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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리닝소년 Jun 09. 2020

대학원에 대하여

1-3-2.대학원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 인턴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고 했다. 싸움에서는 한번 져도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싸움이 아니라면 다시 재기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한번의 싸움으로 최소 2년에서 길게는 7-8년까지, 그것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20대를 날리게 된다면 그런 싸움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꼭 알아보고 싸워야 할 것이다. 대학원 생활이 딱 그렇다.


  몇몇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은 학부를 마치고 난 직후이다. 회사에 취직을 했다가 뭔가 깨닫는 바가 있어서, 또는 회사가 싫어서, 회사에서 보내줘서 대학원에 오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특정 전공에서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이 하는 행동이고 대부분의 경우 학부를 마친 20대 중, 후반의 사람들이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정말 조지고 싶지 않다면 잘 알아보고 가는 것은 정말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앞선 글에서 교수님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기회인 컨택에 대해서 말했다면, 이번에는 그 연구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인턴 프로그램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하지만 인턴도 학교별로, 학과별로, 연구실별로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내 글만 보지 말고 본인의 상황에 맞게 잘 판단해야한다.


  먼저 인턴은 무슨 뜻인지 대충은 다 알 것이고, 대학원에서 말하는 인턴은 말 그래도 그 연구실에 정식 학생은 아니지만 가서 그 연구실의 생활을 해보는 것이다. 학교별로 어떤 학교는 학부생에게 정식 인턴쉽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는 학교도 있다. 그래서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이 일정 기간을 이용해서 어떤 연구실에서 인턴 생활을 하게끔 독려하고 지원금을 준다. 근데 이건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고, 학교 안에서도 어떤 학과는 이런 활동이 있지만 어디는 없기도 하고 그렇다.



  또 이건 연구실마다도 다르다. 교수님이 모두 다른 사람인 것 처럼 연구실 인턴을 하는 방식도 다 다르다. 이 밑으로 쓰는 모든 글은 연구실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이런 곳도 있다'정도로 듣는것이 가장 좋다. 먼저 앞선 컨택 글에서도 말했듯이 인턴을 뽑지 않는 연구실들도 있다. 뭐 이런 경우라도 컨택을 어떤 이유로든지 성공하고 나면 그 사람들에 한해서 인턴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러면 연구실마다 다른 것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보자. 가장 첫번째는 돈이다. 앞선 글에서도 대학원생이 받는 돈에 관해서 중요하다고 얘기했었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인턴을 하는 학생이 받는 돈도 연구실마다 모두 상이하다. 어떤 연구실은 인턴에게 아예 돈을 주지 않는 연구실들도 있고, 인턴도 대학원생과 차별 없이 돈을 주는 연구실도 있는가 하면, 아예 돈을 얼마 준다고 공고를 하고 뽑는 연구실들도 있다. 그리고 정식으로 소속된 대학원생보다는 적게 주는 곳도 있다. 그런데 애초에 대학원생이 돈을 적게 받는 곳에서 대학원생만큼 받는 인턴이 애초에 많은 돈을 받는 연구실에서 약간 적게 받는 인턴보다 적게 받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어떤 경우가 돈을 더 많이 받는 것이라고 확실히 할수는 없다. 내가 정말 그 연구실을 안가면 안되겠다는 상황이 아니라면 모르겠지만, 그런게 아니라면 인턴도 얼마를 받는지가 매우 중요한데 이건 어디 물어볼수도 없고 참 힘들다. 그래서 항상 말하지만 자교 출신은 좋다. 이런걸 물어볼 선배들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두번째는 출퇴근시간이다. 이것도 돈처럼 따로 주제를 잡고 글을 써야될 내용인데 간략히만 말해보면 연구실마다 출퇴근시간이 모두 다른데 그 잣대를 인턴에게는 어떻게 적용하느냐도 다 다르다. 아예 대학원생도 출퇴근시간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는 연구실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대학원생에게 출퇴근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맞춰 인턴이 나와야 하는 곳도 있고, 인턴에게는 예외를 주고 그렇지 않은 연구실들도 있다. 


  마지막은 연구실에서 인턴에게 바라는 점이다. 이것도 연구실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연구실은 인턴을 교수님의 노예인 대학원생의 노예 정도로 생각하는 곳도 있다. 그런 곳은 대학원생이 인턴에게 할일을 시키면 인턴은 그 (주로) 잡일을 하는 과정에서 대학원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배우는 곳이다. 이건 좀 한쪽 극단에 치우친 경우이고, 반대쪽 극단에 치우친 경우에는 대학원생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곳도 있다. 책이나 논문이라도 주면서 이걸 읽어보라고 하는 곳은 그나마 나은 경우이고, 정말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곳도 있다. 주로 연구실 구성원들이 친하지 않은 경우 이런곳들이 있다. 아니면 인턴도 실험에 껴주고 한 0년차 대학원생 정도로 인정해주는 곳도 있다. 이런 곳이 가장 좋은 경우이지만, 모두가 이렇지 않기 때문에 이런걸 기대하고 가면 큰코다칠 수 있다.



  그럼 여기까지 인턴을 하면 뭘 하고, 뭘 받고, 어떻게 일해야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럼 인턴은 왜 해야될까? 뭘 하고, 뭘 받고, 어떻게 일해야하는지 아는 것과 동시에 그 연구실이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인턴을 하면 정말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연구실의 사람들 중 한둘이라도 친한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인턴을 하러 갔다가 정말 미친놈에게 걸려서 진짜 쓸데없는 잡일만 하고 악만 잔뜩 받치는 경우도 보긴 했는데 이런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도록하자. 이렇게 친한 사람이 생기면 이 연구실을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찐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 대학원 진학은 그 사람의 의견을 듣고 그때가서 선택해도 늦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연구실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분위기에도 정말 많은 것들이 있다. 앞선 글에서 내가 직접 선배에게 들은 얘기로 대학원을 고를 때는 그 연구실이 어떤 건물을 쓰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인턴을 하면 이런 것들을 다 직접 보면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님에 대해서 알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여러번 말하지만 학부생을 대하는 교수님과 대학원생을 대하는 교수님은 다르다. 하지만 인턴을 하면 내가 학부생이더라도 대학원생을 대하는 교수님을 볼 수 있다. 랩미팅에 참석하거나 그 연구실 선배들이 하는 교수님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된다. 한두사람이 말하는 교수님은 틀릴 수 있지만, 연구실 구성원들이 말하는 교수님은 진짜 교수님의 모습이다. 이게 진짜 중요하다. 이런 선배들의 얘기를 듣거나 내가 느껴본 연구실이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냥 타이밍을 잘 잡아서 교수님께 대충 핑계를 대면 된다. 방학때 인턴을 했던 사람이라면 학기가 시작하면서 바빠질 것 같다고 핑계를 대거나, 학기중에 인턴을 했다면 방학때 여행을 가서 시간이 안된다고 핑계를 대보자. 



  이번 글에서는 교수님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그 연구실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인턴에 대해서 알아봤다. 한줄로 요약하자면 인턴은 뽑지 않는 극소수의 랩을 제외하고는 꼭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학부생 때 가끔이라도 연구실에 출근하면 그 방 대학원생들과 미리 친해질 수 있고 어차피 사람이라는게 대학원에 간다고 뭔가 심기일전하고 갑자기 바뀌지 않기 때문에 대학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뭔가를 하겠다고 마음먹어서는 변하지 않는다. 그냥 시나브로 연구실에 출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대학원생 화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연구실에 대한 좋은 조언을 해줄 선배들을, 학부생이 아닌 대학원생을 대하는 교수님을 인턴하면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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