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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리닝소년 Jul 17. 2020

대학원에 대하여

2-2-1. 대학원생의 생활 - 논문 읽기

많은 학부생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분명히 나이를 봐서 학부생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교수님은 아닌 것 같고, 또 같이 다니는 몇몇 사람들을 보면 학부생 같기도 한 사람이 여럿 있는 무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바로 대학원생인데 앞의 글에서는 당최 대학원생이라는 사람들은 무얼 하는 사람들인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봤다. 그럼 이번에는 대학원생이 하는 일들 중 나의 연구와 관련된 일 두개 중 논문 읽기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앞의 글에서도 말했는데 대학원에서 하는 공부는 학부생 때 하는 공부랑은 전혀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전혀 다르다는 것은 학부생 때 하던 것 보다 차원이 다르게 훨씬 더 어려운 공부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전공에 따라서 훨씬 더 어려운 공부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학부생때도 그닥 공부가 쉽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대학원 공부는 어떡하지? 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 '결'은 정말 차원이 다르다. 학부생일 때는 교수님이 칠판에 적어주는 내용만 정확히 숙지하면 됐다. 나도 학부생일 때는 교수님이 적어주는 내용을 이해하고 숙제를 하고 이런게 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와서 보면 그건 거의 교수님이 공부할 내용들을 숟가락으로 입 앞까지 음식을 떠먹여주는 수준이었다. 그때는 딱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말하는 내용만 이해하면 됐지만 대학원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제부터가 왜 내가 학부생 때 공부를 잘했더라도 대학원에 와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누군가는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과정을 인류가 아는 지식의 영역을 정말 조금이나마 더 확장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즉, 내가 대학원 과정동안 해야 할 내용들은 누가 이미 알아서 나에게 알려주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 모든 교수님들이 그런건 아니지만 교수님이 학부 수업시간에 알려주는 내용들은 이미 20세기에 과학자들이 정립시켜 놓은 개념이나 공식들이다. 물론 그런 지식들이 잘못됐다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지식들은 이미 낡은 지식이다. 누군가가 인류가 아는 지식의 영역을 이미 넓혀놓은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새로운 지식은 계속해서 엄청나게, 지금도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런것들을 계속해서 새로 배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배움을 얻는 재료는 바로 논문이다. 그래서 대학원생의 공부는 8할, 아니 그 이상을 논문에서부터 얻게된다. 대학원에서의 수업은 지도교수님에게 한 소리 듣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뭐라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심지어 이 수업을 통한 공부(course work)는 학교에 따라 2-3년 내로 끝난다. 그때부터는 수업도 안듣고 내 공부만 하면 된다. 그래서 대학원에서는 학부생 때와 다르게 똑똑하고 그렇지 않고는 더이상 학점으로 판가름 하지 않는다. 누가 더 좋은 논문을 많이 썼는지, 누가 논문을 더 많이 읽어서 새로운 지식들을 더 많이 아는지가 판가름한다. 누구는 매일 새로운 논문들을 follow 하면서 새 지식을 습득하지만, 누구는 그렇지 않다. 


오죽하면 내가 원하는 주제를 설정해놓으면 그 주제에 관련된 논문들을 follow up 해주는 프로그램도 있고, 내가 원하는 주제의 논문이 나오면 나에게 알림을 해주는 서비스들도 많다. 그만큼 내가 하는 주제에 대한 최신 연구는 중요하다. 많이 아는 것을 통해서 더 좋은 것들을 연구할 수 있기 때문도 있지만, 남이 하지 않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 최신 연구를 알아야 하는 것도 있다. 세상은 2등을 기억해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2등은 나름대로의 의미도 있고 사람들에게 기억도 된다. 하지만 학계에서 같은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했을지라도 내가 뒤늦게 논문을 낸다면 논문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만일 빛을 본다고 하더라도 그 논문의 novelty는 떨어진다. 연구실에서 미팅을 하다보면 그 주제는 이미 연구 된 것이라서 더이상의 novelty가 없지 않냐는 질문을 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참 연구를 하다가 나와 거의 같은 주제의 논문이 나오는 매우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럼 내 연구 안에서 새로운 novelty를 창조해내거나 아니면 아예 접고 다른 연구를 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안타까운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실제로 발생하기도 한다. 


오늘은 대학원에 가려고 고민중인 사람들이 정말 가장 깊게 생각해야 할 내용들에 대해서 얘기해봤다. 왜 내가 학부생 때 아무리 공부를 잘했던 사람이라도 무턱대고 대학원에 와서는 안되는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오늘 이 글에서 많은 강조를 해놨다. 물론 이 글이 학부생 때 공부를 정말 잘했던 사람은 무조건 대학원에 오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내가 했던 후회와 내가 겪었던 고통의 시간들을 굳이 더 많은 사람이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 글을 써봤다. 그리고 이 글에서 논문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나도 이런 일들을 정말 성실히 하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인턴을 시작했던 때에 비해서는 작년에, 작년에 비해서는 올해 조금 더 새로운 지식들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칼 빌헬름 셸레처럼 2등만 엄청 해도 그 업적이 정말 대단하고 정말 안타깝게 2등만 했다면 후대에게 기억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논문 열심히 읽고 정말 좋은 논문을 쓰는게 내 삶을 더 윤택하게 해줄 것이다.

칼 빌헬름 셸레처럼 2등만 엄청 해도 그 업적이 정말 대단하고 정말 안타깝게 2등만 했다면 후대에게 기억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논문 열심히 읽고 정말 좋은 논문을 쓰는게 내 삶을 더 윤택하게 해줄 것이다.

출처) https://science.ytn.co.kr/program/program_view.php?s_mcd=1142&key=20190614181320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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