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nuk Park Mar 15. 2019

독학으로 논문 쓰는 안내서

5. 논문의 종류

#남의 학위논문 참고는 때로 독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논문의 종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논문에도 등급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아마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 기준으로 설명해 보겠다. 아마 논문 하면 맨 처음 떠올리는 것은 학위논문이다. 검은색 하드커버로 된 졸업한 선배들이 주고 간, 지금은 컵 받침으로 쓴다는 전설의 논문이 그것이다. 학위논문이 석사학위논문, 박사학위논문이 있다는 것은 아마 다 알 것이다. 흔히 논문 쓸 때 학위논문들을 참고하는 경우도 많은데, 뭐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이것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석사학위 혹은 박사학위 논문을 쓴 사람은 그 사람 평생 논문을 1편 정도 써보는 사람이 낸 것일 수 있다. 그것을 참고하는 것이다. 참고자료로 의미는 있으나 그 학위논문에서 제공되는 정보가 정확하지 않거나 표절되었거나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참고하려면 가급적이면 비슷한 주제의 박사학위 논문을 참고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학진등재지라 해도 종류가 많다

다음으로 등재지라는 것이 있다. 정확하게는 학진등재지. 교육부 산하의 연구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학술지를 말한다. 그러니까 등재지라는 말은 한국연구재단에 등재되었다 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등재 후보지라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등재지가 되기 전 단계의 후보에 해당하는 학술지라고 보면 된다. 등재 후보지 단계에서 몇 년간 한국연구재단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충족시켜서 잘 관리되면 등재지로 승격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 등재지가 너무 많다. 얼마나 많은지 알고 싶다면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술지인용색인 홈페이지(https://www.kci.go.kr/kciportal/main.kci)에 접속해서 논문검색을 해 보면 된다. 사실 이게 문제가 돼서 한때 교육부에서 등재지라는 구분법을 없애고 더 엄격한 잣대로 논문을 관리하겠다고 한 적이 있지만 시행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등재지라고 해서 다 좋은 저널이라고 보기보다는 일정한 규격을 통과한 논문들이다라고 보면 더 합당할 것이다. 그래서 등재지에서도 정말 좋은 학술지와 아닌 것이 구분되기도 한다. 보통은 오래된 학술지들이 그 분야의 저명한 저널들이다. 오래되었는지 아닌지는 권호 정보를 보면 된다. 보통 학술지들이 1년에 4번 정도 나온다. 권호는 1권 1호, 2호, 3호, 4호 이런 식으로 찍힌다. 그러니까 40년 된 저널이 있으면 40권 1호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1년에 4번 나오는 저널을 quarterly라고 한다. 그에 비해서 bimonthly 학술지들도 있는데 그것은 1년에 2번을 찍는다. 경우에 따라 1년에 6번 찍는 것도 있다.


IF(impact factor)라는 것이 있어서 논문의 영향력을 수치화한다. 수치가 높으면 더 유력한 저널일 수 있지만 이 구분법은 어찌된 셈인지 국내 저널의 경우 잘 맞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더 나은 구분법은 오래된 저널이 더 좋은 저널일 확률이 높다. 어쨌거나 오래된 저널들은 오랫동안 많은 논문들이 나왔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 대표 학술지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또 저널 이름이 보통 좀 짧은 편이다. 경영학회지, 무역학회지. 이런 것처럼. 이 말이 신생 학술지라고 해서 질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논문을 찾는 방법에 관해서는 다음 편에 쓰도록 하겠다)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술지인용색인(https://www.kci.go.kr/kciportal/main.kci)


그 외에 등재지에 들지 못한 학술지들이 있다. 보통 대학교 학과나 연구소 등에서 펴는 학술지로 목표는 등재학술지로 만드는 것일지라도 일단 인정은 못 받은 저널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등재지인지 아닌지 여부는 한국연구재단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교수들의 실적으로 인정받는 부분도 일단 등재지로 인정받은 학술지부터이기 때문에 등재지 이하는 뭐라고 언급하기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논문 쓸 때 하는 말이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다. 즉 참고하는 자료가 나쁘면 내가 쓰는 논문도 좋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웬만하면 이런 자료도 참고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해외 학술지도 비슷한 구조다

다음으로는 해외 학술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사실 해외 학술지도 국내 학술지 구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학위논문이야 똑같다고 할 수 있고, 해외에는 국내 등재지에 해당하는 SCI 내지 SSCI 저널이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SCI는 science citation index라는 것으로 국제 학술지 중에 인정받는 저널들에 대하여 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Thomson Routers가 관련 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계속 관리를 하기 때문에 어떤 저널은 SCI 저널이었다가 탈락되는 경우도 있다. Nature, CELL 등의 과학이나 생물학 분야 저명한 저널들도 다 SCI 저널이다. 그에 비해 SSCI 저널이라는 것은 SCI 저널 앞에 S, 즉 social이라는 단어가 더 붙은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과학저널이라는 것이다. SCI 저널들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리스트가 제공된다. 아울러 HCI 저널도 있는데 이것은 인문학 분야에 대한 저널을 말한다. SCI 혹은 SSCI 저널에 몇 편의 논문을 실었는가 하는 것은 대학교에서 교수 채용 시에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이다. 실제로 논문 편수에 따라서 점수를 산정하는 기준이 있고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면 교수 채용에 응모하지도 못하게 된다. SCI 저널은 매달 업데이트가 되고 있고 참고가 쉽도록 KDI 라이브러리에서 제공하는 리스트를 링크한다(http://lib.kdi.re.kr/bbs/list/9)

아래 탭 제목을 살펴보면 지속적으로 추가/탈락시켜서 저널 품질을 관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공계통과 사회과학 분위기가 조금 다른데, SCI 저널들은 실험을 하고 데이터를 제시하고 결과를 제시하고 이런 것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 편의 논문에 참여하는 저자 수가 굉장히 많고 또 문장도 그렇게 유려하게 뽑지 않는다. 전에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논문 저자수가 10여 명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긍정적인 예는 아니지만 아마 그때를 떠올려 보면 대충 감이 올 것이다. 한국사람들도 SCI 저널에 꽤 많은 논문을 쓰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에 비해 SSCI 저널은 보통 저자가 많아봐야 4명 정도라고 보면 된다. 통계분석 등은 하지만 다수가 참여하는 실험 같은 것은 별로 없기 때문에 그 정도도 공저자가 많은 편이라고 보면 된다. 또 사회과학이기 때문에 필력이 좀 필요하다. 즉 서론이나 결론 등을 표현하는 문장이 더 유려하게 표현된다. Jounral of Marketing, MIS Quterly 등이 그러한 저널들인데,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학자들이 간혹 논문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SCI처럼 많이 실지는 못하고 있다. SSCI 기준으로 만약에 논문 10편 정도를 쓰고 그중에 1~2편은 탑 저널이라고 하는 저명한 저널에 이름을 올리면 우리나라 주요 대학 교수가 되는 것도 가능한 수준이다.  


#해외 학술지는 생각보다 심사가 오래 걸린다.

그런데 SSCI 저널은 논문을 투고해도 심사기간이 생각보다 길다. 보통 아주 짧아야 6개월이고 1년 내지 2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세계 각지에서 그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기 때문에 대부분 순서가 밀려있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취업이나 실적 제출이 급한 연구자들은 논문이 빨리 나올 수 있는 저널을 찾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그렇게 해서 저명한 저널이 된 경우가 ISR(information Systems research)이다. 이것 역시 탑 저널인데, 사실 MISQ 가 더 오래된 저널이고 ISR은 비교적 신생 저널이다. 그런데 논문이 너무 늦게 나오니까 사람들이 ISR로 돌렸고 저명한 학자들이 많이 실고 좋은 논문이 나오니까 저명한 저널이 되어 버린 케이스이다. 그래서 만약 논문 실적을 많이 내려면 띄엄띄엄 논문 써서는 어려울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별도로 글을 쓰도록 하겠다. 따로 쓸 내용이 자꾸 늘어나는 느낌이기는 하지만)


국내 학술지가 그러하듯 해외저널도(당연히) 랭킹이 있다. 그 랭킹이라는 것은 같은 학술지라 해도 분야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MISQ는 MIS 분야에서는 탑일지라도 경영 분야로 넘어가면 5위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고 유럽에서는 인용이 상대적으로 덜 될 수 있기에 순위가 약간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보통 탑은 그래도 탑이다. 상위 5위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다. 논문 쓸 때는 될 수 있는 한 좋은 자료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비록 탑 저널에 논문을 싣지는 못하더라도 참고하는 것은 탑 저널을 보라는 것이다. 구글에서 "(분야) jounal ranking"을 검색해 보면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참고가 될 것이다. 아래 그림은 information Systems 분야 저널의 권역별 랭킹을 나타낸 것이다.


참고로 SCOPUS 저널이라는 것도 있다. 이게 사실 나도 조금 헷갈리기도 한다. 왜냐하면 스코푸스라고 하는 것은 SCI 전체를 포함하면서 SCI-E 그러니까 SCI 후보지와 후보지도 아닌 저널까지 포함해서 인정해주는 영역이다. 학교에 따라서 SCOPUS 저널을 실적으로 인정하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내가 보기에 SCI가 더 엄격한 잣대이고 SCOPUS를 실적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 참고하는 입장에서는 SSCI나 SCI를 참고하는 게 맞을 것이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진 것 같다. 오늘은 이 정도로 정리하도록 하자.



웹사이트와 저널 목록을 제외한 이미지는 www.pxhere.com의 무료 이미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