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날아갔다

싱가포르, 꽃 여행(2003-2004)

by 익소라

2004년 싱가포르를 떠나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문득 떠올랐다. 1990년대 초반

생물학과를 다니던 학창 시절의 언젠가

도서관에서 국내외 식물도감을 보고 있었는데

사진이 선명하지 못하여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 국내의 식물과 꽃들은 실물을 접했지만

해외의 꽃사진들은 흐릿한 게 궁금증이 더 생겼다.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향을 품고 있을까.

외국에 나가서 직접 보고 싶다...

기회는 내가 만들지 않아도 올 수가 있다.

남편을 따라와 싱가포르에 사는 동안, 그러나

그 기회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주부니까,

아이들을 돌보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고

집안일에 충실해야 하고 아이들을 다 키우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미루는 마음이 문제였다.

그러는 동안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

이륙하는 비행기에서 싱가포르의 땅을 내려다보며

사철 푸른 저 정글의 도시 곳곳에 피어 있는

수많은 꽃들에게 아쉬운 인사를 했다.

나 그냥 간다.

안녕.




Allamanda blanchetii

Family Name: Apocynace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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