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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리닝소년 May 27. 2020

대학원에 대하여

2-1. 대학원은 뭘 하는 곳인가

  대학원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아니 그렇지 않고 갈까 말까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도 대학원이 뭔지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분명 학교는 보통 4학년밖에 없고 취준을 하더라도 20대 후반이라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교에 있지 않아야 하는데, 교내에 아무리 봐도 30대가 넘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곳, 그곳이 바로 대학원이다.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정확히 대학원이 뭐하는 곳인지 모를 당신을 위해서 준비해봤다. 



  대학원을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수많은 학교들의 대학원에 대해서 나온 후 사전적 의미로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보다 전문적으로 학술기예를 연구하는 과정대학 과정보다 한층  심오한 연구와 교수가 이루어진다.'네이버에도 이렇게 나와있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아는 것처럼 대학원은 소년이 잘못하면 가는 곳은 소년원, 대학생이 잘못하면 가는 곳은 대학원 학부를 마친 사람이 추가적으로 '연구'를 하는 곳이다. 

  내가 이공계 대학원생이고, 주변에 많은 문과 친구들 중에 대학원을 간 친구들이 거의 없어서 이과를 기준으로 얘기해보면 대학원은 더 이상 수업을 듣는 곳이 아니라 연구를 하는 곳이다. 물론 그렇다고 수업을 안 듣는 건 아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코스웍이 끝나는 수료를 하기 위해서는 2-3년이 걸리고, 그때까지는 수업을 듣긴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업에 올림픽 정신으로 참가에 의의를 두는 사람이 대다수다. 특히 전문연구요원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학원 학점이 올 D를 받더라도 산학장학생 신청이나 장학금 신청처럼 학생일 때 무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코스웍이 끝나고 나면 신분도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 연구원으로 바뀌고, 수업을 듣지 않기 때문에 등록금도 말 그대로 학교에 '등록'만 하기 위한 최소 금액으로 바뀐다.

  대학원은 연구를 하는 곳이라는데 그렇다면 연구는 뭘까. 연구를 또 네이버 사전에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하여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 보는 .'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를 꼽으라면 '깊이' 있게 이다.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교수님들의 수업에만 의존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화학과라고 하면 거기 있는 모든 교수님들도 학부생 때 유기화학, 물리화학, 무기화학, 생화학, 분석화학에 대해서 배웠고, 유화학을 가르치는 교수님들은 유기화학을 대학원에 가서 전문적으로 배웠을 것이다. 그 사람은 유기화학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유기화학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유기화학 내에서 누구는 촉매를 연구하고 누구는 유기 반응을, 누구는 유기 합성을 공부했기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본인이 전공한 분야 외에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어차피 다 똑같은 유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제부터는 아니다. 흔히들 하는 비유가 학부에서 '개미'에 대해서 배웠다면 석사과정에선 개미의 머리 가슴 배 중에 한 가지를 골라서 배우고 그중에 가슴에 대해서 석사 때 배웠다면, 박사과정에선 앞다리 가운뎃다리 뒷다리 중 하나를 배운다고 말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개미를 보는 경우라면 그냥 개미에 지나지 않지만, 개미의 앞다리 가운뎃다리 뒷다리는 엄연히 다른 부분이다. 왜 이렇게까지 길게 얘기를 했냐면 학부 때와는 다르게 대학원에서의 연구는 교수님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연구실 교수님은 앞에서 말한 이유들로 내가 전공할 분야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나의 궁금증을 그 사람들이 해결해 줄 수 없다. 우리 연구실이 개미의 머리를 하는 곳인데 가슴을 연구한 교수님에게 무슨 도움을 얻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는 우리 연구실 교수님도 박사학위를 가운뎃다리의 두 번째 발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에 대한 논문을 써서 받았지만, 학생들에게는 세 번째 발톱에 대해서 연구해오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체 나의 궁금증은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는가? 답은 논문이다. 논문을 읽는 것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깊게 다뤄보도록 하자.



  이번 글에서는 대학원이 뭘 하는 곳인지에 대해서 좀 자세히 다뤄봤다. 이 긴 글을 한 줄로 요약해보자면 '대학원은 연구를 하는 곳이고, 내가 연구할 것들은 학부 때와는 다르게 완벽하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연구를 하기가 매우 힘들다.' 정도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연구를 하기 위해 매일 끼고 살아야 할 논문에 대해서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다음에 다시 다뤄보도록 하겠다. 대학원이 그래서 뭘 하는 곳인지에 대해서 정확히는 몸소 체험해봐야 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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