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먹고 자라는 운명

부모라는 거름 위에서 자라 부모가 되어 자식들의 거름이 된다

by 한시영

내 젊음 어느새 기울어 갈 때쯤
그제야 보이는 당신의 날 들이
가족사진 속에 미소 띤 젊은 아가씨의
꽃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꽃 피우길

/ 김진호의 가족사진 가사 중.

나의 부모가 그랬듯 나는 나의 부모를 먹고 자랐다. 나 역시 엄마라는 운명을 타고나 엄마가 되어 나의 자식들의 거름이 되고 있다.

내 속에선 두 생명을 꺼냈고 그 자국은 나의 음부 위쪽 선명한 붉은 줄로 그어져 있다.

세상살이 내 맘대로 되는 것 아니라지만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 인생이라 믿었다. 하지만 내가 낳았어도 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식이란 존재를 갖고 보니 그저 주어진 시간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던져 지키고 싶은 존재들이 생긴 이상, 이 세상이 만만치 않아졌다.

이 아이들처럼 나 역시 어미 배를 가르고 나와 거름이 된 부모를 딛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하늘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나고, 때로 밥을 먹다 목이 메어 수저를 내려놓고 식사를 멈춘다. 자식, 부모라는 운명은 없어질 수 없는 내 배 윗 자국처럼 참 선명하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