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교선 Mar 05. 2021

남미 여행 일지 4. 남미 여행의 첫 발걸음 -3-

20대 중반 남자 4명의 남미 배낭 여행기


다음 목적지는 리마 대성당.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리마 대성당

 

 입구부터 거대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앞에 앉아있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대문의 장식들은 정말 섬세하기 그지 없었다. 장인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였다.


 수도의 이름을 걸고 있는 만큼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성유물들이 감싸고 있었다. 수도를 과시하는 듯 리마 대성당도 이름에 맞는 위엄을 자랑했다. 거대한 규모의 나무 조각상들과 주성전에 자리 잡은 금빛 조각상들이 이 나라에서 가톨릭이라는 종교가 지니고 있는 위상을 실감 나게 했다. 여타 성당들과는 다른 웅장함을 보여주었다. 내부 규모 역시 굉장히 넓어서 맨 끝의 자리에서는 미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았다. 수많은 나무 의자들과 높다란 천장을 보면 새삼 위축되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성직자들이 생각하는 신의 위엄을 이렇게 건축물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하다 나무조각들도, 빛나는 제단들도

 

 고통에 절은 예수의 표정을 그대로 묘사한 조각상이나 성유물들과 한없이 높은 자리에 위치한 마리아 상을 보고 있으면 절로 경건해지기까지 했다. 내가 천주교 신자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천주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경건해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내부는 고요했지만, 관광객들로 조금씩 소음을 만들어 성당 안에 울리고 있었다. 색유리를 통해서 내리치는 햇살과 웅장한 제단을 보며 잠시 미사용 의자에 앉아보기도 했다.




 성당 밖을 나오는데 피로감과 안구건조증이 몰려왔다. 시차적응이 아직은 잘 안된 것이다. 마치 밤을 꼬박 새운 뒤 맞이하는 새벽 5시 같았다. 의자에 앉기만 해도 졸음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졸리면서도 새삼 시차적응이 신기했다. 한 번도 지구 반대편에 와본 적이 없기에 이런 느낌이 마냥 신기했다. 당장 드러누운 채 잠을 자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대성당 구경을 마친 뒤 수도원으로 향했다.


  수도원이 유명 관광지가 된 이유는 건물도 건물이지만, 지하에 무덤이 있기 때문이다. 카타콤이라는 거대한 지하무덤이 바로 관광의 핵심이다. 관에 안장된 개인 무덤이 아니라 수많은 해골이 발견된 거대한 지하무덤이었다. 우리는 비둘기가 가득한 수도원 광장을 지나쳐서 입구에 들어갔다. 카타콤은 가이드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여 신청을 한 뒤 잠시 기다렸다. 멍하니 광장의 비둘기 떼를 보았는데, 남미 비둘기 여기 비둘기나 사람 안 무서워하는 건 똑같나 보다. 


 이윽고 시간이 되었고, 다른 여행객들과 함께 지하무덤으로의 관광이 시작되었다. 수도원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내부 건물을 지나서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정말 생각 이상으로 많은 뼈들이 즐비했다.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 뼈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돼지갈비나 뼈해장국에서만 뼈를 봤지, 사람 두개골을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보존이 정말 잘 되어 있어서 사진으로만 보던 사람의 두개골과 정강이뼈를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그 두개골과 사람 뼈였다. 그것도 수백 개씩 쌓여있는 뼈들의 무덤이었다. 길은 약간 미로처럼 되어 있어서 가이드가 없었다면 헤맸을지도 모른다. 온통 흙벽뿐이고 곳곳에 뼈들이 있어서 어두웠다면 정말 기절했을 것이다.


 설명에 따르면 부자들이 돈을 내고 이곳 지하에 묻히길 원했다고 한다. 부자들도 죽을 때에는 지옥에 갈까 신의 형벌을 받을까 두려워하며 천국에 가고 싶었나 보다.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해지고 약해지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지니고 있는 본성인가 싶었다. 선하게 살았던 부자들도 있었겠지만, 대개 과거의 부자들이 그렇듯 천국에 들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내세의 삶이 있을지도 모르고, 천국과 지옥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지막에서야 수도원에 묻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던 것일까. 어쩌면 죽음 앞에서나마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 걸지도 모른다.




 으스스했던 카타콤 관광을 마쳤다. 슬슬 해가 저물고 있었다. 여전히 날은 흐렸다. 우리는 다시 택시를 잡아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마트에서 주전부리와 맥주를 구입한 후 해안이 보이는 길을 따라 걸어왔다. 한 프레페 가게가 있었는데 젊은 친구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우리는 프레페 가게에서 당을 충전하며 해안으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해변 일몰은 없던 낭만도 만들어낸다. 이곳은 데이트 명소가 분명했다. 달달한 프레페와 함께 바라보는 분홍빛 하늘은 정말 멋있었다.

데이트 명소, 해안 프레페가게

 

 숙소에 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저녁은 페루의 음식 세비체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Punto Aul이라는 식당이었는데 한국말로 하자면 푸른 점 되시겠다. 이름답게 간판의 글씨도 푸른색이었다. 식당 안에 들어가니 아무래도 꽤 유명한 식당인가 보다. 한인민박 호스트의 추천으로 왔는데 로컬에서도 알아주는 모양이다. 식당 안은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 가득했고, 게다가 2층까지 있는 것 같았다. 음식값이 다소 비싸 보였지만, 이미 결항으로 하루 식비가 굳은 우리였다. 우리에게 주는 작은 선물로 맛있는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리조또와 세비체 그리고 맥주를 주문하였다. 리조또는 익숙한 맛이었다. 원래 익숙한 맛이 무서운 법이다. 싹싹 한 그릇 뚝딱 비워냈다. 세비체는 정말 처음 맛보는 맛이었다. 매콤함이 없고 신맛만 나는 회무침 느낌이다. 새콤한 맛에 회의 식감이 더해지니 정말 낯선 맛이었다. 회라면 간장과 초장이 더 익숙한 한국인에게 신맛이 나는 회무침이라 낯설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나름 매력적인 독특한 맛이었고 몇 번은 더 생각날 것 같은 여운을 남겼다. 


푸른 디자인이 인상적인 Punto Azul
세비체 두 그릇과 해물 리조또 한 접시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맥주 한잔을 하며 하루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남미에서의 첫 관광을 마쳤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미 여행 일지 4. 남미 여행의 첫 발걸음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