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교선 Feb 25. 2021

남미 여행일지 4. 남미 여행의 첫 발걸음 -1-

20대 중반 남자 4명의 남미 배낭여행기

시차 적응 실패로 밤잠을 설쳤다.


아무래도 비행기 일정이 바뀌면서 수면시간이 뒤죽박죽이 된 탓에 리듬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새벽에 눈이 떠진 채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같은 방을 쓴 친구 역시 마찬가지. 창 밖은 밝아오기 시작했고, 익숙한 새소리가 창을 통해 방 안으로 넘어왔다. 더 이상 침대에 누워있을 수 없었다. 친구와 함께 숙소에서 가까운 리마 해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서핑명소로 유명한 리마의 해변

 

우리의 숙소는 미라플로레스라는 곳으로 신도심에 해당되는 곳이었다. 도로는 한적했으나 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있었다. 신도심이라 그런 것인가. 미라플로레스의 풍경은 공항 근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이곳은 마치 한국의 홍대나 강남 근교 같은 느낌이었다. 깔끔한 도시 풍경에 어제 봤던 복잡한 도시와는 전혀 달랐다. 골목길의 집들은 각기 개성 있는 파스텔 톤으로 칠해져 있어 길을 더 산뜻하게 만들었다. 고층건물과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익숙한 도시 풍경을 만들어냈다. 바다를 배경으로 빛나는 햇살 아래 조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여유로운 도시라는 느낌을 받는다. 현지인들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잘 사는 동네 사람들은 자기 관리도 다 잘한다고 한다. 자기 관리를 잘해서 잘 사는 것인지, 잘 살아서 자기 관리를 하는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아침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창 밖으로 보인 리마의 골목 풍경

 

한적한 리마의 아침 거리

아침은 한인민박답게 주인아주머니께서 한식을 차려주셨다. 김치찌개, 김치, 깻잎장아찌 그리고 어묵볶음. 너무나도 한국적인 한상차림이었다. 아직은 한식이 그리울 때가 아니었지만, 맛이 좋아서 술술 넘어갔다. 어쩌면 기내식으로 사육당하는 고통을 받는 동안 나도 모르게 한식을 원한 것은 아니었을까. 양껏 식사 후 환전부터 하러 갔다. 어제 택시비를 내기 위해서 공항에서 소규모로 바꾼 돈이 전부였다. 



첫 관광 시작이다.


그렇게 숙소 밖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드디어 첫 관광 개시다. 네 명이서 온전히 느끼는 이국의 정취. 하늘은 다소 흐렸지만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남미 여행이 이제야 시작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모든 건물들과 모든 사람들이 전부 낯설었지만 신기했고 또 반가웠다. 들뜬 마음과 함께 한인민박에서 소개받은 환전소에 가서 환전을 받았다. 스페인어로 가득한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환전이다. 든든한 페루의 화폐를 나눠 가졌다. 내친김에 버스 티켓도 구매하러 갔다. 내일 와카치나라는 다음 장소에 가기 위해서는 근처 도시인 이카를 경유해야 했다. 이카행 버스 티켓을 구매해야 했다. 리마에서의 일정은 그리 길지 않았는데, 비행기가 결항된 탓에 더 타이트해졌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버스 티켓을 구매한 후 후련해진 마음으로 판매소 인근에 있는 케네디 공원과 성당을 구경했다. 공원은 2월임에도 한국의 날씨와는 봄 날씨 같았고 풀잎이 무성했다. 고양이들이 정말 많아서 벤치 한켠을 차지하고 쉬는 것도 있었고, 한가로이 산책하는 것도 있었다. 한적하게 쉬고 있는 시민들과 고양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캣카페에 온 것만 같다. 팔자 좋다. 


 성당은 스탠드 글라스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색유리를 통해서 들어오는 빛은 새하얀 내부 벽들과 함께 더 멋있게 느껴졌다. 화려한 재단은 한국의 성당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성당에 오면 무언가 경건한 마음이 든다. 내가 신자여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건축물이 풍기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인지는 알 수 없었다. 관광과 탐방 그 어디쯤에서 나는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려 했다. 스페인 식민지의 역사가 이리도 화려한 성당을 지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국의 역사를 이입하면 마냥 아름답기만 한 성당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색색이 들이비치는 햇살과 화려한 제단


 옆에는 시청이 있었다. 당연히 볼일은 없었기에 우리는 그냥 그런갑다하고 지나쳤다. 택시를 잡아 본격적인 관광지로 향했다. 본래 계획은 바로 구시가지 투어! 다행히 환전과 버스 티켓 구매를 빨리 해서 시간이 넉넉했다. 구시가지는 과거 건축물들이 많아 관광단지로 자주 추천되는 곳이다. 리마에 왔으면 당연히 가봐야 한다. 우버 택시를 잡았는데, 우버란 것이 여간 편한 게 아니었다. 부르면 바로 오고, 요금까지 알아서 찍히니 바가지 걱정도 없었다. 그리고 역시 로밍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로밍 덕에 우버 잡는데 정말 편리했다. 가는 길은 다소 막혔다. 사람 사는 곳은 늘 교통체증이 뒤따르나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미 여행일지 3. 남미 땅을 밟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