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에게

by 한시영

6살 첫애가 학교 가는 상상을 한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이 떨리고 멀미가 난다. 아직은 어리기만 한 애가 학교 교문으로 들어가는 상상. 아직 학교에 가려면 2년이나 남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떨려한다.

나의 엄마도 그랬을까.

학교에 가던 첫 날. 엄마는 그날을 사진에 담아 남겨놓았다. 구두에 쫄바지, 본인 기준으로 예뻐 ‘보이는’ 옷들을 내게 입혀놓고 마당에서 기르던 개, 실버랑 사진을 찍었다. 머리는 요리조리 따고 마지막에 하나로 합쳐 한 갈래로 묶었다. 8살, 작디 작은 몸에 책가방은 뒤로 매고, 한손엔 조그맣고 하얀 실내화가 들었을 신발주머니를 들고 있다.

그저 별다른 생각없이 사진 속의 내 모습만 봐왔는데 이젠 그 딸을 사진 속에 담은, 사진기 셔텨를 누른 엄마의 마음으로 생각이 옮겨간다. 엄마도 그랬을까? 나처럼 멀미가 났을까? 어떤 기분으로 날 학교에 보냈을까.

3월의 찬바람을 맞으며 엄마와 손을 잡고 교문까지 갔던 기억, 키 순서대로 줄을 서서 번호를 매기는데 키가 작았던 나는 맨 앞에 섰던 기억, 엄마가 두번째 서있던 아이를 꼬셔 2번이 됐던 기억.

엄마는 자신 조차 돌보지 못했던 그런 사람이었잖아.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를 어떻게 키워냈을까. 어떻게 낳았으며, 어떻게 학교에 보냈고, 이렇게 길러냈을까. 엄마만 생각하면 ‘어떻게’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자라는 날 보며 불안에 한없이 흔들렸을거야. 이리저리. 물 주면 키가 쑥쑥 커버리는 강낭콩처럼 점점 커가는 게 아이가 두려웠을거야. 그만큼 키운 게 자랑스러우면서, 뿌듯하면서 한편으론 도망치고 싶었을거야. 나처럼.

나는 엄마의 기쁨이자 슬픔이야. 자랑이자 수치야. 설렘과 불안이야. 행복의 근원이며 외로움의 뿌리야. 봄이자 겨울이야. 여름이자 가을이고. 낮이고 밤이야. 나는 그렇게 엄마의 빛이자 어둠이야.

가장 소중한 존재는 가장 아픈 슬픔과 좌절을 가져오잖아. 사랑도 그렇잖아. 나를 가장 웃게 하는 이가 나를 제일 슬프게 해. 나 역시 그런 존재였겠지.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수치, 수치를 이기기 위한 합리화, 엄마 역시 뛰어넘지 못한 시대, 그 시대를 받아내며 살았겠지.

나는 기쁨과 슬픔.
설렘과 불안.
빛과 어둠.
행복과 외로움.
봄과 겨울.
여름과 가을.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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