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보고 쓰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전세계에 무슨 역병 같은 것이 도는데, 왠지 모르겠다. 우리 아버지는 3년 전인가 '이대남'이라는 말이 무슨 진단처럼 떠돌쯤 무슨 책을 한 권 읽고 오셔서는 진리라도 되는 양 내게 이러셨다. "요즘 남자애들이 데이트할 돈도 없고 직장도 구하기 힘들고 너무 사는 게 어려워서 그래. 걔네들 잘못이 아니야." 아버지는 내가 재벌가 딸이라 돈도 많고 외제차 몰고 다니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저기요, 저도거든요..? "생식 경쟁에 밀려서 그래. 섹스도 못하고." 저... 저도거든요? 그 밖에 또 다른 얘기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진화 생물학 어쩌고...
<소년의 시간>의 마지막 4화는 보기가 힘들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블랙 푸딩 같은 소리하네. 뭘 보여주려는 건지 답답해서,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마지막 쯤에 나오는 한 대사를 듣고 아마 이거였으려나 했다.
"(딸을 보고) 우리가 어떻게 저렇게 키웠지?"
"제이미랑 똑같은 방식으로"
나에게는 되게 중요한 말로 들렸는데, 드라마도 그냥 이렇게 시인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제이미들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뭡니까?" "저도 모르겠는디요."
예컨대, 내가 우리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밉상으로 보기는 해도 익명 남성을 살해하고 싶거나, 딥페이크 사진을 만들거나, 동료 또는 스승의 사진을 유포하고 싶지도 않다. 착취적인 사진을 공유하는 채팅방을 방관하지도 못 할 것 같다. 나한테 못되게 군 남자가 어디 없을까. 해병대 오빠들에게 갈굼 많이 당했다. 학교 다닐 때도 맨날 맞았다. 가슴이 어쩌냬 잠자리에서 어쩌냬하는 성희롱도 많이 당했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 세상에 없겠다만, 그게 반사회적 욕구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왜? 그렇게 배웠으니까. 것도 늘 아주 뼈 아프게 배웠다. 수많은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겨우 사람이 된 거다. 그래서 더 의아하다. 실제 어벙하고 머리가 느린 나도 배웠는데, 다른 사람이 못 배울 리 없잖은가.
인셀이든 뭐든, 환경 탓을 하기엔 애매하다. SNS- 교육- 소통의 부재- 뭘 갖다 붙이든 좀 궁하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 교육에 대해서는 더 열렬히 변호하고 싶은데, 공적 교육 현장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 계신 수많은 선생님들이 죽어라 싸우고 계신다. 교육의 부재 같은 말에 내가 다 억울하다. 게다가 같은 교육을 받고 자란 각 세대에서 고루 남녀의, 뭐라고 말할까, 도덕적 민감도 차이가 유의미하다면 교육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또, SNS 공간이 특정 성별에게만 열려있는 것도 아니다. 버블 효과 정치적 모집 전략 등등 다 잘 납득이 안 된다. 나치 치하 독일 국민을 예로 들어 어떤 무감각 상태라 말한대도, 바른 말 하는 사람을 다 잡아 죽이고 추방시키던 맥락을 잊으면 안 될 것이며, 시대가 거대한 버블, 거대한 프로파간다이던 시절에도 타파할 힘이 있었다. 너나 없이 순장하던 시대- 순장하면 할수록 fancy하던 시대에, 공자와 그 제자들은 순장 좀 하지 마라 새끼들아, 사람이 귀하다, 우리는 다 생명이다, 그걸로 먹고 사셨다. 그러니까...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혹시 자본주의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아는 게 없어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왜 그런... 이 시장이 옹호하는 게 어떤 승자 독식 양육강식 뭐 그런 비정함인데, 이게 여러가지로 잡음을 일으키다가 결국 사멸할 때에 다다른 거라고. 말이 되나? 어디서 실제로 읽었다. 기억 안 나는데, 자본주의가 인간 뇌를 바꾸고 있다고. 비정함의 논리가 거의 뭐 몇 백 년 이상 지배하다보니까 인간 뇌가 바뀌고 있는데, 점점 소시오패스 싸이코패스 비율이 높아진다며 뭐 그랬던 것 같다. 이제 막장인 것이다. 근데 또, 그게 왜 성별 간 차이와 연관이 있는가 이해가 안 간다. 나아가 평등이라는 개념이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온 지도 어연 4세기에 달해간다. 평등은 또 뇌를 못 바꿨나? 선한 것은 힘이 약해서?
이야기의 관점에서, 약간은 헤겔식으로 우리 시대의 한 좆됨 포인트를 지나가야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나아가기 위한 숙명이다. 이제 비참한 세기가 지속될 것이다. 성인이 한 명 나타날 것인데, 여자이다. 그녀가 세상을 구원하고 새로운 경전을 쓰리라.... 두고봐야지...
졸려죽겠다.
엉뚱한 생각을 하느라 잠도 못 잔다. 좋은 드라마이다. 사람을 3시간 동안 생각하게 만들다니. 근데 드라마가 뭔 제이미 아버지 얼굴로만 두 번 끝난다. 세 번일 수도 있다. 뭔지 모르겠다. 뭘 느껴야 하지...? 어딘가부터 청산 못한 업모가 괴물이 되어 오는 건가? 모르겠다. 진짜 고통은 외화면에 따로 있는 것도 같고. 죽은 여자. 그 엄마 같이. 제이드는 대체 왜 등장한 건가? 제이드의 그 쿨한 복장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잘 이해 못 했다. 해석을 찾고 있는데, 결국 또 이대남 이론 비슷한 얘기만 있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