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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리닝소년 Jul 26. 2020

대학원에 대하여

2-2-2. 대학원의 생활 - 실험

대학원생이 하는 가장 메이저 한 일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고 했다. 논문 읽기와 실험하기. 논문 읽기에 대해서는 앞에서 자세히 알아봤으니 이번에는 실험하는 일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모든 이공계생이라면 1학년 때 일반물리, 일반화학 거기에 일반생물학이나 몇개의 전공에서는 일반 지구과학에 대해서도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 따라 그 수업시간에 포함되어있기도 하고 아닌 경우 따로 일반XX실험 이라는 수업이 있을수도 있는데 어쨌든 그 수업들에서 기본적으로 실험이 무얼 하는지는 배웠을 것이다. 또 자연대나 몇개의 공과대학 재학생이라면 본인의 전공에 맞는 여러 심화 실험 수업들을 배웠을 것이다.


대학원에 가면 그 때 배우던 실험 수업들과 비슷한 것들을 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 때 했던 실험들은 대충 구색만 갖추면 됐었고, 잘 안되면 조교님이 도움을 주셨고, 사실상 결과가 정해져있고 내 실험의 내용은 그것과 비슷하게 나와야만 하는 실험이었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직접 하는 실험은 그렇지 않다. 일단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물론 이론적으로 생각했을 때 어느정도 예상하는 결과가 있고, 다른 여러 선행 연구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결과를 예측해볼 수 있지만 그런 결과가 나왔더라도, 또는 나오지 않았더라도 그 이유를 내가 직접 찾아내야한다. 그리고 학부생 때 하던 실험들보다는 스케일이 좀 더 커지고, 실험 단계가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정말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했던 실험은 단발적으로 한번만 하고 끝인 실험이었따. 하지만 대학원에서 하는 실험은 같은 실험을 여러번 반복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이 때 정말 어이없게도 나는 동일한 과정을 반복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정말 당황스럽다. 


내가 대학원 인터뷰를 볼 때 한 선배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한가지 실험에 6개월 가량 매진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때는 이 질문을 듣고서 '아니 대체 6개월이나 한 실험에 몰두했는데 어떻게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지?'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대학원에 가서 실험을 하는데 한 실험이 6개월 씩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2-3달만에 약간씩 다른 실험들을 진행하면서 데이터를 잘 얻고 정말 좋은 논문들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진짜로 몇달씩 고생하고도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또는 나왔더라도 큰 성과가 아닌 결과여서 어쩔 수 없이 그동안 했던 것들을 접고는 한다. 처음부터 결과가 별로여서 열심히 이것저것 고쳐봤지만 결국 결과가 별로인 경우도 있고, 처음에는 정말 결과가 좋아서 계속 그 실험을 진행하다가 오랜만에 다시 실험을 재현해보려고 했을 때 갑자기 결과가 안나와서 어쩔 수 없이 실험을 접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잠깐 얘기하기는 했는데 그 스케일이나 복잡성이 수업시간에 하던 것보다는 훨씬 심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실험도 있지만 대부분의 실험들은 그렇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이전에 안하던 실험을 내가 처음부터 해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연구실 by 연구실이긴 하지만 신생 랩의 경우 내가 필요한 장비를 직접 찾아서 구매하고 셋팅을 해야하고, 신생이 아닌 경우에도 내가 해야하는 실험이 이전에 선배들이 하지 않은 실험인 경우에는 이렇게 실험 장비를 셋팅만 하다가 몇년이 지나가버리기도 한다. 이게 고년차인 선배라면 이런 셋팅이 조금은 더 수월할 수 있지만 고년차만 새로운 실험을 해야하는건 아니다. 저년차인데도 갑자기 새로운 장비가 필요할 수도 있고, 만약 비슷한 주제인 사람들이 모두 함께 필요한 장비라서 같이 셋팅하는 경우라면 축복받은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실험실에 장비는 있는데 사용할 줄 아는 선배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 만약 내가 그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물론 그 장비를 직접 살 필요는 없어 편하게 사용하기만 하면 되지만 사용법을 처음부터 배워야한다. 업체에 가서 배워올수도 있고, 그 장비를 사용하는 다른 연구실에 가서 사용법을 배워올수도 있다. 또 앞에서 말한 대학원생의 일과 중 잡일 부분에서 내가 사용하지 않는 장비의 잡일을 맡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곤욕을 치룰 수도 있다.


실험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장비 얘기로 빠지고 내용이 끝나버려서 실험에 관해서는 한번 더 정리를 해서 글을 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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