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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교선 Mar 01. 2021

남미 여행 일지 4. 남미 여행의 첫 발걸음 -2-

20대 중반 남자 4명의 남미 배낭 여행기


 볼거리도, 신기함도 가득한 리마 구 시가지


 옛 건물들과 대통령 궁 등 관광장소가 가장 많은 곳이다. 차가 좀 막히는 바람에 시간이 다소 늦어졌다. 우버택시를 탄 덕에 추가 요금이 나오진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한국이었으면 요금도 뻥튀기가 되었을 거다. 숙소가 위치한 신시가지와는 다르게 허름한 건물들과 옛 모양을 아직도 간직한 건축물들이 많이 보였다. 중심지인 아르마스 광장으로 갔다. 관광객들로 사람이 북적였다. 리마의 관광지다.


야자수가 드리워진 광장

 

가장 먼저 간 곳은 관광 1순위 대통령궁. 행운의 여신이 우리의 지난 고난을 헤아려 주었는지, 대통령궁 근위병 교대식이 곧 열렸다. 어쩐지 많은 사람들이 문 앞에 모여있더라니.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 같은 페루식 행사를 즐길 수 있었는데, 우리는 페루 특산품인 잉카 콜라를 마시며 구경했다. 잉카 콜라의 맛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존의 음료 맛과는 다른 독특한 맛이었다. 미린다 같으면서도 허브향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이, 감기약 시럽 같기도 한 것이 오묘한 맛이었다. 


 근위병 교대식은 처음이었다. 뒤에 펼쳐진 웅장한 대통령궁을 배경으로 음악소리가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연출하였다. 절도 있는 근위병들의 모습은 동작 하나하나에 그들의 자부심과 노력이 묻어나는 듯했다. 힘 있는 트럼펫 소리와 멜로디컬 한 음악이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발을 붙잡았고, 점점 관광객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서양인, 동양인 등 다양한 이들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대통령궁은 화려한 색감은 아니었지만, 조각들은 섬세했고 궁다운 외관을 갖추었다. 높에 휘날리는 페루 국기를 보며, 좀 더 맑은 하늘과 함께 봤다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교대식을 보기위해 인산인해를 이룬 대통령궁 앞

 

교대식이 성공리에 끝나고, 관광객들도 하나 둘 흩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경찰들이 꽤 보였다. 관광객들이 많다 보니 소매치기와 같은 경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나 보다. 관광 안내원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관광객들 속에 섞여있었다. 대통령궁 앞은 큰 광장이 자리 잡고 있고 이를 둘러싼 예쁜 노란빛 건물들이 있는데 전부 관광용 상점이나 식당이었다. 야자수들과 잔디밭, 그리고 이국적인 건물들 모두 한국에서 보기 힘든 것이었다. 두 눈에 담으며 찬찬히 산책했다. 


거닐고싶은 광장거리

 

광장을 거닐고 있었다. 한 현지인 소녀가 우리와 사진을 찍고 싶다 하며 다가왔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유명인도 아닌데, 갑자기 사진을 찍자 한다. 부모님까지 와서 같이 찍어준다. 유튜브를 하고 있다고 하며, 진한 쌍꺼풀과 웃는 미소가 예쁜 아이였다. 사진을 찍고, 서툴게 배운 스페인어로 인사한 뒤 헤어졌다. 정말 특이한 경험이었다.



 

산 마르틴 광장이란 곳을 구경하러 가는 길. 마치 한국의 명동에 온듯하다. 상점가들이 즐비하고, 관광객들이 오갔다. 흐린 날씨였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고, 동양인 남성 4명이 낯선지 신기한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성당이 자주 보여서 한 곳 들어가 봤는데, 이곳도 이전 성당 만만치 않게 화려했다.  구 도심의 중심가에 위치했으니 당연하다 생각했지만, 한국 성당에서는 보기 힘든 화려한 제단과 각종 성물들이 가득했다.

화려한 성당 내부




 고기는 못 참지


 슬슬 점심시간이 되었고 아무리 시차적응이 안되었다고는 해도 허기가 몰려왔다. 괜찮은 식당이 있는지 알아봤다. 페루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점이라는 Norky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한국으로 치자면 김밥천국 같은 곳이라 한다. 이곳은 관광지이니 딱히 숨겨진 로컬 맛집을 찾기는 힘들 것 같고, 게다가 가격 역시 비쌀 것 같았다. Norky에 들어갔고, 친절한 현지인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혹시라도 인종차별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괜한 기우였다. 종업원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고, 우리는 그의 화려한 영어 언변에 세트메뉴를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모둠 고기 같은 걸 주문했는데 정말 다양한 고기와 샐러드가 함께 나왔다. 성인 4명 이서도 겨우겨우 먹을 만큼 엄청난 양이었다. 정말 고기를 원 없이 먹었다. 기가 막힌 맛집은 아니지만, 고기는 고기다. 구운 고기를 소금 간만 해도 맛있다. 게다가 특산품 잉카 콜라와 함께 마시면 느끼한 고기도 술술 넘어간다. 김치나 쌈장이 살짝 생각났지만,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Norky에서 먹은 모둠고기구이와 잉카콜라

 

부른 배와 함께 산책 겸 가게 앞 거리를 걸었다. 유니온 거리라고 하는 곳인데 곳곳에 성당들이 있었다.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내부구조를 자랑하는 듯했고, 조각상들과 장식들이 화려했다. 리마의 어느 성당을 가도 이 정도는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한국식 소박한 성당에 익숙한 내게 화려한 조각들과 성대한 유물들이 마냥 아름다워 보이지 만은 않았다. 식민 국가의 종교가 이제는 전 국민의 종교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다르게 느껴졌다.


다음 목적지는 리마 대성당과 수도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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