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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홍 Aug 28. 2018

‘적당히’ 굶어볼까요?

몸도 마음도 비움이 필요할 때

 '1일 1식',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익숙한 단어일 테다. 식이요법이 7, 운동이 3이라는 공식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퍼지면서 이제는 다이어트가 곧 (극단적인) 식이요법 조절이라는 의미로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 사이에 드럭스토어와 SNS에서는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약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식단을 조절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살은 빼고 싶지만 식이요법에 부담을 가지는 이들에게 ‘굶지 말고 다이어트하라’는 어느 광고의 카피는 비록 달콤한 거짓말일지라도 한 번쯤은 속아보고 싶은 말이다.

 필자 또한 3년 전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던 때가 있었다. 대학에 들어와 뭐든지 ‘잘하고 싶은’ 멀티태스킹을 꿈꿨고 열의도 가득 차있었지만 욕심이 크면 오히려 잃은 게 많은 법이었다. 동아리든 공부든 알바든 녹록한 것이 없었고 스스로가 실망스러웠을 때였다. 그렇게 2학년, 여름방학이 왔고 시간이 많아지니 입버릇처럼 외던 다이어트나 시작해볼 참이었다.

 간헐적 단식을 처음 접했던 것이 그때였다. 체중을 빠르게 줄이고자 선택한 것이 이 방법이었다. 당시 하루 세끼 중 저녁 1식은 샐러드를 먹었던 나는 아침은 거르고 점심에 샐러드, 저녁에 일반식을 먹는 식단으로 변경했다. 요거트와 토마토로 구성된 식단의 점심은 11시, 염분이 들어간 국과 김치 등 짠 반찬을 제외한 잡곡밥과 나물반찬으로 구성된 저녁은 6시에 먹었고 저녁을 먹은 후엔 일주일에 서너번 씩 10km 걷기와 달리기를 했으며 하루도 빠짐없이 유튜브로 홈트레이닝을 병행했다. 그렇게 한 달쯤 되었을 때 나는 원하는 몸무게에 도달할 수 있었다. 

왼쪽이 다이어트 직 후

 사실 그때는 간헐적 단식이라는 명칭과 방법이 따로 있는지도 몰랐고 단지 살을 빼고 싶었기에 선택한 식이조절 법이었다. 그러나 그때 일어난 몸의 변화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도 가끔 이러한 식단을 실행하고 있다. (단식의 효과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고 개인마다 추후 증세도 다르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당시에 가장 먼저 느낀 건 피부의 변화였다. 중, 고등학교 때 시절부터 있었던 여드름과 요철이 대학에 들어오면서 오히려 더 심해졌다. 당시 학보사 활동으로 새벽까지 기사를 쓰고 야식과 외식을 일삼던 식습관 때문이었을까. 게다가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나쁜 습관 덕분에 내 얼굴은 고3 당시의 그것보다도 더 참혹한 몰골이 되었다. 그러나 식단을 바꾼 지 10일 차쯤 되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여드름이 나지 않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평소엔 하지 않던 운동 덕분에 그렇다기엔 단식을 실행하기 전, 운동만 했던 때에는 없었던 일이었기에 나는 음식은 독이라는 명제를 믿게 되었다.

 나는 이를 근본적으로는 소화장애가 해결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 부분이 바로 내가 지금까지도 이를 실행하는 주된 이유다. 간헐적 단식을 실행하기 이전의 내 몸은 식사 후에도 배에서 꼬르륵하는 등의 소리가 나곤 했는데 그 소리가 꽤나 커서 아침 일찍 수업을 들을 때면 곤란한 상황에 자주 처하곤 했었다. 더 좋지 않은 건 배가 고프지 않을 때에도 배에서 소리가 나고 속이 쓰릴 때만큼은 스스로 배가 고프다고 느낀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밥을 먹고 나서도 간식을 찾고 간식을 먹다가 끼니때가 되면 또 식사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속이 아플 때면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아픔을 포만감으로 대체시키곤 했기 때문이었는데 덕분에 처음 간헐적 단식을 실행했을 때의 며칠간은 고생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소화장애가 해결되고 나서는 이유모를 속 쓰림과 울렁거림이 없어졌고 곧 잘 배에서 나곤 했던 소리도 어느 정도는 해결되었다.(가끔 무리해서 많이 먹는다 싶은 시기에는 다시 나곤 한다) 

 심리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속 쓰림을 포만감으로 대체시킬 때마다 전해져 오는 더부룩한 불쾌감,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몸에서 느껴지던 무게감은 간헐적 단식으로 몸을 비우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단지 배부름이나 피로로 알고 있었던 것들은 정말이지 내 몸에 독이 된다는 사실은 반평생을 그래 왔기에 몰랐던 것이었다.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도 하루에 열두 시간 정도는 공복을 유지하고(7시 이전에 저녁을 먹고 아침을 먹지 않는 방법이 가장 편하다) 몸에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에는 과일이나 요구르트로 구성된 식단으로 한 끼를 해결하고 있다. 평소 생기는 대부분의 탈이 소화 장애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 덜 먹는 것이 굳이 체중감량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나에게는 훨씬 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래서 단식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간헐적 단식을 시행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18시간 단식법과 특히 일주일 중 이틀은 24시간 공복을 유지한다는 5:2 단식법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공복의 시간이 길면 폭식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몸과 평소 식단을 고려하지 않고 시행하는 극단적인 식이요법이 어떠한 무기력증과 우울감으로 다가오는지 주변 사례들을 통해 충분히 봐왔기 때문이다.

 근래들어 나는 졸업과 취직이 현실로 다가오자 압박감에 뚜렷한 목적도 없이 토익 학원에 등록했다가 2주 만에 그만두었다. 나와는 그 학원이 맞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스스로가 의지박약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 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하던 습관이 다시 생겼고 근래에 들어서는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나에게 다시 몸과 마음을 비울 때가 다가온 것이다.

 적당히 배부른 것보다 적당히 ‘굶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모자란 데에는 절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 속도 인생도 내가 소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만 적당히, 다시 비우는 법을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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