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성취하고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지만, 지나친 욕망은 인간을 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리기도 한다. 신화나 각종 이야기에서 한 때는 선하고 정의로운 인물이 욕망에 집어삼켜지며 악인이 되기도 한다. 혹은 신의 총애를 받던 인물이 욕망이 과해 신에게 버림받고 지옥에 빠지기도 한다. 평범하거나 정의를 걷던 인물이 어떤 계기로 타락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속적 욕망을 타락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탐욕하기 마련이라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욕망은 기본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타락이라고 부를 정도는 정도를 걷거나 선함을 추구하는 인물, 혹은 그로 인해 신들의 총애와 사랑을 받던 인물들이 모종의 계기로 상식을 벗어난 악행을 저지르거나 지나친 욕망으로 인해서 악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대게 악인으로 거듭난 후에는 신들의 분노를 사는 등 좋지 못한 말년을 맞이한다.
알브레히트 뒤러, 아담과 이브
귀스타프 도레, 루시페르의 추락
타락의 가장 유명한 원형은 성경에 등장하는 아담과 하와(이브)의 이야기일 것이다. 성경이나 유대 신화 등에 따라서 약간의 변형은 있겠지만, 대중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인류 타락의 원형이다.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는 낙원인 에덴동산에서 욕망 없이 살고 있었다. 신의 계명은 오직 동산 가운데 자리 잡은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는 것이었다. 뱀의 유혹을 받은 하와는 아담과 함께 열매를 먹게 되었고, 신인의 위치에서 욕망과 고통을 가진 인간으로 추락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호기심이나 뱀의 유혹이 행동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뱀의 유혹은 권능이었다. 더 많은 힘과 능력이었고, 결국 인간 이상의 권능을 욕망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신의 창조물인 인간이 부여된 권능 이상의 욕망을 바랐고, 그로 인해 신의 벌을 받게 된 이야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가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인간으로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게 되었다. 이는 결국 신의 대한 절대성을 전파하려는 일종의 장치이며, 타락의 죄인 원죄를 부각하여 일종의 종교의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토비아스 베르헤르트, 벨레로폰의 추락
이러한 신에 대한 도전이나 오만에서 비롯된 타락은 다른 신화에서도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의 벨레로폰이 등장한다. 벨레로폰 즉, 벨레로폰테스의 본명은 원래 '히포누스'로 그리스의 한 국가인 코린토스의 왕자였다. 그는 실수로 형제 벨레로스를 죽이고 벨레로스의 살인자라는 뜻으로 벨레로폰테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이후 다른 지역으로 피신하게 되는데 피신한 곳의 왕비가 그를 유혹했고, 이를 거절한 벨레로폰에게 앙심을 품은 왕비가 왕에게 그가 자신을 농락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에 왕은 벨레로폰테스로 하여금 본인의 장인에게 보내는데, 보내면서 편지를 한통 전해달라 한다. 편지의 내용은 편지를 들고 온 자를 죽여달라는 것. 장인은 벨레로폰을 직접 죽이기를 꺼려해서 괴수 키메라를 퇴치해달라고 한다. 결국 벨레로폰은 그리스 전쟁의 여신 아테나로부터 하늘을 나는 말 페가수스를 얻고, 키메라를 퇴치하는 데 성공한다. 또한, 아마존의 여전사들, 캐리언의 해적들 역시 퇴치한다. 이에 장인은 그가 그리스 신들의 축복을 받는 존재라 여기고, 그를 죽이는 것을 포기한다. 이후 본인의 딸을 내어주고 본인의 왕좌를 내어주게 된다. 벨레로폰은 영웅이 되어 왕위에 오르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전형적인 영웅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