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대한 집착과 강박에서 벗어나기

지속가능성과 장기적 시야 - 수험생활 투병일기

by 쿨럭쿨쿨럭
집착을 한다는 것은 "내 뜻대로 하고 싶다"는 것이고 내 뜻대로 안되니까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 그 집착을 놓으면, 즉 "내 뜻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놓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데 경계에 부딪히면 나도 모르게 또 잡게 된다. "이것도 놔야 하는데......"라고 된다. 놔야 하는데.....하지만 현실은 안 놔진다. 그러면 내 자신에 대해서 괴로워진다.
놓아야 하는데 안 놓아지는 내 자신을 보고 괴로워하는 것은 무슨 병일까? 그것은 놓아야 한다는 데 집착하고 있다. 놓아야 편안해지는데, 지금은 놓는게 아니고 '놓아야 한다'는데 집착하고 있다. 어디를 가야 한다면 가면 되는데, 안 가고 여기 있으면서 "가야 하는데, 가야 하는데"하면 괴로워진다. 가야하는데 안 가고 있으니까 갔어요, 안갔어요? 안 갔다. 그러나 괴롭다. 놓아야 하는데 '놓아야 한다'는 생각만 한다. 뜨거우면 "앗 뜨거"하고 놓아야 하는데 이것을 쥐고 "놓아야 하는데, 놓아야 하는데"하고 있다. 그러니 편안함이 안 오는 거에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제486회 중.


입원을 하면서, 지병이 생긴 원인으로 주치의 선생님과 저는 단 하나의 사실을 지목했습니다. 저는 수험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과 음주 등으로 풀었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딱히 다르게 풀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레 체중이 증가했고 각종 수치가 안좋아지는게 당연했습니다.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방법은 간단합니다. 건강한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으로 본래의 체중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퇴원 이후 저는 이 해결방법에 몰두하였는데, 어느 순간 집착과 강박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복싱을 2시간씩 하고, 20km를 걷는다. 식사는 다이어트식으로만, 그리고 최대한 먹지 않는다.' 저는 이 문장을 꽤 오래동안 실천했습니다. 사람이 맛있는 걸 먹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욕구는 참으면 반동이 옵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일반식을 먹은 날이 있었습니다. 그런 날이면 저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자기혐오에 몸서리쳤습니다. 밥을 먹는 게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너 체중에 지금 밥을 먹어도 되니?'라는 물음을 수도 없이 했지만, 그렇다고 식사를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계속 고통스러울 수 밖에요.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가고 그대로면 스스로를 몰아치고, 빠지더라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 자신을 긍정하는 것에 인색했습니다. 속이 안좋아 토하는 날도 몇번 있었는데, 그때만큼은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체중은 크게 감량했지만 건강해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이 상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데는 긴 시간과 다양한 사람들의 조언,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중 특히 도움이 됬던 말들을 떠올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통 인간의 뇌가 새로운 습관에 적응하기까지 6개월이 걸립니다. 그때까지 이 루틴을 유지할 수 있겠어요? 이건 자신에게 너무 가혹합니다. 일반식 먹어도 괜찮아요. 제 다른 환자들도 그런 식으로 잘 감량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는 장기전으로 가야해요."

"집착을 버려야 해요. 자연스러운 감정과 욕구를 인정해야 합니다. 어떤 감정이 들면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그걸 억누르지 말아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느끼고, 거기에 빠져도 보고, 표출하고, 흘러가게 내버려두세요.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마세요"

위는 한 의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고, 밑은 상담심리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저는 제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분노가 컸습니다. 과거에도 수험생활 중에는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걸 알면서도 몸이 이 상태가 될 때까지 관리하지 않은 제 자신에 대한 화, 내가 쉬고자 할 때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이 저를 지배했습니다.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루틴은 실제로 일종의 자기 처벌로 기능했습니다. 감량의 속도보다는 방향이, 나아가서는 궁극적으로는 건강의 회복이 가장 중요한 것을 알면서도 기를 쓰고 무시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다행히 저 말씀들을 들었고, 곱씹으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후 저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노력했습니다.


1.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그안에 침잠하기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상태는 객관적으로도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장 터진 건강문제에, 학업의 압박과 기타 신변에 영향을 미친 잡다한 문제들까지. 제가 부정적인 감정 - 특히 화와 억울함 - 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상황을 인정하고, 그 감정들을 온전히 느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제서야 응어리진 감정들을 흘려 보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과한 루틴에 대한 강박은 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원인이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2.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기

감정을 해결한 뒤엔 이성을 공략할 차례입니다. 각종 다이어트에 관한 기사와 전문가 칼럼들을 찾아봤습니다. 특히 상기한 바와 같이 말씀하신, 식단 관리를 도와주시는 의사 선생님께서 여러 사례를 인용하시며 '식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로 부정해서는 안 되고, 어느 정도 충족하면서도 살은 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셨습니다. 감량은 1주일에 0.5 정도가 적당하며, 그 이상의 단기전으로 가면 몸에 부하가 걸리고 요요가 올 확률이 크다는 각종 학회와 논문들의 입장도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디프로필을 찍은 친구를 통해서, 굶으면 신체가 항상성을 지키기 위해 다음번 식사에서 과다하게 영양을 흡수하고 축적하려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답은 적당한 양의 식사를 꾸준히 하고,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고 칼로리를 소모하는 정석밖에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단기간의 마법같은 감량은 대부분 잠깐의 폭죽놀이에 불과하고, 그 뒤에는 다시 원상태로 회귀하는 공허함만 남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공부에도 인간관계에도 편법이 없듯이, 다이어트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 집착과 강박을 버리고, 그것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도 버리기

이 부분이 가장 모호한 부분이었습니다. 글머리에 인용한 법륜스님의 말씀, 그리고 레이코프의 법칙과 동일한 내용입니다. 집착과 강박을 버려야 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니 코끼리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집착과 강박을 버려야 한다는 집착과 강박. 액자식 구성에 갇혀버리니 탈출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부분만은 최대한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사고 회로를 잠깐 끄고, 다시 전원 버튼을 넣는다는 느낌으로 대처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감정들을 차단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가능한 것은 나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장기적인 시야로 상황을 차근차근 개선해나가는 것 뿐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현재 시점에서 저는 과거보다는 식단과 운동의 강박에서 자유로워졌고, 그렇다고 감량이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제 경험이 집착과 강박에 시달리는 다른 분들의 고통스러운 시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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