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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스카프 Jul 27. 2021

#감기

봄 냄새..



방비엥의 해질 무렵


2017년 4월의 둘째주 한국은 사순절 기간이었고 라오스는 최대 명절인 물축제가 열리는 기간이다. 특유의 봄 냄새가 온 몸으로 느껴지는 이 맘 때 즘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고질병이 있었으니 바로 '역마살'이다. 이 병은 그 어느 불치병보다 고치기 힘든 병임에 틀림없다.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는 손놀림이 점점 빨라진다. 제일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찾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은 아직 한번도 나를 배신한 적이 없다.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엔을 거쳐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의 꽝시 폭포를 둘러 보는게 이번 여행의 목표다. 평소 나는 여행길에 오를 때, 특히 유럽이나 장시간 비행을 해야 일정의 경우 짐을 꼼꼼하게 싸는 버릇 때문에 여행가방은 늘 한달정도 열려 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짧기도 했지만, 쌀 짐이 별로 없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그래도 일주일 가까이 집을 비우는데 여행을 다녀오면 깨끗한 집에서 편히 쉬고 싶었다. 사람은 살던 대로 살아야 하는데... 라오스로 떠나기 전날 나의 컨디션은 최상에 가까웠다. 그리고 집 안의 모든 창을 열고 열심히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는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싣을 수 있겠구나~ 


#감기

공항에 도착한 내 몸이 이상한 신호를 보낸다. 목이 따끔거리고 콧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감기'다. 감기라는 녀석은 약을 먹어도, 먹지 않아도 2주는 몸에 붙어 있는다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아픈건 괜찮은데 함께 여행하는 친구가 불편할까 내심 걱정이 되어 공항 약국에서 감기약과 피로회복제를 일주일치 챙겨 비행기에 올랐다. 비엔티엔에 도착하자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걱정이 몰려온다.

 '꽃보다 청춘'은 라오스를 젊은이들의 여행 지상낙원으로 만들었다. 값싼 물가와 라오스의 다양한 엑티비티가 그것이다. 한국인 젊은 여행자들이 꼭 들른다는 한인쉼터에서 우리의 첫 라오스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이곳에서는 한국인 여행자들을 위해 정보 제공은 물론 무료 커피제공, 값싼 숙박비와 짐까지 보관 해주는 정 많은 한인 아저씨가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다.  우리는 여기서 방비엥으로 가는 버스와 거기서 다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기로 했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까지 가는 거리가 꽤 멀기도 하고 숙박비를 아낄 겸 우리는 슬리핑버스를 이용하기로 했지만, 라오스 최대 명절인 물축제로 인해 슬리핑 버스는 운행하지 않는 다고 한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일이 없다고 하더니 나를 두고 하는 말인것 같았다. 호텔 예약 사이트는 이미 다 매진을 알리고 있었다.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리는 방비엥으로 향햐는 버스에 올랐다. 

라오스의 열대과일

감기는 약을 먹어도 낫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방비엥에 도착한 하루는 종일 비가 내렸고, 비를 맞으며 뚝뚝이를 타고 산 기슭에 숨어 현지인들만 찾는 다는 블루라군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부터 사가지고 온 약은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으니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비를 맞고 물놀이에 정신을 빼앗겼던 40대의 몸은 감기를 앓고 있다는 것을 잠시 잊은 듯 했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감기 또한 그렇다. 스트레스로 지치고 힘든 몸은 좀 쉬게 해달라고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신호를 애써 무시하다 결국 시계바늘의 초침이 건전지의 힘을 다 빨아들여 멈출 때 까지 쉼을 아끼며 살아간다. 고장난 저울에 삶의 무게를 달아 보려했던 어리석은 시간들이 깊은 한숨과 함께 사라져 간다. 그리고  낮선 곳에서의 하루는 또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두번째 블루라군(이곳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라군으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                                        

두번째 블루라군(이곳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라군으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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