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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혜정 Oct 20. 2022

22. 결혼한 바이올린

언니의 바이올린




바이올린만 파고들던 언니가 돌연 결혼을 했다. 바이올린만 품고 살더니 어느 날 시집을 가야겠단다. 언니 선배의 시동생이 나의 형부가 되었다. 어느 대기업의 대리로 취업을 한 사회 초년생이었고 키는 언니보다 두 뼘 정도 더 크고 4남 1녀 집안의 둘째 아들이었다. 눈망울이 커다랗고 그만큼 순하고 착해 보였다. 실제 품성도 그러했다. 부부는 닮은 사람들끼리 만난다고 했는데 언니와 형부는 그리 닮은 모습은 아니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어려운 형편에서 공부를 했다는 것과 이제 막 둘 다 취업을 한 젊은이들이었다는 것이다. 신혼집은 단칸 셋방이었다.


이삼 년이 지나자 언니와 형부는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언니는 바이올린 레슨 선생으로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가르쳤고 형부는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였다. 졸업 후에도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지 연세가 지그시 든 선생님께 가끔 레슨을 받으러 다니기도 했다. 형부의 직장이 있는 낯선 도시에서 시립교향악단에 시험을 치르고 단원이 되었다. 언니의 질주를 옆에서 보고 있으면 바람이 일 정도였다.


조카가 태어났다. 갓난아기일 때는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았고 임신 전후에도 언니는 레슨을 하며 집안일을 해냈다.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에서 단체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개인 레슨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친구들과 어울리며 재밌게 배우는 어린이들 중에는 취미를 넘어 전공으로 마음을 정하기도 할 것이다. 같은 곡을 배우면서도 각자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달라서 옆 친구의 소리를 들으며 선의의 경쟁도 할 것이다.


결혼한   년이 되기 전에 언니네는 평수가 꽤나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여전히 소형차를 타고 다녔고 가족 모두에게 저렴한 옷을  입혔다. 늦둥이 둘째가 태어나자 언니가 일을 하러  오후에서 밤까지 형부와 첫째가 둘째를 돌보고 재우기도 했다. 아이들이 잠이 들면 바이올린에 약음기까지 달고서 자정을 넘기며 본인의 곡을 연습했다. 여느 직장여성보다 훨씬 치열한 생활을 하는 언니가끔은 아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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