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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리닝소년 May 27. 2020

대학원에 대하여

1-2. 대학원 지원 전에 생각해야 할 것 - 돈

  1-1 글을 보고도 본인이 대학원에 가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대학원에 지원할 준비를 해야한다. 여기서 말하는 준비는 정말 가장 기본적인 준비를 말한다. 어떤 학교에 지원할지, 어떤 전공으로 지원할지, 어떤 교수님의 연구실로 지원할지 고민해야 할 것들은 여러가지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고 이번 글에서는 대학원에 '지원' 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대학원에 '진학'도 아니고 '지원'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니. 대학원이 뭐 그렇게 대단한거라고 지원하기 전부터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있을까. 사실 대학원은 그렇데 대단하지는 않다. 누가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석사나 박사가 됐다면 대단한건 그 과정을 버텨낸 그 사람이지 대학원 자체가 아니다. 하지만 대학원에 지원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과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첫번째는 돈이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유는 공부를 더 하기 위함이지만 그 끝에는 결국 직업과 연관된다. 학위를 받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본인의 만족을 위해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은 어차피 돈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일테니 제외하도록 하자. 학위의 끝에는 직업이 있고, 그 직업은 일반적으로 대졸 학사인 경우보다는 대우가 더 좋은 것이 사실이다. 학사학위 소지자는 연구소에 들어가기가 매우 힘들고, 그마저도 대부분의 경우 경력이 필요하지만 박사 학위 소지자는 연구소에 들어가기가 훨씬 쉽다. 또한 회사에 가더라도 대부분은 다른 일이 아닌 연구직으로, 그것도 (회사마다 이름이 다르긴 하지만) 과장급으로 가게된다. 특히 학계에는 학사 학위 소지자는 발도 들일 수 없고 진짜 극극극극극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박사, 그것도 해외 유명 대학에서 포스닥(post doctor)을 다녀온 사람들에게만 길이 열려있다. 위에서 말한 모든 직업들은 대부분 학사학위 소지자에 비해서 대우가 좋다. 특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 대학원에 가는 짓은 매우 멍청한 짓이다.


  물론 뒤에서 말할 어떤 연구실을 고르느냐에 따라서 받는 월급이 달라지겠지만 대다수의 대학원 연구실에서 받는 월급은 내 학비를 제하면 월50만원이 남기가 힘들다. 물론 3년 정도면(이것도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코스웍이 끝나서 학비 부담이 사라지지만, 코스웍이 끝나면 월급이 줄어드는 곳도 있다. 대학원생도 사람이고 심지어 학부생때보다 나이도 더 많아지고 취직한 주변 친구들의 씀씀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기 때문에 50만원이면 결코 큰 돈이 아니다. 그러면 정말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저축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회사에 간 친구들은 월급으로 300만원에서 많게는 상여금 포함 한달에 500만원까지 벌면서 차도사고 명품도 사고 맛있는것도 먹으러 다니지만 대학원생은 그러기가 매우 힘들다. 


  단순히 월급으로 받는 돈만 따져보더라도 대학원생은 월 100만원(이것보다 훨씬 못한곳들도 많고, 심지어 이돈으로 등록금을 내야 하는 학교들도 있다)에 석박사 6년이면 7200만원이지만 회사에 따라서는 신입사원이 상여금 포함, 야근수당 포함해서 저 돈을 받는곳도 있다. 이렇게 6년동안 최저임금도 안되는 돈을 받고 학위를 받아 사회로 나가면 과장급의 월급을 받을수는 있다. 하지만 1-2년 후면 나랑 같이 학부를 졸업하고, 매년 내 대학원 총 수입에 버금가는 금액을 연봉으로 6년간 받아온 친구도 나랑 같은 직급에 올라와 같은 연봉을 받는다. 물론 회사에 따라 박사학위 소지자는 월급을 좀 더 주는 곳도 있긴 하지만 그래봤자 크지 않다. 대학원을 끝내고 회사에 가는 순간 이미 학사만 마치고 회사에 온 친구들에 비해서 많게는 몇억까지 손해를 보는거다. 심지어 대학원생은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도 거의 없고, 국가장학금을 받기도 힘들다. 


  물론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회사의 고위직까지 올라갈 확률이 더 높은것은 맞다.1) 하지만 이 얘기가 학위를 받고 회사에 가면 임원이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대학원 생활을 버텼던 사람이라면 그냥 회사에 갔어도 임원이 될 가능성이 높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임원이 되기까지는 너무 많은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 아직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임원은 없지만 친구들 아버지들을 보면 임원이 되신분과 그렇지 못한 분들은 라인을 어떻게 탔느냐에 따라 갈리기도 한다. 라인을 어떻게 타야 좋은지는 대학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임원이 되면 앞에 사원, 대리 과정에서 뒤쳐졌던 연봉을 한순간에 뒤짚을 수 있겠지만, 이건 너무 변수가 많으니까 빼도록 하자. 


  뭔가 글을 쓰다보니까 대학원에 오면 거지처럼 살아야 된다거나 경제적으로 너무 별로이기 때문에 대학원에 가지 말라는 글 처럼 되어버린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는 대학원이 이정도로 월급을 적게 주는줄을 모르고 대학원에 와서 처음에 월급을 받고 정말 놀랐었다. 그리고 내가 앞에서 말한 내용이 모든 연구실을 대변하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연구실에 따라 상황이 이것보다 좋은 곳들도 있을 것이다. 당장 내 주변에도 훨씬 괜찮은 곳들도 있다. 하지만 명심하자. 더 좋은 곳이 있는만큼 더 나쁜 곳도 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혹시나 경제적인 측면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을 본 적 있어서 1-1에서 소개한 내 작은아버지 얘기를 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앞에서 말한대로 내 작은아버지는 서울에 있는 명문대를 나왔는데 졸업을 하는 시기에 할아버지의 사업이 망해서 당장 가족들이 밥먹을 돈이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내 아버지는 딱 편도 비행기값만 지원받아 미국에 가서 감자밭에서 밭 일구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감자만 먹으면서 공부하셨다고 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서울에 있는 명문대 공대를 나왔다면 대부분의 경우 취직을 해서 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하는게 맞다. 하지만 작은아버지는 그렇지 않으셨다. 당시를 회상하면서 해주신 말씀이 당시 친가 가족들이 맨날 김치만 들어있는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만약 본인이 대학원에 가면 저걸 계속 먹고, 만약 회사를 가면 고기가 들어있는 김치찌개를 먹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고작 김치찌개에 들어갈 고기에 인생을 걸고싶지는 않았고, 모든 친척어른들에게 불효자식이라고 욕을 먹으며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렇게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만큼 돈도 잘 버신다. 어찌보면 정말 불효자식일 수 있겠지만, 작은아버지가 하신 말씀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부모님 인생은 부모님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다.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는 선택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을 이만 줄여본다.


어차피 어느 연구실에 가도 이만큼은 못벌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




1)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43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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