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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스카프 Jul 27. 2021

#불면증

찰나의 시간.. 때


나는 가끔 불면증에 시달린다. 어쩌다 운이 좋으면 베개 위치만 바꿔 해결 되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 눈을 감은채 잡념인지 꿈인지 모를 이상한 상태에서 아침을 맞이 한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비록  눈을 감아보지도 못 한 채 밤을 꼬박 새웠지만 부담없는 일요일이다. 주일 예배는 이미 포기했다. 부디 나의 신이 이해해 주시길 빈다.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 집 새벽에 새 지저귐이 먼저 찾아왔다. 먼치킨 고양이가 새벽을 맞으러 베란다에 나갔다가 나의  움직임에  놀란다. 그러나 금새 다시 자리를 잡고 하던 일에 집중한다. 고양이 보리의 혼자있는 시간을 내가 방해한 듯 하다.


새벽 명상에 빠진 고양이

10년 쯤 되었을까... 이 이유도 없는 불면증이 나를 한달이나 괴롭힌 적이 있다. 분명 나의 신께서는 사랑하는 자녀에게 잠을 허락하신다고 하셨는데.. 갑자기 설움이 몰아쳤다. 그런데 이상한건 요즘도 가끔 찾아오는 이 녀석이 그 때 처럼 서럽지는 않다. 언제부터인가 '때'라는 의미가 내가 찾고 싶다고 찾아지는 것도, 잡고 싶다고 잡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기다림'을 온전히 받아 들이게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분명 잠은 올 것이다. 2019년 크로아티아 여행을 앞둔 일주일 동안은 설레임으로 잠을 잘 수 없었다. 불면증이나 잠을 못 잔다는 것은 분명 같은 상황을 말하는 것인데 '설레임'이란 단어가 앞에 붙는 순간 그 의미가 확 달라진다. 불면이 행복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단잠

여행을 기다리는 설레임으로 잠을 못잔 탓인지 자그레브 행 비행기 안에서 내내 잠을 잤다. 두번을 갈아타야 하는 비행 일정에도 일행 중 제일 많은 잠을 잤던 사람은 나였다. 크로아티아에서 렌트를 했지만, 자그레브는 두 발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 자그레브 로빈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동네를 둘러둘러 정류장을 찾아간다. 가는 길에는 샹드리에가 예쁜 레스토랑도 보이고, 작은 구멍가게도 보인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맥주 한잔에 정답게 수다를 떨 수 있는 펍들도 군데군데 눈길을 사로잡는다. 갑자기 이 동네 사람이 되어져 보고 싶어졌다. 하루 여행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농익은 가을 하늘의 해가 점점 빛을 잃어간다. 숙소에 들려 잠시 숨을 돌리고 펍에 가려고 일행들이 준비하는 사이  나는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다음날 까지 잠을 잤던 것 같다.

자그레브 로빈근처의 작은 마을의 첫 시작


농익은 가을 하늘과 자그레브의 '해'

#때 (찰나의 시간)

어떤 '때'는 찾아도 찾을 수 없다가 갑자기 찾아올 때가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제 때' 라고 말한다. 저마다의 기회와 순간의 찰나가 있다는 말이다. 마흔이 되기 전 까지 나는 내게 오지 않는 '때'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았다. 그리고  마흔의 정가운데 서 있는 나는 기다림으로 살아간다. 밤을 꼬박 새운다고 서러워 하지 않는 것은 그 뒤에 '단잠'이라는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 오지 않는 '잠'을 굳이 청하지 않는 이유다. 대신 나는 지나간 기억의 일부를 한장의 글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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