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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타나 Sep 30. 2021

뒤끝이 있다.

더캠프 위문편지




땡땡아.


아직은 훈련소에 있으니까 전화를 못하지. 안다.

엄마는 네가 잘 지내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일방적인 편지를 보낸다.

편도의 편지를 쓰는 일이 엄마로서는 처음이지만

덕분에 매일 자판을 두드리게 되네.

첨부한 사진도 같이 복사를 해서 받아 보겠지?

이번엔 나무의 둥치인지 줄기인지

온몸이 배배 꼬인 식물을 정글 속에서 발견했다.

순간 저게 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가 원래는 순하지 않은데 말이다

착한 척을 하고 사니까 속에 쌓이는 게 좀 있었지.

그냥 지혜롭게 자연스럽게 대화로 풀어낼 수

있었던 일도 그저 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결과로 가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혼자서 궁시렁대다가

뒤끝이 있었다는 기분 ㅠㅠ.

요즘 들어서는 오히려 엄마가 솔직한 편이야.

용감하게 하고픈 말을 하니까 쌓이는 것도 없고

뒤끝도 없다. 모르겠다 잘 살고 있는지.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고 하던데…

에이 모르겠다. 엄마가 오늘도 집안일은 열심히 했다.

네 이불도 다 빨아 놓았어. 이제 저녁밥을 해야겠구나.

훈련소 저녁밥은 어떻게 나오는지...

사랑한다 땡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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