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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리닝소년 Jul 15. 2020

대학원에 대하여

2-2. 대학원생의 생활

앞선 글들에서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들에 대해서 살펴봤다. 그럼 이렇게 입학을 하고 나서는 대학원에서 무엇들을 할까


문과냐 이과냐 아니면 예체능이냐에 따라서 대학원생의 생활은 다를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를 들어보자면 문과 대학원생은 전공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학부생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학원생들도 있다. 물론 더 많은 글들을 읽고, 학부생 때 보다 더 세부적인 전공들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더 세세한 부분을 공부하겠지만 하는 일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공계 대학원생은 그렇지 않다. 대학원생은 학부생때와는 완전히 다른 일들을 한다. 사실 이공계 대학원생은 '학생'이라기 보다는 '직장인'에 가까운 느낌이다.


이전까지 쓴 글들도 그렇고 앞으로 쓸 글들도 그렇지만 대학원 생활에는 보편화된 '기준'이라는 것이 없다. 모든것이 연구실 by 연구실이다. 하지만 보통 이공계 대학원생은 연구실에 출근을 해서 해야 할 일들을 하고 퇴근을 하는 직장인에 더 가깝다는 것은 모든 대학원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생각일 것이다. 그럼 주로 어떤 일들을 하며 출근~퇴근 시간 사이를 보내는지 알아보자.


내가 인턴을 했던 연구실이나 현재 소속되어있는 연구실에서도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크게 두가지로 나누면 내가 하는 연구와 관련된 일들과 관련 없는 일들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내가 하는 연구와 크게 관련이 없는 일들은 주로 잡일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몇개의 전공을 빼놓고 대부분은 실험을 하면서 연구를 진행한다. 몇개의 전공이라고 빼놓은 것들에는 주로 컴퓨터를 이용하는 전공이나, 같은 연구실 내에서도 컴퓨터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이나 계산 등을 본인 주제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빼놓고는 주로 실험을 하게 되는데 실험해는 당연하게 여러 잡일들이 수반되게 된다. 실험 장비를 관리하는 일도 있고, 가장 기본적인 잡일에는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도 있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연구실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잡일들은 발생하게 되고, 이런 일들을 해결할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 연구실은 저년차 학생들이 주로 이런 잡일들을 담당했는데 이건 여러번 강조하지만 보편화된 기준은 아니다. 그리고 대학원이 굴러가는 가장 큰 원동력은 회사와 함께 하는 과제가 있는데 이런 과제도 운이 좋으면 내가 하는 연구와 비슷한 주제의 과제를 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완전 쌩뚱맞은 주제로 과제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또 연구실의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과제에는 당연히 여러 회계적인 일을 포함한 사무적인 일들이 있게 되고, 이런 일들 또한 학생들이 해결해야 하는 연구실도 존재한다. 물론 규모가 약간 큰 곳들은 따로 회계 업무 처리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당연히 있을꺼라고 기대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그 다음은 내가 하는 연구와 관련된 일들이다. 이건 크게는 실험과 논문읽기로 나눠볼 수 있다. 사살상 대학원 생활은 이 두개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앞에서 말한 문과 대학원생과는 너무 다르다. 학부생 때 내 학업 생활의 100을 차지했던 수업듣기는 더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물론 대학원에서도 학점은 고고익선이지만 전문연이 필요없는 과감한 군필들 중에는 C,D로 학점을 깔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사람들이 학부생 때 공부를 못해서 대학원에 와서 이런 학점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대학원에서는 학부생때와는 정말 다르게 크게 학점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공계 학생이면서 대학원을 가리라고 마음을 먹은 사람들도 인턴 생활을 해보지 않았다면 대학원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후배들로부터 대학원에 가기 전에 뭘 결심해야 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이 두가지를 꾸준히 할 자신이 있는 사람만 오라고 당부한다. 그럼 이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나는 학부생 때 공부를 잘 했으니까 공부를 잘 할 자신은 있고, 실험 수업을 들으면서 실험도 잘 맞는 것 같으니까 대학원에 잘 어울린다고. 물론 이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틀릴 수도 있는 말이긴 하다. 논문 읽기나 실험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다음에 하도록 하고 오늘은 간단히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는 정도로 넘어가겠다. 논문읽기는 학부생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식을 얻기 위함이고, 실험은 내가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논문을 쓰기 위한 작업이다. 논문은 모든 학교의 대학원 졸업 기준이 되기도 하고, 앞으로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받고 사회에 나갔을 때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앞에서 실험을 하지 않는 전공이 있다고 말하긴 했는데 그런 전공도 내 몸으로 하는 실험을 안할 뿐이지 컴퓨터를 가지고 여러 시도들을 해봐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실험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글을 짧게 정리해보자면 먼저, 대학원에 오면 이공계의 경우 대학원에서는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우리에게 지식을 알려주시는 식의 공부는 더이상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럼 대학원에 와서 하는 일들을 크게 두가지로 나눠보자면 내가 하는 연구와 관련되지 않은 여러 잡일들이 있다. 연구와 관련된 일로는 논문읽기와 실험하기 두가지로 또 나눠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 대학교에 가지 않는게 크게 보면 이득인 것 처럼, 논문읽기와 실험하기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은 학부생 때 아무리 학점이 좋았더라도, 공부를 잘 했더라도 대학원에 오지 않는 것이 이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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