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워지기가 그렇게 힘들다
오늘 아침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 기분을 맞춰주느라 말랑카우 두 개를 줬다. 캬라멜이나 사탕 같은 간식류를 거의 주지 않기에 말랑카우 두 개면, 황송하게 받아 껍질을 벗기고 입에 넣는다. 그러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발을 신고 씩씩하게 현관을 나선다.
저녁 식사 후 아이가 말랑카우를 가지고 놀다 먹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슬며시 껍질을 찢었다. “먹지마, 솔아. 오늘 두 개 먹었어.”라고 말했는데도 기어코 찢고 입속에 넣는 아이.
“너 말랑카우 두 개 먹었잖아. 먹지 말라는데도 먹었어? 앞으로 간식은 안 보이는 곳에 둘 거야.” 하며 혼을 냈다. 소리도 크게 질렀다.
아무래도 그 일이 맘에 걸려 이렇게 글로 남기는 중이다. 캬라멜 하나 먹은 거 가지고 그렇게 혼낸 이유가 뭐였을까?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아서 날 무시한 기분이 들었고, 정해진 간식을 초과해 먹었기에 내 컨트롤을 벗어니 계획이 틀어짐에 대한 짜증이 났고, 둘 데리고 저녁 먹이는데 가만있질 않는 둘째 때문에 혼이 쏙 빠진 상태였고, 간식을 안 보이는 데다 둔다는 말에 자극받아 울음이 터진 첫째가 감당 안 되는 마음들.
“으, 오늘 말랑카우 세 개나 먹었네? 낼은 먹으면 안 되겠다~~” 하고 넘어가면 좋았을걸 후회 중이다. 아이가 내 통제 밖으로 벗어날 수도 있잖아. 게다가 그게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라면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거고.
여유롭지 못한 마음과 내 맘처럼 되지 않는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못한 마음이 합쳐져 아이에게 필요 이상의 화를 냈다.
화를 자주 내는 편도 아닌데, 요즘 첫째는 내게 “음, 이 말을 하면 엄마가 화낼 것 같은데 해도 돼?” 라든지 “엄마.. 기분 나쁜 말 하고 싶은데..” 라든지. 그러면 세상 너그러운 말투로 “응- 뭐든 해도 돼. 괜찮아~”라고 말해주는데도.. 아이의 말에 즉각적으로 화를 낸 게 많은 것도 아닌데..
엄마의 기분, 태도, 표정 하나하나에 민감한 아이의 특성도 있겠지만, 아이의 말을 통해 나와 아이와의 관계를 되돌아본다.
아이의 부정적 표현이나 행동에 지나치게 반응을 한 것은 아닌지.. 그래서 본인의 일탈 행동을 아이 스스로 검열하고 옥죄고 있는지.. 아이니까 당연히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건 당연하잖아. 게다가 솔이는 정말 말을 잘 듣는 편이었고, 그랬기에 내가 아이의 부정적 행동이나 말에 다 격하게 반응하는 걸 수도 있단 생각도 들고.(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래? 이런 거..)
무엇보다 우리 첫짼 엄마에게 너무 잘 보이고 싶은가 보다. 엄마가 싫어하는 건 안 하고 싶은데 또 그걸 못 참겠는 6살 어린 아기. 눈치 보는 아기.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은 아기. 나도 그랬으니까.
근데, 그렇다고 아이가 내 눈치 보며 내 말 잘 듣는 아이로 크는 건 원치 않는다. 엄마가 좋아하니까 본인은 즐기지 못하면서 동생이랑 놀아주고, 싫어하는 음식 먹고, 눈치 보고 자기 검열하고... 그냥 너 자체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럴려면 우리는 널 너 자체로 대해야겠지.
맘이 복잡하니 글이 길어졌다.
하루아침에 나아지진 않겠지만..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도록.. 잘 살펴야겠다. 아이를, 그리고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