경

오밤 중에 하는 별구경이 이리 재밌을지 누가 알았나.

by 한시영

우리 아파트 단지는 동서 쪽으로 뻥 뚫려있다. 아파트의 동쪽은 산이라 시야에 건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창문 열면 산이랑 하늘뿐이다. 단지의 서쪽도 마찬가지로 건물이 없고 나무 몇 그루와 그저 하늘만 있다. 시야에 고층 건물이 없다는 것 자체로 덜 피로하다는 사실을 이사하고 나서 알았다. 그나저나 나침반도 없이 동서 구분을 어떻게 했냐면, 나름 논리가 있다. 해가 질 때가 되면 서쪽이라고 추정하는 단지 왼편에서 눈도 뜰 수 없을 정도로 해가 비춘다. 저녁이 되면 노을도 그쪽에서 생긴다. 그러니 이쪽이 서쪽. 그 반대인 오른쪽은 동쪽. 마지막 논리는 우리 집이 정남향 집이라고 부동산 아줌마가 그랬으니 남쪽을 기준으로 왼쪽이 서 오른쪽이 동.

내가 말한 서쪽, 해가 지는 곳.

밤만 되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죽어라 우는 둘째를 재우러 오늘도 야밤에 밖으로 쫓기듯 나왔다. 오늘은 부쩍 추워져 미처 가리지 못하고 나온 목덜미가 찌릿하다. 밤에 자주 나오니 볼 건 없고 해서 하늘을 본다. 서울치곤 별이 정말 많다. 서울 변두리라 그런가. 오늘은 떠 있는 별 중 큰 것만 세었는데 얼추 30개가 넘었다.

노을 보느라 베란다에 한참을 서있었다.

그러다 반짝이는 별을 봤다. 진짜로 반짝이는 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트윙클 트윙클 리틀 스타~’ 노래만 불러봤지 별이 반짝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별은 빛을 머금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유심히 보니 내가 서쪽이라 추정하는 그 텅 빈 하늘에서 하얀 점 하나가 반.짝.반.짝. 그니까 빛을 냈다가 없앴다가 하는 거 아닌가. 중간 중간 이삼 초 간격으로 붉은빛도 냈다. 내가 붉은빛의 별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땐 가족과 산책 중이라 호들갑을 떨며 남편에게 별이 붉다며 말했던 적이 있다.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 가사 지은 사람은 정말 알았을까, 별은 진짜로 반짝인다는 걸.

게다가 저 별 주변이 심상치가 않다. 자세히 보니 달무리처럼 그 주변으로 뿌연 구름 같은 것들이 마구 움직인다. 이게 성운인가. 아, 난 천체 물리학자가 되었어야 했나. 추운 늦가을 아일 안고서 하는 별구경이 이리 재밌을지 누가 알았을까.

첫째 딸이 우주가 궁금하다 하여 함께 찾아본 영상에서 별은 태어나고 죽는다던데 저 별은 막 태어나려는 별일까 아니면 수명을 다해 무로 돌아가려는 순간일까. 붉은빛까지 내고 깜빡깜빡거리고 몸집도 큰 걸 보니 후자 같다. 그때 본 영상이 별에 대한 생각과 이해를 이리도 높여줄지 누가 알았을까.

언젠가 글쓰기 수업에서 원장님이 그랬다. 별을 보고 마음이 두근거리고 아린 이유가 있다고. 우린 별에서 온 존재라 그렇다고 하셨다. 성경 원어로 먼지가 바로 그 별의 먼지라고, 별의 일부로 만들어졌기에 하늘의 별을 보고 눈을 뗄 수가 없는 거라고. 괜히 우리가 별을 보러 가고 그것을 볼 때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고.

삶은 주어져서 살고는 있는데 나이 삼십에 어느새 애가 둘이다. 살아진 대로 살아왔더니 이렇게 되었다. 막 결혼을 해야지, 애 둘을 낳아야지,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진 것은 아닌데 이리 살고 있다. 남주와 여주가 썸을 타는 드라마를 볼 땐 너무 설레고 재밌어 죽겠는데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 삶은 좀 무료하기도 하고 그런 설렘이 없기도 하고. 재미가 없다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삶이 꼭 재밌어야 하나? 삶은 재밌어야 한다.라는 명제만 없다면 재밌지 않다고 별로인 인생은 아닐 거다. 그니까 나는 별로인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삶은 재밌지 않다 라는 명제를 믿으며 살아가야 한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별에서 여기까지 왔다. 아기띠 안에 안긴 아이를 겨우 재웠다. 내놓은 손이 시릴지라도 별을 보며 뭐라도 쓰고 싶어서 메모장 글쓰기 폴더에 적어 놓은 글을 들어와서 아일 눕히고 마무리한다. 내일은 운전연수에 첫 아이 하원에 떠올리기만 해도 피곤한 일들이 번쩍인다. 그래도 오늘 본 별 이야길 마무리 짓지 않으면 별 보고 아련해진 마음도 마침표 찍지 못할 것 같아 아이 놀이방에 숨듯 들어와 키보드 위 손가락을 움직인다.

내일도 그, 빨갛고, 번쩍번쩍 거리던 별이 있나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