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 패싱논란 비평2

장예찬 전 특보 페이스북 편지를 중심으로

by 쿨럭쿨쿨럭

12월 3일자로 작성된 글입니다.



이준석 패싱 의혹이 결국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12월 2일 어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가 당무에서 배제된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후보가 선출된 이후 당무를 한적이 없고, 구체적으로는 당 사무총장이 교체된 이후 딱 한건 이외에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준석이 당무를 거부한다’는 개념이 성립될 수 없고, 당무는 공백 없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을 걸로 생각한다고 발언했습니다. 한편 서울 복귀에 관해서는 윤 후보에게 무엇을 요구한 적도 없고, 윤 후보와 상의한 적도 없기 때문에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날선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12월 3일 오늘, 오후 2시 40분경 윤 후보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이 대표를 만나러 울산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사태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윤후보측 관계자들의 각종 발언과 인터뷰를 보며 소위 ‘윤석열 선대위’의 상황 인식에 대한 우려를 금치 못했습니다. 몇몇 윤후보 측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기본적으로 1) ‘이 대표가 주인공을 하려고 한다’, 2)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이 대표가 양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당 주장을, 특히 장예찬 전 특보의 페이스북 편지를 위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오늘자 분석 대상은 12월 2일자 페이스북 공개편지입니다.


‘당대표 패싱’을 몰랐다면 무책임하고, 알았다고 하면 악의적입니다.

장 전 특보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편의상 구분을 위해 편지 전문의 문단을 나누고, 문단마다 제 분석을 덧붙이겠습니다.

준석이 형, 형은 37살의 청년 정치인이 아니라 제1야당의 당 대표입니다. 청년이 아닌 당 대표로 대우해 달라는 형의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취중 페북으로 폭탄발언을 하고, 갑자기 칩거에서 부산-순천을 오가는 행보를 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목전에 둔 제1야당 당 대표다운 행동이 아닙니다. 평소에는 당 대표 대우를 해달라고 주장하다가 불리하면 37살 청년이니까 이해해 달라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형답지 않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지만, 선대위 구성이든 홍보 분야든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다면 정면돌파로 들이받는 게 이준석 스타일 아닙니까? 지금처럼 ‘^_^p’만 남기고 어떤 연락도 받지 않는 것은 이준석답지 않습니다.

해당 문단에서 드러나는 장 전 특보의 인식은 모순적입니다. 이 대표의 행적을 제1야당 당대표답지 않다고 비판하는데, 반대로 국민의힘은 제1야당의 당대표를 당대표답게 대우했습니까. 당대표의 권한이 존중받지 못하는데 그 의무를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이 대표는 ‘청년이니까 이해해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 사태를 당 대표로서의 항의성 시위로 이해할지언정, 청년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폄하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지만’이라는 무책임한 문구는 넣지 않는게 더 좋았겠습니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저런 충고가 나오지’라는 말을 듣기 딱 좋습니다. 무엇보다 당대표와 어떤 상의도 하지 않고 당무에서도 배제시켰는데, 어떻게 정면 돌파를 할 수 있습니까. 게다가 이 대표는 정치경력이 10년 된 프로입니다. 정치의 기본이 토론과 설득인데, 설마 대화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안했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준석이 형, 정권교체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더라도 주인공은 후보입니다.
당초 형이 구상했던 그림과 다른 방향으로 대선이 흘러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후보의 뜻을 존중하며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어야 할 조연입니다. 이번 한 번만 형의 정치에서 주인공 자리를 후보에게 양보할 수 없나요. 민주당처럼 이재명학을 공부하는 전체주의 선거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당 대표로서,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으로 쓴소리 마음껏 하고 형의 뜻대로 캠페인 하세요. 다만 이견을 방송에 나가서 이야기하기 전에 후보님 또는 사무총장님에게 수면 아래에서 딱 한 번만 먼저 이야기하며 조정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이 문단은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장 전 특보가 사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장 전 특보의 주장은 타 인터뷰에서 천하람 변호사가 지적한 바 있듯이, 국민의힘의 전통적 지지층에서 이준석 대표를 비판하는 시각과 동일합니다. 이준석 대표가 자기가 주인공 하고 싶어서, 자기가 관심받고 싶어서 저러는 것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선거는 후보의 무한책임이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왔습니다. 오늘 언론에도 재차 “후보는 우리 당의 최고 지휘관이고 그리고 우리 당에서 누구도 후보를 검열하고 주변에서 휘두를 수 없습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대표 패싱을 인정하는 자리에서도 원톱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실제로도 선대위에서는 본부장을 맡아 실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종합해보면 이 대표는 계속해서 후보의 지휘 권한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도 낮은 위치에서 임하고 있는 겁니다. 홀대받고 소외당하던 이 대표에게 ‘주인공 자리를 후보에게 양보하라’는 말이 어느 맥락에서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번 선거에서 이 대표에게 주인공 자리는 커녕 경력에 맞는 적절한 배역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사태의 본질은 사소한 자존심 싸움이 아닙니다. 이 대표가 말했듯, 당대표를 대통령 후보의 부하처럼 대하는 기성 정치인들의 무례함입니다.

정말 목숨 걸고 정권교체 하고 싶습니다. 이재명 같은 인격 미달의 독재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저는 아마 방송을 접고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떠나 이역만리에서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가지게 될 겁니다. 정권교체를 위해 인생을 건 사람이 어디 저 하나겠습니까.

준석이 형, 후보께서 출구 전략을 열어주길 기다리고 있죠? 그런데 아닙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한민국의 미래와 비전을 설파하며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후보가 당 내 갈등 때문에 형을 찾아 부산, 순천, 여수, 다음 어딘가를 찾는 게 말이 안 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후보는 일하는 모습, 대한민국의 내일을 준비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야 합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정권교체를 위해 형이 자존심을 꺾어야 할 때입니다. 형은 이제 37살의 청년 정치인이 아니라 제1야당 당 대표이기 때문입니다. 곧바로 당무에 복귀하고,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선포해주세요. 전화기 꺼놓고 잠행하는 게 아니라 선대위 안에서 다양한 의견 표출로 건강한 정당인 국민의힘의 저력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후보와 실무진이 짧은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인 2박 3일의 충청 일정이 당 내 갈등으로 묻히는 게 너무 안타까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지경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정권교체 못 하면 이 모든 게 무슨 소용입니까? 오직 정권교체. 그것 하나만 생각해주길 부탁하고 또 부탁드립니다.

해당 문단의 내용에 대해 첨언하겠습니다, 이 대표가 더 꺾을 자존심이 있는가는 별론으로 치더라도,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태도는 옳지 않습니다. 정권교체를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식의 태도는 반대로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상관없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대의를 위해서 소(小)는 희생해도 된다는 주장은 구시대적일 뿐 아니라 다원주의, 민주주의 사회에 적합한 논리가 아닙니다. 또한 유권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네거티브 선거는 자극적이지만, 호소력이 약합니다. 쟤는 안 되니까 내가 되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단기적으로 먹힐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청년층 유권자를 설득하기에는 부족합니다.

Q. 왜 윤석열을 뽑아야 합니까?
A. 이재명은 안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이건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이 아닙니다. 굳이 ‘이재명은 안 된다’는 식의 논리를 밀고 가려면 단순히 이재명을 비판하는데 멈추지 않고, 최소한 ‘윤석열은 이재명과 다르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윤후보측은 이재명의 단점을 나열하기에 바빴지 ‘윤석열’이 가진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이 이재명과 다르지 않다면 굳이 정권교체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정권교체 프레임은 호소력이 짙은 게 사실이지만, 윤 후보측이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목숨 걸고 정권교체 하고 싶다’는 장 전 특보의 말은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왜 정권교체를 해야하는 지를 온전히 설득하지 못하니 이게 ‘정권교체’인지 ‘정권교대’인지 헷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정권이 교체되면 사회가 나아질 것이라는 점을 납득시키지 못하니, 과연 정권교체가 목숨걸고 추구할 가치가 맞는지에 대해 회의적일 수 밖에요.

혹시라도 그 길에 제가 방해가 된다면 얼마든지 사라지겠습니다. 준석이 형, 형이 정권교체의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될 거라 믿습니다. 저는 양쪽에서 욕 먹는 것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윤석열과 이준석이 함께 손잡고 만들어갈 정권교체가 중요할 뿐입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이재명 정부를 막는 게 지상최대의 과제입니다. 아무 조건 없이 당장 서울로 돌아와 정권교체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선포해주세요. 형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닙니다. 고래를 밀어주는 파도입니다. 지금 당장 파도의 역할을 하라고, 정권교체를 간절하게 열망하는 국민들을 대신해 말씀드립니다.

해당 문단은 마무리 하는 부분이라 크게 덧붙일 말은 없습니다. 다만 그 전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비평하고자 합니다. 이재명 정부를 막는게 지상최대의 과제라는 부분과, 아무 조건 없이 돌아오라는 요구가 마음에 걸립니다. 대선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 적절한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그래서 대선은 늘 꿈과 희망을 노래해야 합니다. 후보는 어떻게 나라를 발전시키고 개혁시킬 것인지를 말하고, 유권자는 본인의 소신에 따라 투표할 때 가장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고 기울어진 국운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 특정인의 정부를 막는게 지상최대의 과제라는 말은 너무 가볍습니다.

그리고 ‘아무 조건 없이 돌아오라’, 이 말은 결국 이 대표가 일방적으로 양보하라는 말로 들립니다. 이번 사태는 결국 당대표에 대한 적절한 존중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그러니 적절한 존중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일 겁니다. 무조건적으로 돌아오라는 요구는 이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해법입니다.


장 전 특보는 타 인터뷰에서 지적된 바 있듯이, 일반 유권자에게는 윤 후보측 주요 관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장 전 특보의 모든 말과 행동은 모두 윤석열 후보와 연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선거에서 관계자의 모든 행동은 결국 후보를 위해 도움이 되야 합니다. 그 의도가 어찌되었건, 해당 편지는 이 대표에 대한 무조건적 양보를 요구하며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편지를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는 매체에 올리는 것이 과연 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윤후보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장 전 특보는 어쩌면 이 편지 때문에 선대위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해도, 그래도 이 말은 꼭 해야겠다며 편지를 올렸습니다. 선거에서 관계자의 발언은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후보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장 전 특보의 편지는 과연 그러한 점을 고려하고 공개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글을 마무리한 지금 시점, 다수의 언론에 따르면 울산에서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의 만찬 회동이 성사되었다고 합니다. 모쪼록 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의 내부분열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므로, 해당 사태가 잘 해결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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