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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제주 May 09. 2020

다시 찾은 눈 내리는 제주

그곳에서 비양도를 만나다

협재와 비양도 

    입사 전에  자전거와 함께 찾은 제주의 뜨거운 여름 이후로, 너무 바쁘고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제주를 한동안 잊고 있었다. 일상에 무게에 눌려있다가 1년 반 만에 다시 찾은 제주는 겨울이었고 그 뜨거웠던 여름과는 정반대로 찬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었다. 그 칼바람을 뚫고 찾아간 곳은 제주 서쪽 해안의 협재였다. 협재는 바다 넘어 대륙에서 날아오는 차가운 북서풍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북서풍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는 말이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협재 앞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에 들어가서 섬을 한 바퀴 돌아보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섬의 동남쪽에서는 바람이 별로 안 느껴지는데 반해 북서쪽으로 돌아가면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몰아친다.

협재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 본 비양도
( 좌) 비가 갠 후 무지개 빛이 희미하게 보이는 비양도 (우) 금능해변에서 바라본 비양도

 협재의 한 게스트하우스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도화지 위의 작품 같은 느낌의 신비로운 비양도를 처음 만나게 된다.  푸른 바다 위 떠있는 비양도의 매력은 말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 사실 협재 앞바다에 떠 있는 그냥 특별할 것도 없는 작은 섬인데 묘한 신비감을 준다. 망망대해에 위에 떠있는 섬이 안정감을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문가가 본다면 전문적인 용어를 써서 ㅇㅇ효과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화룡점정이라고 해두려고 한다. 실제로 이곳 협재 해수욕장은 비양도가 큰 파도를 어느 정도 막아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놀기에는 매우 좋은 해수욕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은 비양도를 생떽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으로 본 것 같다. 계속 보고 있으면 섬이 그 코끼리로 보여 신비로움을 더한다.

금능해변에서 바라본 비양도

 협재의 푸른 바다도 아름답지만, 일몰이 그렇게 예쁘다고 하는데 제주의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 완벽한 일몰을 본 적은 없다. 최근의 방문에서도 화창하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며 협재는 나에게 쉽게 일몰의 절경을 허락하지 않았다. 언젠가 햇살 좋은 날에 저 게스트하우스의 창가에 멍하니 앉아 낙조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도 더없이 좋을 것 같다.


눈 덮인 비자림로     

제주의 날씨는 예측할 수 없다. 갑자기 눈보라가 쏟아지는 제주의 도로
갑자기 쏟아지는 폭설과 썰매는 평범한 산비탈을 최고의 눈썰매장으로 만들어준다.

  눈 덮인 한라산도 매력적이지만 눈 덮인 중산간 숲길도 이만한 절경이 없다.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삼나무 숲길은 사진으로는 완전히 표현할 수 없는 새하얀 세상이다. 눈 덮인 한라산이 오로지 하얀 눈만 보이는 마음이 숙연해지는 순백의 세상이라면 삼나무 숲은 빼곡히 들어선 삼나무로 인해 오히려 더 웅장한 매력이 느껴진다.

하얀 눈을 뒤집어쓴 비자림로의 삼나무 숲

 이 날은 원래 사려니숲길을 가고자 했으나,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출입이 통제되는 바람에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그 일대의 눈 덮인 삼나무 숲과 중산간을 원 없이 감상했더랬다. 혹시 눈 덮인 중산간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경차는 끌고 가지 않기를 바란다. 아니 사실은 웬만큼 눈이 오면 올라오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눈이 오면 중산간을 올라가는 입구부터 스노체인이 없으면 못 올라가게 하거나, 눈이 더 많이 오면 모든 차량을 통제하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진다. 내가 갔을 때는 그 정도로 온 것은 아니었지만, 용감하게 눈길을 올라온 경차 한 대가 눈이 쌓여있는 곳으로 잘 못 들어갔다가 헛바퀴를 돌며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도 보았다. 아무리 제설을 해도 차가 미끄러지고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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