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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교선 Apr 12. 2021

뒤쳐진 세대

27살 취준생의일상 수필

 이슈가 많은 세상이다.


  LH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속화했고, 1년을 넘어가는 코로나는 이제 무뎌진 이슈가 되어 다른 이슈들에 등 떠밀려 묻히고 있다.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고, 다양한 시사 이슈가 사회에 맴돈다. 그래도 가장 와 닿는 것은 취업난이다. 피부에 늘 닿아있어 무감각해질지라도, 어느 순간에나 나를 다시금 아프게 하고, 나아가게 한다. 가뜩이나 바늘구멍 같았던 취업시장은 코로나로 인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수많은 대기업들이 공채를 수시채용으로 바꾼다고 선언했다. 그래서일까. 많은 취업준비생이 공무원과 공기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일부 사설에서는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될 "젊은 피" 20대들이 안정성만을 찾아가는 현 상황에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친구와 얘기를 하였다. 지금의 취준생들은, 그러니까 우리들은 끼인 세대라는 것이다. 뒤쳐진 세대다. 주입식 교육에 의해 그저 단순하게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것에 익숙한 세대다. 답이 정해진 공부하는 것에 익숙한 세대가 지금의 현재 취준생들이다. 우리의 목표는 대학을 나와 나름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취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공부에 익숙한 이들은 공부로 딸 수 있는 스펙에 집중했다. 취업시장에서 소위 말하는 정량평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스펙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기업을 골라서 가던 이전 세대와는 세계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역사상 가장 스펙적으로 훌륭한 세대가 탄생했다.


뒤쳐진 세대와 스펙 그 이상


그렇지만 저성장에 들어선 국가의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었고, 오버스펙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우리는 끼어버렸다. 사기업에서 이제는 정량 평가할 수 있는 스펙에다가 인턴 경험을 요구하고, 이공계열이 아님에도 데이터를 다루거나 코딩능력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혹은, 학창 시절 다양한 SNS를 통해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했던 경험을 요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름 있는 기업에서 인턴을 하기 위해서는 인턴경험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에서 인턴 하려 했더니 오버스펙이라 꺼린단다.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가. 뽑아줄 것을 기대하며 토익도, 오픽도, 한국사도, 한국어도, 컴활도 준비하고 따기 시작했다. 자격증에 들인 돈만 합쳐도 수백은 될 것이다. 그런데 인턴경험이 없다고 치이고, 너무 오버스펙이라 치인다. 공부만 하는 방법만을 배웠는데, 정작 사회는 그거에 더한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SNS를 운영하거나 마케팅을 했던 경험을 요구한다. 해본 적도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SNS는 잘생기고 예쁜 미남미녀들이 셀카만 올려도 알아서 홍보가 붙었다. 블로그를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이곳저곳 다니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유튜브는 편집조차 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렇지만 취업을 위해서는 인턴이 필요하고, 인턴을 위해서는 이러한 경험들이 우대된다. 


 새로이 올라오는 다른 세대들은 IT에 훨씬 익숙한 세대들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마케팅하는 것도, 각종 키오스크나 IT 기기를 사용하는 것도 익숙하다. 코딩이 기본교육으로 자리 잡은 세대들이라 더 다양한 역량을 갖고 있다. 물론, 현재 취준생 중에서도 이에 익숙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전반적인 경향성을 따졌을 때, 실제적인 기술이나 환경 면에서 현재 취준생들은 다소 뒤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SNS 사용 경험도 적고, 실제적인 기술적 역량도 부족하여 사기업에서 요구하는 각종 포트폴리오 제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소서를 저장한 파일은 어느새 4만 자를 넘어가고 있다. 면접 경험은 하나 둘 쌓인 채 다른 면접장으로 향한다.


 그렇게 현재 취준생들은 오버스펙으로도 뚫을 수 없는 취업 문을 바라보며 시험만 잘 보면 되는 공무원과 공기업으로 몰리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여기는 사기업보다 요구하는 것이 단순하다. 성적. 성적이 우수하면 된다. 익숙한 공부만 하여 점수 순서대로 취업문이 열리는 공무원과 공기업이 훨씬 편한 셈이다. 시대는 계속 변하고 있고, 현재 취준생들은 너무 빨리 변하는 사회에 밀려난 끼인 세대가 되어 공무원과 공기업으로 향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고, 가만히 있으면 나아갈 수 없다


혹여 내가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아닐까. 

급변하는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되지 못한 것은 아닐까. 

평범하게 사는 것이 사치가 된 세상에 나만 혼자 바라는 것은 아닐까.

나는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도태된 세대 중 하나일까.


불안한 마음이 조급함을 부른다.

조급함이 그대로 커지게 두어선 안된다.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서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무엇이라도 하고, 양분으로 삼아 성장해서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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