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활 상담일기

수험생활 중 상담을 받게 된 건에 대해서

by 쿨럭쿨쿨럭


금번에 생활권이 신촌역으로 옮겨졌고, 이후 공부 중에 호흡이 곤란하고 몸이 오그라드는 증상(이하 ‘해당 증세’라고 하겠습니다)이 나타난 적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그날부로 근처 상담센터에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덕분에 지금은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진료 등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이 팽배하기에 굳이 이 사실을 가족 외에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구태여 글을 남기는 까닭은, 사소하게는 이 플랫폼에서는 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기 때문이 하나고, 주된 이유는 제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후자는 약간 아리송하실텐데, 풀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제 판단(후자)은 다음 두 가지 사실에 기초합니다.


첫째, 글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해당 증세 직전까지 저는 지병으로 인해 다양한 신체적 검사를 진행한 바 있고,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므로 해당 증세는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나타난 증상일 개연성이 높습니다. 이는 곧 부정적인 사고와 우울기제를 충동하는 N개의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뜻이고, 해당 요소들을 명확하게 확인·분석하고 대처하는 것이 치료의 방법이 됩니다. 이때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에 동원되는 가장 대중적인 상담 기법 중 하나는 내담자가 스스로 글을 작성하게 하는 것입니다. 내담자는 글을 쓰면서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이 드는지’를 정리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부정적인 사고들을 발견하고, 상담자와 함께 그 근원을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현상의 정확한 원인을 아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입니다. 저는 글을 통해서 제 내면을 관조하며 문제 해결에 나아갈 수 있습니다.


둘째, 글을 공유하는 것으로 저는 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습니다. 저는 공감능력이 높은 편이지만 그 능력을 타인에게만 사용합니다. 예시를 들어보자면 ‘친구가 시험을 망쳤다’는 말에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정서적 위로를, 술 한 잔으로 물질적 위로를 건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시험을 망쳤을 때는 ‘니가 그럼 그렇지’하는 차가운 생각만 들고 자기비하로 일관하곤 합니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타인의 칭찬마저 받아들이기 힘든 성격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상담내용과 그에 대한 생각을 적다보면, 습관적으로 뱉는 자기비하적 표현들이 제 대출채무마냥 여기저기서 튀어나올게 뻔합니다. 이를 방지할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타인이 이 글을 볼 수도 있게 만드는 거죠. 누군가가 내 글을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혹시라도 자신과 유사한 상황이라 몰입해 읽고 있다면 나는 어떤 생각과 표현을 덧붙일 것인가. 기존처럼 자신을 채찍질하고 함부로 대하는 빈도는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타인이 이 글을 볼수도 있다는 사실은 제 사고와 표현을 긍정적인 의미로 제한합니다.


결론적으로, 기존에 제가 중구난방으로 쓰던 글들 보다는, 향후 상담하면서 겪었던 일들과 그에 대한 제 단상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제 내면의 안정을 위해서 쓰는 글들이지만, 읽는 분들 중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좋은 저녁입니다. 다들 Peace!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입시,시험, 진입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