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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교선 Mar 07. 2021

남미 여행 일지 5. 사막의 오아시스 -1-

20대 중반 남자 4명의 남미 배낭여행기

시차 적응 2일째, 잠을 자긴 잤다.


시차 적응 2일째, 잠을 자긴 했다. 푹 자진 못했을 뿐. 아침은 민박집에서 간단히 먹었다. 그리고 모처럼 날이 좋아 현지인처럼 조깅을 해봤다. 빛나는 햇볕 아래서 조깅하는 사람들, 아침부터 바다에서 서핑하는 사람들 그리고 푸른 잔디 위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잘 사는 동네라 그런지 여유마저 느껴졌다. 라르꼬 마르라는 쇼핑단지도 가봤는데 정말 현대적이고 깔끔한 쇼핑센터였다. 구도심과는 다르게 현대적인 디자인에 에스컬레이터가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딱히 살게 없던 우리는 아이쇼핑과 산책만 즐긴 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는 리마에게 안녕을 고할 시간이었다.


맑은 날의 리마 해변과 해안길

 

체크아웃을 하고 이카행 버스를 타기 위해 움직였다. 크루즈 델 수르라는 버스 회사의 버스를 이용했기에 터미널에 가야 했다. 우버택시를 불러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은 서울의 버스 터미널을 떠올리게 했다.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동양인은 잘 보이지 않았다. 엄청 큰 터미널은 아니었고, 게이트가 대략 3~4개 정도 있었다. 특이한 점은 여기서 가방을 수하물처럼 부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노선을 확인하고 배낭을 부치러 갔다. 어제 사놓은 표를 보여주며 손짓 발짓으로 완벽한 의사소통을 한 덕에 무사히 부쳤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셨다. 음료는 역시 잉카 콜라였다.

세미-카마 버스의 내부

 우리가 산 티켓은 세미-카마 등급 버스였다. 한국의 우등버스와 비슷했다. 다만 앞좌석에 화면이 달려있어서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죄다 스페인어만 나오는 탓에 그리 볼 일은 없었다. 잠이 오기를 기다리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먼저 리마의 풍경이 지나갔다. 하루밖에 있지 않은 터라 여전히 낯선 풍경들이었다. 낯선 간판들과 가로수들이 여전히 이국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한참을 달리고 달리다 보니 도시 풍경은 어느새 사라지고 황무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황무지같은 고속도로를 지나 이카로 향하는 길

 

 한국에서 고속도로를 탄 기분이었다. 다만 산 대신에 황무지와 사막지대가 보였다. 2~3시간여를 달리는 동안 보인 것은 온통 모래빛 풍경이었다. 잠은 별로 오지 않았다. 그렇게 이카라는 지역에 도착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와카치나에 가기 위해서는 이카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가야 했다. 이카에서 내리자마자 택시 기사들의 호객행위가 쏟아졌다. 호구는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호객행위를 뿌리치고 나와서 침착하게 고르기로 하였다. 그중에서 한국인을 태웠었다는 Juan 기사 아저씨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는 자랑스럽게 한국인 수기를 우리에게 보여줬다. 순식간에 신뢰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Juan기사님에게 와카치나까지 부탁했다.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였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이카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이카는 낙후된 지역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현대적인 건물들보다는 작은 흙벽의 건물들이 모여 작은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사람들도 그리 많이 살지 않는 모양이었다. 쓰레기도 다소 많이 보였다. 이카의 풍경은 온통 모래색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이카를 벗어나 어느 정도 달리자 거대한 오아시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였다.


사막과 오아시스, 그리고 마을. 와카치나


 사막의 모래언덕과 오아시스 그리고 마을. 와카치나를 그대로 묘사한 문장이다. 마을이라기보다는 관광단지에 가까웠고 레저용품을 판매하는 상점, 기념품 상점 그리고 숙박업소와 식당들이 보였다. 택시는 우리의 숙소 앞까지 데려다줬다. 우리가 머물 곳은 '바나나 호스텔'. 한국인들이 그렇게 많이 머물러 후기도 그만큼 많던 곳이다. 중앙 풀장과 바 그리고 해먹이 눈길을 끌었다. 안내받아서 들어간 곳은 4인용 도미토리에 2층 침대 두 개가 있는 곳. 방이라기엔 뭔가 허름하고, 컨테이너 박스라기엔 뭔가 아늑한 단독실 형태였다. 2층 침대 두 개만 존재했고, 화장실이나 샤워실은 공용공간을 이용해야 했다. 뭐, 잠만 잘 자면 되지. 갓 전역한 20대들에게 공용 공간은 다소 불편할 뿐 큰 어려움은 아니었다. 4명이서 자기에 나름 아늑하고 좋았다. 저녁 바비큐를 미리 예약해야 즐길 수 있다기에 바로 예약을 했다. 이제 사막에 왔으니 사막을 직접 두 발로 느껴보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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