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 패싱논란 비평

때로는 어떻게 보이는 지가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by 쿨럭쿨쿨럭

2021년 12월 1일자 작성된 글입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대표 패싱논란이 불거지며, 대선을 앞두고 당대표가 잠적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11월 29일, 이 대표가 윤석열 후보의 세종 일정에 자신이 동행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28일 오전 9시에 기사가 난 뒤에 언론에서 문의가 왔고, 오후에야 실무진에게서 연락을 받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당일 밤, 이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때부터 이 대표는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11월 30일, 오전에 국민의힘은 공보실을 통해 이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후 윤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권성동 사무총장에게 한번 만나보라고 얘기했다며, 패싱논란의 원인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다. 후보로서 내 역할을 하는 것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언론에 보도된 사실들을 기반으로, 필자가 가지게 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국에서 정치인 ‘이준석’이 가지는 의미를 고려할 때, 두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먼저 당대표로서의 이준석은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공당의 대표라는 직함은 가볍지 않습니다. 공정한 선거를 통한 민주적 정당성이 주어지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당선된 그 순간부터, 이준석 대표는 개인이라기보다는 그를 지지하는 수많은 유권자들의 상징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당대표 이준석’은 국민의힘의 이미지 그 자체입니다. 이제 대선 기간이 되어 윤 후보의 존재감이 더 커졌지만, 일반인이 ‘국민의힘’을 생각할 때 이 대표의 얼굴도 한켠에 아른거릴 겁니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당대표가 선대위 일정을 공유받지 못하는 것도, 본인이 동행한다는 사실을 언론에서 확인하고 오후에야 실무진의 연락을 받는 것도 이해가 안 갑니다. 물론 저도 당무우선권이라는 개념은 알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헌 74조 (후보자의 지위)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선거일까지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

그런데 이 조항에 당대표라는 직함을 반납하라고 써져 있지는 않습니다. 즉, 해당 규정은 효율적인 선거운영을 위해서 대선후보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라는 지시이지, 당의 상징인 대표를 무시하거나 소외하라는 의미가 아닐 겁니다. 당대표는 부하 직원이나 아랫 사람이 아니라 협력해야 할 파트너에 가깝습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 대표의 문제제기를 두고 "실무적인 차원에서 흠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대표가 일정과 관련해 지적했던 부분이 사실임을 인정한 것이고, 적어도 실무진 차원에서의 실수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당대표에게 결례를 범한 것 치고는 주요 책임자의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고, 비공식적으로 잘 봉합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습니다. 외부인의 시선에선 ‘당대표 이준석’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더 나아가 청년 정치인으로서의 ‘이준석’이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 정계는 좋게 말해 보수적이고, 거칠게 말해 ‘노인들만의 리그’였습니다. 적어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30대 정치인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주요정당의 당수가 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청년을 대표할 정치인이라는게 전무한 현실 속에서, ‘이준석’은 당대표이기 전에 앞서서 젊은 정치인입니다. 젊은 유권자가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 정치인이자, 그들을 실질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연령대가 20대나 30대인 정치인들이야 있지만, 정치인 이준석의 영향력과 스타성을 능가할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30대 당대표의 탄생은 한국 정계에도 능력만 갖춰진다면 청년이 진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할 때, ‘청년정치인 이준석’은 여야를 떠나 한국 정계의 희소한 자원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다음 글에서 후술하겠지만, 당해 사건에서 이 대표에 대한 기성 정치인들의 태도는 몹시 무례하거나 무책임합니다. 이 대표의 발언을 술주정으로 치부하며 수습하려는 발언이나, 패싱은 선대위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는 발언, 떼를 쓰고 있다는 발언이 특히 그렇습니다. 국민의힘의 정치인들은 이 대표를 동료 정치인이 아니라 타일러야 할 아이나 철부지로 취급하는 듯 합니다.


여러모로, 이 대표가 본인의 위치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 진실이 어떻든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대표를 본인과 동일시하는 2030세대의 상당수가 이탈할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윤 후보가 상대적으로 청년층 지지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에겐 뼈 아픈 현실이겠습니다(물론, 국민의힘은 사안의 중요성을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청년을 위하겠다고 약속합니다. 특히 윤후보는 30일, 청년 보좌역을 모집한다며 청년을 선거용 장식품으로 잠깐 쓰고 버리지 않고 국정의 파트너로 삼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와 가장 가까운 청년이자, 주요 정당의 당대표마저도 품고 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윤후보의 약속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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