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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리닝소년 Jul 18. 2020

대학원에 대하여

1-4-1. 내 전공. 현재냐 미래냐

대학원은 애초에 석사로 입학해서 석사로 졸업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경우 보통 4학기에 딱 졸업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큰 문제는 나에게 큰 문제가 있거나(학업적일 수도 있고, 개인 사정일 수도 있고), 교수님에게 큰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내가 석사 기간동안 꼭 이루고싶은 무언가가 있는게 아니라면 보통 2년에 딱 졸업할 수 있다. 하지만 박사과정은 그렇지 않다.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입학을 한 경우, 아니면 어디선가 석사를 받고 다시 박사로 입학을 한 경우에는 언제쯤 졸업을 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물론 김박사넷에 들어가보면 20년 7월 17일 기준으로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의 경우 학과의 평균 박사 졸업 나이와 학기 수를 볼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이지 내가 이 정규분포에서 어디에 위치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나 하기에 달려있을 수도 있고, 내 실력과는 상관없이 교수님의 의지에 달려있을 수도 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과연 나는 이 기간동안 뭘 공부해아 이 시간을 헛되히 쓰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대학원에 꼭 진학해야 하는 나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는 빠른년생으로 태어나서 고등학교, 심지어 중학교를 조기졸업하고 십대의 나이에 대학에 들어와 휴학 없이 20대 초반에 대학원에 들어오기도 한다. 또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뒤늦게 더 높은 학위의 필요성을 느끼고 30대 중, 후반에 대학원에 들어오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가 더 값진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후자의 시간이라고 값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 이 값진 시간을 뭘 해야 조금이나마 더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물론 졸업 후의 인생에 몰빵해서 정말 하기 싫은데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는 것을 공부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근데 그 분야가 내가 졸업할때까지 장밋빛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대표적으로 반도체를 예로 들어보자. 반도체는 한 5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이제 슈퍼사이클이 끝나서 더이상 반도체에서는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었다. 하지만 반도체는 아직도 건재하다. 물론 2-3년 전에 있었던 반도체 시장의 엄청난 호황이 또 찾아오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회사는 2위와 엄청난 격차를 보여주는 삼성전자이고, 심지어 그 2위도 sk 그룹을 먹여살리는 하이닉스다. 그리고 지금도 일각에서는 반도체는 곧 끝날 것이라는 얘기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잘나가는 분야가 아니라고 선택하지 않을 이유 또한 없다. 지난 학기에 들었던 세미나에서 삼성 SDS 송해구 전무님께서 본인이 대학원생일 때 이야기를 해주셨었다. 전무님은 대학원에서 최적화 이론에 대해서 공부하셨는데 당시에만 하더라도 산업공학과에서 최적화 이론을 연구하는 것은 매우 마이너한 행동이었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졸업 후에 취직할 것은 생각해서 금융공학이나 기술경영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전무님께서는 당시에는 사람들이 그런걸 공부해서 뭐 하겠냐고 얘기했지만 그 때 한 결정을 후회한적이 없다고 하고싶은 것을 공부하라고 하셨다. 


졸업 후를 생각해서 반도체를 공부하는 것도, 송해구 상무님처럼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는 것도 모두 대단한 일이고 지탄받아서는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건 다 잘됐을 때 할 수 있는 얘기들이다. 지금 엄청나게 잘나가는 분야를 전공했다가 내가 졸업할때쯤 그 분야가 사장산업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공부했는데 졸업할때가 되어서도 그 분야는 나만 좋아하는 분야일 수도 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돼서 내가 공부한 분야가 잘 안됐을 때는 내 삶이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 오늘 글은 뭔가 장황하게 설명은 해놓고 선택은 알아서 잘 해라 이런식인데 다음 글에서는 조금이나마 후회를 줄일 수 있는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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