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라공: 뭐랄까...... 넌 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거지.
블라미디르: (꿈꾸듯이) 마지막 순간이라......(생각에 잠긴다).
그건 멀지만 좋은 걸 거다. 누가 그런 말을 했더라?
에스트라공: 나 좀 안 거들어줄래?
블라디미르: 그래도 그건 오고야 말거라고 가끔 생각해보지. 그런 생각이 들면 기분이 묘해지거든. (모자를 벗는다. 모자 속을 들여다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흔들어보고 다시 쓴다) 뭐라고 할까?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동시에...... (적당한 말을 찾는다) ...... 섬뜩해 오거든. (힘을 주어) 섬-뜩-해-진단 말이다. (다시 모자를 벗고 속을 들여다본다) 이럴수가! (무엇을 떨어뜨리려는 듯 모자 꼭대기를 툭툭 친 다음 다시 안을 들여다보고 다시 쓴다) 결국은.......
공신력 높은 매체인 킹갓위키에 따르면,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극이며, 부조리란 인간의 존재와 그 의미에 대한 물음이라고 합니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극 내내 그저 고도를 기다리며 맥락 없는 대화만을 반복합니다. 그들이 기다리는 고도는 오지 않고, 결국 그 정체가 무엇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습니다. 혹자는 ‘고도’를 신으로, 자유로, 정의로, 민주주의로, 희망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두 사람이 ‘고도를 기다려왔고, 앞으로도 기다릴 것’이라는 사실 하나에 불과합니다.
고도라는 좌표를 관측한 결과는 사람마다 다를 것임을 별론으로 하고, 저는 항상 이 텍스트의 세련된 문장들에 기분이 묘해집니다. 학창시절에도 교과서에 수록된 김광균 시인의 이미지즘을 선호했는데, 나이를 먹어서도 취향이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중 특히 오늘 필사한 부분은 인간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멀지만 좋은 것’이고, ‘오고야 말테지만’, ‘기분을 가라앉게 하면서 섬뜩하게 하는 무엇’입니다. 20대를 졸업하기 직전 라스트댄스를 추는 중이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동이 생기고 정리되는 중인 만큼, 마지막 순간에 대한 두 인물의 대화가 오묘하게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