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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타나 Oct 26. 2022

23. 관객은 해피

언니의 바이올린





국제통화를 무료로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수시로 문자와 음성통화를 한다.

아침에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응, 나 출근 중이야 이따가 통화하자

점심을 먹고 다시 전화를 했다.

-응, 나 레슨 중이야 끝나고 할게.


언니는 늘 바빴다. 주말은 학생들이 여유 있는 시간이지만 언니에게 주말이란 레슨을 더 많이 하는 날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바쁜 주말 어느 토요일 사진이 한 장 전송되어 왔다. 하얀 털이 보슬보슬한 강아지 한 마리가 언니 집 아파트의 거실에서 휴대폰 카메라의 렌즈를 쳐다보고 있는 각도였다. 누군가 놀러 올 때 강아지를 데리고 왔거니 했는데 뜬금없이 유기견센터에서 입양을 했다는 것이다. 이름은 해피라고 했다.


해피의 입양은 두 조카의 희망사항이었다. 가족들의 식사도 제대로 못 챙기는 언니는 또 하나의 자식을 키우는 듯한 부담감으로 반대를 했지만 해피는 그날 이후 어쨌든 가족이 되어 있었다. 뿔뿔이 각자의 생활로 바빴던 언니네는 해피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대화의 주제는 해피를 해피하게 해주는 것이었고 해피의 대소변을 처리해 주는 일도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알아서 했다.


언니가 강아지를 예뻐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은 나눌수록 나누어지는 신기한 것이 분명하다. 매일 그렇게 바쁘다던 언니가 해피를 목욕시켜 주고 뒤처리를 해주고 음식과 간식을 챙겨주고 병원을 데리고 다니고 미용에 신경을 썼다. 일을 마치고 밤에는 산책을 나간다는데 해피가 언니를 산책시켜 주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해피가 바이올린 소리를 피해서 도망을 가지 않는다고 한다. 고음의 연습 소리를 가족들은 피해서 방문을 닫고 방음벽까지 요구하지만 해피는 언니가 연습을 하는 동안 옆에서 가만히 기다린다고 한다. 해피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언니의 관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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