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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쿠다스 Aug 24. 2024

재입사를 고민하는 마음 가짐

롤백은 배포보다 더 큰 고민이 필요하던데요.

고민했던 이직처 중에서 전회사가 있었다.


사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이직을 후회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주변 지인들과 얘기하다 알게 된 사실인데, 생각보다 재입사는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에게 주어지는 한 가지 옵션인 것 같았다.


대략 다음과 같은 조건이 있을 때 우리는 전회사를 떠올리게 된다.

새롭게 이직한 곳이 전회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아쉬운 점이 보이며

전회사에서의 근무 만족도가 절대적으로도 평균 이상이었어야 하고

자발적이고 마무리가 깨끗한 퇴사를 했을 때


돌이켜보니 두 번째 회사에서 퇴사 생각이 들었을 때도 단 한 번도 첫 번째 회사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었다. 그러니 모든 직장인들이 이직을 고민할 때, 근무했었던 회사로의 재입사를 고려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는 재입사를 고려하기까지의 조건들이었다면, 실제로 재입사로 이어지려면 여기서 추가적인 조건들이 더 생기게 된다.

재입사를 할 회사도 나를 받아들일 상황이 되어있어야 하며(TO, 조직 등)

재입사 시의 총 보상 등 근무조건도 서로 협의가 되어야 하고

재입사를 하는 것에 대한 스스로 준비된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또한 재입사가 생각한 것만큼 쉬운 과정은 아니라는 소리다. 그냥 단순히 '아, 다시 돌아갈까?'에서 시작했지만 실제 그 과정을 밟았을 땐 꼬리물기처럼 지속되는 여러 고민과 갈등의 상황들이 있다.


 이직의 결정만큼이나 내가 한번 떠나기로 결심했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또한 나름의 준비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만약 재입사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재입사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으니)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답을 해보길 제안해보고 싶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들이 제삼자가 봤을 때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지 객관화해봤으면 한다.


1. 내가 이직을 결심했던 이유들과 원인들이 그 회사에 아직 남아있는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극복할지 구체적인 플랜을 정했는가?

2. 재입사 외에 다른 옵션(새로운 회사 이직, 전배 등)들과 비교했을 때도 더 나은 선택인가?

3. 재입사 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4. 재입사 시 잃을 수 있거나 겪을 어려움은 무엇인가? 그것이 내가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쉬웠다. 애초에 내가 이직을 결심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불만족으로 인한 퇴사가 아니었고, 회사의 위치와 성장이 나의 위치와 같다고 오판했기에 발생한 거였기에 무엇보다 내가 스스로 커리어 가치를 재정립하고 나니 큰 문제가 없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었다. 이는 이직을 고민하며 미리 세워둔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타회사라면 적응하느라 바쁠 시기에 내가 해보고 싶었던 서비스, 프로젝트들을 훨씬 더 많이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익숙한 사람들과 서비스와 환경이기에 리스크는 적었고 제안받는 직무에서는 내가 하고 싶었던 걸 경험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있었다. 또한 객관적으로도 전회사는 타회사들에 비해 내직무가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 명확했다.


네 번째 질문이 나에게는 가장 어려웠다.

 재입사의 경우 같이 협업할 동료들은 이미 대부분의 아는 지인들일 거고 그들은 기존 평판과 신뢰로 나를 바라보며 그 이상을 기대할 것이다. 즉 내가 갖고 있는 최대치 기댓값 Max(100)에서도 더 그 이상을 보여줘야만 한다. 나의 최대치 기댓값을 보여줘도 평타다. 기본 베이스가 나의 최대치 기준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재입사를 고민했을 때 가장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갖는 시선들과 기대를 저버리게 하고 싶지 않다는 부담감, 내가 가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재입사를 고민하며 부담감에 깊은 고민을 할 때 예전에 상사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의 내가 잘 모르는 비즈니스 구조를 적용해야 하는 서비스였고 그만큼 부담도 컸던 프로젝트였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잘 해낼 자신이 없다는 고민을 토로했을 때 상사가 나에게 했던 대답이다.


"회사와 제가 판단하에 OO님이 적임자라고 생각했기에 그 프로젝트를  맡긴 거예요. 잘 못해낼 것 같았으면서 맡기지도 않았겠죠. 그렇기에 그 결정의 책임은 저에게도 있어요. 지금 하시는 고민은 제가 했으니, OO님은 그 고민보다는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가 더 잘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 주세요."


굉장히 시니컬한 답변이었는데도 안심이 되었다. 오히려 따뜻한 위로라던지 “당신은 잘할 수 있어요!, 당신을 믿어요!”와 같은 응원이었다면 사실 와닿지 않았을 것 같았다.

 상사의 말의 요점은 “당신에게 맡긴 건 우리가 판단한 우리의 몫인 거고, 당신은 그 고민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더 잘되게 할지를 고민해라”였다. 

 저마다의 용기와 자존감을 높이는 말이 따로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말이 잊히지 않고 지금까지도 생각나는걸 보면 꽤나 도움이 되었나 보다. 무엇보다 시켜놓고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은 없을 것 같아서 안심도 되었던 것 같다.


 직접적으로 저런 피드백을 듣지 못했더라도 실제로도 그렇다. 맡겼을 땐 맡긴 사람도 일부 책임이 있다. 특히나 회사처럼 철저하게 조직구조로 되어있는 곳은 더 그러하다. 당신에게 일을 맡겼다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 그 상황에서 적임자라는 여러 계산과 판단하에 맡겼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고민을 하더라도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할 시간에  '어떻게 더 맡은 업무의 목표를 달성시킬 수 있을까 '와 같은 고민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많은 고민 끝에 나는 재입사를 결정했고, 이에 대한 마음가짐은 다음처럼 단순하다.

이전의 나보다 더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하고 고민할 시간에, 나에게 맡겨진 프로젝트와 서비스와 유저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하기로 한다.

끝으로, 여러 선택지 중 재입사가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객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시선이나 부담감에 주저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다시 돌아갔을 때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진작 이미 끝났어요.

당신은 이제 맡겨질 당신의 일을 치열하게 가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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