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시험, 진입해도 될까요?

수험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참고하면 좋을 몇 가지 생각들

by 쿨럭쿨쿨럭

의도치 않게 수험생활을 오래 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라지만 경험한 입시만 대입, 편입, 대학원 입시 세 번에 지금 진행중인 대학원에서의 수험생활까지. 수험기간이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 6년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종종 여러 경로를 통해서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진입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즉 ‘본인이 이런저런 상황인데 이 시험에 진입해도 괜찮은지’로 요약되는 질문을 많이 받아봤고 그때마다 골몰하면서 몇 가지 생각들이 확고해졌습니다. 혹시나 도움되실 분들이 있을까봐, 그리고 제가 잘못 생각했다면 가감없이 지적받고 향후 비슷한 질문에 답변을 드릴 때 참고하고자 이를 공유해봅니다. 또한 모든건 제 개인적인 사견에 불과하니 내용을 잘 걸러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1. 경제적 전망은 변할 수밖에 없다.

이미 각자의 뜻을 세운 분들께 주제넘게 조언할 일은 없습니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경우는 진입할지 고민을 하는 분들입니다. 어려운 수험생활에도 왜 굳이 진입하려 하시냐고 여쭤보면 보통 ‘해당 직업이나 학교가 그냥 좋아 보인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왜 좋아보이냐고 문답을 되풀이하다보면 결국 가장 흔한 동기는 막연한 선망과 높은 경제력입니다. 수험생활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대입과 같은 입시든 고시류의 선발시험이든, 보다 나은 (경제적) 조건을 위해 현재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가 과거와는 다르듯이, 미래도 현재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해당 직업의 위상이 높더라도 미래에는 보다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의대의 위상은 지금만큼은 아니었고, 사법고시 시절의 변호사 연봉은 현재 로스쿨 체제의 연봉보다 월등히 높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의대의 위상은 독보적이고 변호사의 월급은 유의미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시장은 변합니다. 그 흐름을 예측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재능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전업투자를 하시는 게 더 좋겠죠. 따라서 그저 막연한 선망과 높은 연봉만을 기준으로 가볍게 진입한다면 다사다난한 수험생활 속에서 방황할 확률이 높고, 그 결과가 좋더라도 언젠가 남들과 비교하고 후회할 순간이 올 개연성이 충분합니다. 미래에 내가 택한 직업보다 더 높은 연봉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직업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직업시장은 유동성이 그 본질입니다.

2. 변하지 않는 건 그 직업의 속성이다.

그럼 대체 뭘 보고 결정해야 하는가가 문제되는데, 저는 최소한의 경제력과 그 직업의 본질을 꼽습니다. 위에서 시장 상황은 변한다고 그렇게 얘기해놓고 왜 다시 경제력이냐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 얘기하는 건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력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충분한 벌이 없이 행복이나 자아실현을 논하는 건 무책임합니다. 본인의 연봉이 스스로의 기준보다 낮더라도 쉽게 순응할 수 있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하겠습니까. 해당 시험에 진입할 때, 이 시험을 통해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벌이를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보다 때로는 더 중요한 것이 직업의 본질입니다. 시장 상황이 변하더라도 그 직업 고유의 업무, 즉 근본적으로 무엇을 하는지는 변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예시로 든 의료시장이나 법조시장 상황이 달라질 순 있겠지만, 의사가 의료행위를 하고, 변호사가 법률사무에 종사한다는 고유성이 변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평생을 해당 직업으로 먹고 살수도 있는 만큼, 수험생활에 진입할 때는 해당 직군에 대한 어느 정도의 조사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 직업이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지, 업무 영역은 어디까지인지, 향후 진로나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정보를 충분히 얻고 판단해야 합니다. 적어도 내가 해당 직업이 하는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의 정보도 없이 언제 끝날지도 모를 수험생활에 진입한다는 건 스스로에게도 무책임한 일입니다.


3. 해야할 일인지 고민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인지를 넘어서, 이 시험에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확신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수험생활은 정말로, 정말로 힘들기 때문입니다.

수험생활은 일종의 수도원 생활과 비슷합니다. 본인의 욕망과 쾌락(술, 친구들과의 약속, 우리가 통상적으로 ‘노는 행위’라고 부르는 것)을 억누르고, 고통(공부)만을 좇아야 합니다. 때로는 공부가 잘되는 날에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은 짧습니다. 모든 나머지 시간은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는 과정입니다. 지금을 희생해서 미래의 행복을 산다고도 하는데, 그 희생하는 것에는 건강도 포함됩니다. 우울증, 디스크, 대사증후군 셋 중에 하나를 달고 나가지 않으면 수험생이 아니라는 오랜 격언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행복과 멀어지는 길이고 지나치게 괴로운 과정입니다.

감정적인 부분을 떠나서도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수험생활 동안 벌어지는 격차가 절대 가볍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무원 시험이나 고시류의 시험이라면 성공한 뒤에 안정적인 급여를 탈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3년 일찍 취업을 했다면 3년 치의 연봉을 받았겠죠. 그리고 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만큼 경제적 독립, 내 집 마련과 결혼 준비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남과 비교하는 동물입니다. 친구들이 취직하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집을 사거나 결혼하는 동안 본인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됩니다.

무엇보다 내 인생에 가장 젊고 아름다운 청춘을 흘려보내면서도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충분히 고민해 보셔야겠습니다. 기왕 진입했다면 최선을 다해 성공만을 좇아야 하지만, 진입하기 전이라면 내가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는지, 성공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난 이 시험을 쳐봐야만 하겠는지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도전하는 과정을 넘어서, 내 인생에서 해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도전해본다면 후회할 확률은 낮아질 겁니다.


4. 본인의 상황은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

가끔 본인의 경제적 상황이나 특수한 개인사 때문에 고민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질문은 답변을 드리기가 어려운데, 전 근본적으로 타인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잘 설명한다고 해도 본인의 상황에서 겪는 압박감과 어려움을 남이 온전히 공감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공감을 잘한다고 해서 판단을 대신 해드리는 것이 옳은 일도 아닙니다. 우리는 다 큰 성인이고, 본인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험에 진입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오롯이 스스로의 몫이여야 합니다. 그 과정을 가족, 친구, 선배, 그 누구도 대신해줘서는 안 됩니다. 남이 대신 결정해준 선택의 결과를 본인이 오롯이 수긍할 수 있겠습니까. 타인이 도움을 줄 수 있고 줘야 하는 부분은 정보의 전달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라면 합격하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혹은 수험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등을 문의하시고, 이러한 정보를 축적하는 것이 오히려 판단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다소 두서없고 난잡하기도 하고, 욕심이 과해 글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취업시장이 어려워지다보니 수험생활을 염두에 두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느낌인데,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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