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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교선 Feb 21. 2021

남미 여행일지 2. 라탐항공 캔슬사건

20대 중반 남자 4명의 남미 배낭 여행기

낯선 유럽이다.

 

 파리 샤를 드골은 이미 밤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공사 중이었다. 다소 허름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이국의 공기는 알게 모를 설렘을 풍겼다. 그러나 설렘도 잠시, 스페인으로 가는 경유 편을 타기 위해 터미널로 달렸다. 혹여나 늦을세라 허겁지겁 뛰어갔다. 그래서 처음 와 본 프랑스 공항을 구경할 새도 없이 급한 마음과 함께 뛰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설렘과 기쁨이 흐르는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처음 가보는 공항인지라 다소 길을 헤맸으나 다들 해외여행 경험이 있어서 허둥대지 않고 침착하게 길을 찾았다. 다행히 늦지 않고 시간에 맞춰 도착하여 체크인을 마무리하였다. 한 친구의 티켓이 문제가 생겨 항공사 직원에게도 얘기하고, 예약한 사이트도 뒤져가며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썼다. 발권은 되었다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터미널을 향해 달려가며 찍은 공항의 전경

 

 스페인에서 남미로 가는 경유 편 문제가 우리 앞에 다가왔다. 스페인에서 남미라니. 코 앞에 두고 문제가 생긴 것이다. 우리는 적잖이 당황했고, 이게 없으면 남미에 입성은커녕 스페인 유럽여행으로 일정을 바꿔야 할 판이 되었다. 일단은 비행시간이 다가왔기에 하릴없이 불안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과 짧은 조우 후에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했다.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항공편이 결항되었다는 사실을. 남미로 가는 라탐 항공편 옆에 버젓이 CANCEL이라고 붉은 글씨로 적혀있었다. 두 눈을 의심했다. 시작부터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늘도 무심하셔라.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4명의 아해들은 공항 내 항공사 데스크로 찾아갔다. 시간은 새벽이었다. 주변에 머물 호텔도 구하지 못했다. 항공편은 또 어찌 되는 것인가. 마음은 급했고, 초행길은 어려웠다. 




 그렇게 헤매다 우여곡절 끝에 라탐 항공사 데스크를 발견했다. 


 이미 몇몇 고객들이 앞에 있었고 아마 우리와 같은 상황을 겪었나 보다. 직원들의 얼굴은 피곤에 찌들어 초췌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초췌한 건 우리도 마찬가지.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심야에 도착했더니 결항이라니. 우리는 상황 설명을 요구했고, 직원은 피곤한 눈이지만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근방 호텔로 안내해줄 것이며, 숙박비를 전부 보상하고 또 다음날 비행 안내 역시 도와주었다.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새벽공기는 시렸고, 바닥은 차가웠다. 우리는 셔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짐을 부친 두 친구의 배낭이 오지 않았다. 결항되면서 수하물이 중간에 붕 떴고, 심야시간이라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여 짐을 찾을 수 없었다. 다음날 새벽에 오면 찾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고 우리는 비슷한 처지의 페루 출신 아주머니와 호텔로 가는 셔틀을 기다렸다. 새벽 공기는 시렸고, 우리는 피곤에 절어 아무 소리 나 하며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둠을 헤치고 두 눈을 부릅뜬 셔틀이 도착했고 우리는 공항 호텔로 향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며 피로를 녹이고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무리했다.


계획이 첫날부터 틀어졌지만 별 수 있으랴. 그래도 내일이면 남미 땅을 밟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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