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 뜨는 해, 서쪽으로 지는 해

나의 세계와 이 세상의 온도차

by 한시영

아이가 아팠다. 나아가는 중이지만 여전히 열은 잡히질 않는다. 아이가 아프면 나의 세상도 아프다. 잘 먹지 못하는 아일 바라보며 마음이 닳았고, 돌보느라 몸은 지쳤다. 어제 첫째를 데리러 가는데 이럴수가. 진짜 이럴수가. 나의 세계는 메마르고 아픈데 이 세상은 그대로잖아. 해는 늘 그랬듯이 똑같은 방향으로 지고 있었다. 내가 운전하는 쪽, 멀어져가는 햇살이 마지막 힘을 발휘라도 하는 건지 볕이 닿는 내 왼쪽 볼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나의 아이가 아픈데 그래서 난 이렇게 힘이 드는데 이 세상은 여전하다. 나의 세계와 이 세계의 온도차. 나는 이 세계에 속해있는데,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으로부터 느끼는 이 고립감. 뭐지.

동생은 아프지만 첫째 솔인 여느날 처럼 어린이집에 가고 일정한 시간에 집에 온다. 동생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엄마 품을 뺏겼다. 본인에게 오는 관심이 줄어 툴툴대긴 하지만 동생이 아픈 것과는 별개로 솔이도 솔이 나름의 시간을, 그의 세상을 살아간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이들을 떠올려본다. 생각만 해도 하늘이 무너질 일인데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 여전히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 그들의 세상이, 마음이 죽었지만 세상은 돌아간다. 그리고 일상은 유지된다.

당연한 이치인데 이 진리가 유난히 내게 파고든다.

어쩌면 세상은 여러 모순들이 합쳐 만들어낸 질서인가 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아도 나의 세상이 끝날 것 같아도 하늘은 여전하고 이 세계는 그대로라는 그 사실. 참 매정하다. 그런데 그 매정한 진리가 우리를 살아내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나의 세계가 끝날지라도, 이 세계는 지속될거다. 그렇다면 나는 어찌 살아야 하는가, 결국은 답도 없고 재미도 없는 이 질문으로 귀결이 된다.

오늘도 동쪽으로 뜨고 서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이 세계의 일부, 아주 작은 일부인 나와 나의 아이들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