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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타나 Oct 18. 2022

15. 아르바이트

언니의 바이올린




대학생이 되어도 언니는 집에 늦게 들어왔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연습실에 들러 연습을 하고 바이올린 교습 아르바이트를 다녔기 때문이다. 입학만 하면 용돈에 생활비까지 알아서 하겠다던 부모님과의 약속을 이행했다. 언니는 그만큼 바이올린이 절실했던 것 같다. 바이올린을 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다. 언니는 낙엽을 밟으며 눈길을 걸어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녔다.


신기하게도 아르바이트는 여러 종류로 꽤 많은 자리에서 요청이 들어왔다. 초중고생 레슨부터 주말에는 결혼식 반주 자리가 있었다. 1990년대 당시에는 예식장에서 소규모 실내악단으로 결혼식 반주를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기본 피아노에 첼로 비올라를 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결혼식장으로 뛰어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동안은 매주 동요 대회를 하는 방송국에서 반주를 했다. 취미로 배우는 주부와 직장인을 가르치기도 했다.


더 신기한 것은 언니에게 계속 아르바이트 소개가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집으로 와서 배우는 학생이 있었는데 어느 날은 레슨시간 한 시간을 훌쩍 넘어서 가르치는 것을 보았다. 가끔은 전화를 하여 학생이 연습을 잘하고 있는지 체크도 하고 아이의 부모님과 대화를 하기도 했다. 학생에게 배우고 있는 음원을 집에서 켜놓고 일상에서 들으라는 조언도 하였다. 참 열심히 가르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언니가 애처롭기도 하고 대견하기까지 하다. 이십 대 초반이라면 예쁘게 화장을 배우고 미팅을 다니며 공원 산책을 할 나이이기도 해서 말이다. 가난했던 음대생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그 상황마저 감사하며 자신의 길을 닦아 나갔다. 연습을 하다가 현이 끊어지면 새 줄로 갈아 끼우고 줄만큼이나 팽팽한 젊음의 시간들을 연주했다. 언니에게 아르바이트는 그 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한 단계 위의 발걸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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