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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교선 Feb 22. 2021

남미 여행일지 3. 남미 땅을 밟다

20대 중반 남자 4명의 남미 배낭 여행기

 아직은 해가 뜨지 않은 새벽 6시


 졸린 눈과 함께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밤 사이 차가워진 공기가 아직도 서늘하다. 버스에는 이미 우리같이 오전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호텔에서 아침으로 준 도시락을 챙겨 들고 우리도 자리에 앉았다. 샌드위치와 사과, 간단한 스낵들과 음료수였다. 위장도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음식 생각은 없어서 음료수만 홀짝 마셨다.    


 공항에 도착했다. 여전히 잠에 취한 채 공항에 들어가 상진이와 성재의 수하물을 되찾고 게이트로 향했다. 오전이라 사람들이 없어 한적했다. 덕분에 출국 수속도 금방 마쳤다. 마드리드 공항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깔끔하고 넓었다. 하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게이트 앞은 허전했다. 손님이 없어서 텅 빈 면세점과 기념품점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 친구는 스페인 공항답게 레알 마드리드 기념품 판매점에서 물병을 하나 장만했다. 그리고 아침해가 떠오는 것을 보았다. 통유리로 된 벽 너머로 비행기들 사이에서 아침해가 떠올랐다. 타지 공항에서 일출을 맞이했다.


통유리 너머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소 지체되긴 했지만 남미로 향하는 여행이 재개되었다. 라탐 항공에서 이베리아 항공으로 바뀌었다. 이윽고 탑승이 시작되었다는 방송이 울렸고, 우리는 남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앉아서 이륙을 기다렸다. 이제는 주변을 둘러봐도 동양인이 훨씬 드물었다. 정말 낯선 곳에 왔다는 생각이 들자 낯선 정취가 느껴졌다. 안내방송도 이제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가 더 많았다.


 비행기는 슬슬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험난한 여정 끝에 남미 땅에 도착하게 된다. 기내식도 이제 밥은 없다. 오직 빵과 파스타뿐. 아침을 굶은 탓에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식곤증에 기대어 잠을 청했다. 그렇게 13시간을 날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경유 공항이라 오래 있을 수 없었고, 시내를 둘러볼 엄두도 내지 않은 채 공항만 둘러보기로 했다. 영어보다 더 많이 보이는 스페인어와 온통 낯설게 생긴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르헨티나 공항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중국어만이 다소 친숙했다. 그렇게 경유 항공편을 기다렸다.


남미의 땅으로 향했다.

 


아 리마! 리마!


 경유 항공편은 라탐 항공이었다. 이제는 정말 목적지인 페루 리마에 가게 된다. 비행기에 오르고, 자리에 앉자 기대감이 올라왔다. 집 떠난 지 벌써 40시간이 넘었다. 아 얼마나 길고 길었던가. 그렇게 우리는 어둠이 이미 내린 리마 공항에 도착했다.


리마에 도착할 무렵은 이미 저녁이었다. 도시의 야경이 우릴 반겼다.


 덥고 습한 공기가 다시금 남미임을 일깨웠다.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 인파를 뚫고 정찰제 택시인 그린택시를 잡았다. 시차적 응이 덜 된 데다 장시간 비행으로 지친 몸이라 이국의 정취와 여행의 설렘을 즐기기에는 힘들었다. 택시를 타고 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향했다. 낯선 언어들, 꽉 막힌 도로, 낯선 도시풍경과 사람들의 생김새 그리고 얼마를 달리자 나타난 도로 절벽 아래 리마 해변이 온통 새로웠다. 집들의 방범창살은 날카로웠고, 난폭운전을 하는 자전거도 더러 있었다. 리마의 첫인상은 역동적이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달려 한인민박 숙소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알바분이 친절하게 맞이해주었다. 그리고는 근처 환전소, 버스 티켓 판매소와 주변 관광지를 안내해주었다. 한 방에 두 명씩 들어갔다. 중저가 호텔 느낌이 들었다. 공용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었다. 1층에는 만화책들이 빼곡했다. 간단하게 짐을 정리하고 씻었다. 감격스러운 남미의 첫 밤이다. 


이제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하니 뭔가 낯설기도 하고 싱숭생숭한 감정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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