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천장의 누수에 관한 생각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천장의 누수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흘 전 새벽, 그날따라 늦게 집에 들어간 저는 잠깐동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천장 벽지가 다 떨어져 덜-렁거리며 저에게 인사했기 때문입니다.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뇌와 당황해 굳어버린 몸,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짓눌려 저는 벌벌 떨었습니다. 적어도 그의 인사를 반갑게 받아칠 순 없었습니다.
‘콩쥐야 X대써’ 하던 두꺼비가 생각났습니다. 방바닥은 물로 흥건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급하게 전기코드를 다 뽑아버렸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감전되지 않은게 다행입니다. 순식간에 적법한 임차인에서 수재민으로 전락해버린 저로서는 급격한 신분격차에 허우적거리며 물부터 퍼나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업 중 희생당한 각종 수건과 휴지들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어찌보면 스스로 불러온 재앙입니다. 최근 들어 벽지가 우는 것 같아보였지만, ‘요즘들어 감성적인가 보다’ 하고 넘긴 절 원망했습니다. 내가 적어도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었더라면, 얘기를 들어주고 무슨 일인지 물어봐주었더라면 달랐을까..시간을 돌려서 너를 만날순 없을까..나는 왜 이토록 남에게 무관심했는가..굉장히 미..미...미친놈아 니가 잘못했잖아. 온갖 생각과 후회에 시달리며 물이 떨어지는 곳에 플라스틱컵을 갖다놓고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탄식이 하늘을 가린 밤,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당신은 멀리 제주도에 계십니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500미리짜리 컵이 다 채워져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부족 국가라는데, 이렇게 물이 자연발생하는데 다 무슨 상관일까. 아니, 사는게 다 무슨 소용일까. 하는 부정적인 단상들을 뒤로 하고 민법 제618조, 제623조를 주장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부동산과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돌리고 일이 있어 집을 나섰는데, 이게 웬걸. 금세 해결했다고 연락이 온 겁니다. 지나치게 빠른 해결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등골을 타고 기어옵니다. 하지만 초동조치로 바로 진압하고 억지로 기분을 끌어올리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었으니까요. 언젠가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에, 습기에 신음하는 저 침대마저도, 마르고 안락한 쉼터로 변할 것이라는 꿈입니다. 밤에 똑-똑-거리며 물이 채워지는 양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달라지는- 도에서 미까지 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되는 – 그런 집이 아니라, 안전하다고 느끼고 잠을 잘 수 있는, 그런 집에서 잘 수 있으리라는 꿈.
보통 불길한 예감은 맞다고 하던가요. 불안한 기분에 새벽까지 또 시간을 죽이다 들어간 저의 눈에 비친 벽지가 울고 있습니다. 더 시간을 죽이다 와야 했을까. 그럼 너무 잔인하지 않나. 하는 바보같은 생각들에 빠져있던 제게, 마침 같이 들어간 친구가 말합니다. “너 생각보다 퍽- 공사장같은 집에 살고 있구나.” 이젠 다 포기하고 벽지와 같이 울기로 했습니다. 그리움에 울다 지쳐 잠든 밤.
자고 일어나보니 다시 채워진 500미리, 천장 벽지와 콘크리트로 필터링 됬으니 깨끗하지 않을까? 한사발 들이키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연락을 돌립니다. 다시 올라가보겠다는 관리사무소의 기술자 선생님. 몇시간 뒤, 이번에는 먼젓번과 다른 원인을 지목합니다. 그리고 누수는 본인이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구 하는 너굴맨같은 멘트를 날리시네요. 다시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옵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돌아가는 날까지 천장을 우러러
한 방울 누수도 없기를
벽지에서 떨어지는 방울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젖어가는 전자기기를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임대차를 해지해야겠다.
오늘 밤에도 물이 천장에 스치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