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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리닝소년 Oct 12. 2020

대학원에 대하여

2-4. 취미생활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오늘 주제처럼 취미생활 때문에 오랜만에 글을 쓰는건 아니고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오늘은 대학원생의 취미생활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취미생활은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대학원생은 주로 어떤 취미생활을 한다' 이런 내용을 말하려는게 아니다. 사실 대학원생의 취미생활에 대해서 글을 쓴다고 하면 '대학원생이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이것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정말 안타깝긴 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있는 연구실만 보더라도 한 선배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선배가 1학년 때 연구실에 들어와서, 학부 때 했던 동아리에 종종 참석하곤 했는데 다른 선배들이 대학원생이 무슨 취미생활이냐고 하면서 연구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사실 그런 말을 한 선배들도 완전히 취미생활이 없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다만, 나에게 이 얘기를 해준 선배는 운동과 관련된 동아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위의 선배들이 보기에는 이런걸 시간이 매우 많이 뺐기는 취미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얘기한건지도 모르겠다.


 일단 대학원생은 취미를 즐기기에는 돈이 매우 부족하다. 이전에 대학원생의 돈에 관련된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정말 극소수의 랩을 제외하고는 대학원생이 받는 돈이 그렇게 크지 않다. 이걸 받고 사람이 살 수 있어? 싶을 정도의 돈을 받는 곳들이 넘쳐나고, 심지어 어느정도 받는 연구실이라고 하더라도 등록금을 내고 나면 이걸로 한달을 살 수 있어? 라는 얘기가 절로 나오게 되는 곳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취미는 다 돈이다. 이건 뭐 대학원생과만 연결되는 얘기는 아니지만 대학원생은 필수 생활비를 제하면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돈도 매우 적어진다. 또 다른 문제는 취직한 친구들은 돈이 많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어느 회사에 가는지는 다 다르지만 어쨌든 취직을 하면 대학원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금액을 받는다. 대학생일 때는 과외로 큰 돈을 벌거나 용돈을 정말 많이 받는 친구가 정말 극소수였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 물론 대학원에 진학한 친구들이 많다면 그 정도는 조금 적을 수 있으나 어쨌든 살다보면 취직한 친구들과 만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런 친구들을 만나서 '나는 대학원생이니까 너네끼리 놀고 나는 구경만 할게'라고 하는건 쪽팔리기도 하고 너무 청승떠는것 같기도 하다. 


 친구라면 취미가 비슷할 수도 있고, 친구의 취미가 내 취미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취미를 맞추려면 대학원생은 너무 출혈이 크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취미가 그리 많지 않다. 또 가끔가다는 돈이 많았어도 안했을 것 같은 취미들도 내가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 같아서 서러울때도 있다. 그래서 주로 돈이 안드는 취미를 많이 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어쨌든 대학원생도 학교에 소속되어있기 때문에 대학교의 동아리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아니면 대학원생이 항상 함께하는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취미들을 하는 사람들이 아실 대다수다. 그리고 대학원생이 할 수 있는 취미가 제한적인 데에는 돈 말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연구실에 따라 다르고,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내 주변에 있는 회사를 다니다가 대학원에 온 경우나 대학원에 다니다가 회사를 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요즘은 회사보다 대학원이 훨씬 더 바쁘고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게 뭐 진짜 대학원이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대학원보다 회사가 좀 더 힘들긴 한데 회사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회사에서 석사를 받기 위해서 연구실에 온 형들은 연구실에서 일하고 돈은 회사에서 받기 때문에 받는 돈이 줄지 않았음에도 연구실이 회사보다 힘들다고 하는걸 보면 대학원이 회사보다 더 힘든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즉 취미를 즐기기에 시간도 친구들보다 부족하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도 대학원생인데 정말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써서 취미생활을 꼬박꼬박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취직한 친구들에 비하면 그 수는 극소수다. 요즘은 특히 탄력근무제를 하는 회사들도 많고, 특히 대기업들은 나라의 눈치 때문에 주 근로시간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대학원에서는 그런건 일절 찾아볼 수 없다. 아직도 10 to 10인 연구실들이 넘쳐나고 일년에 휴가가 일주일 정도인 곳들도 많다. (그래서 앞선 글에서 쓴 것처럼 연구실이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서는 꼭 인턴을 해보도록 하자.) 그나마 학교 안에 시설이 있어 빠른 시간 내에 하고 돌아올 수 있는 취미나 취미생활을 하러 가기까지 그리 멀지 않은 취미라면 다행이지만 식도락이라던가 여행같이 돈 많이들고 시간 많이드는 취미는 대학원생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된다. 주변 친구들의 행복한 모습에 비해 내 삶이 너무 비참해져보여서 sns를 다 탈퇴해버리는 대학원생 친구들이 내 주변에 점점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오늘은 대학원생의 취미생활에 대해서 글을 써봤다. 쓰다보니까 뭔가 지난번에 대학원생의 돈과 관련된 글과 비슷한 내용들이었던 것 같긴 한데 취미는 곧 돈이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뭔가 매번 글을 쓸때면 대학원에 대한 안좋은 얘기만 쓰는 것 같고, 이걸 쓰면서 대학원에 오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쓸 수는 없고 거짓말로 쓰더라도 지금까지 쓴 글들은 대학원에 와서 한두달이면 느끼는 것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항상 말하지만 이런걸 보더라도 대학원에 와서 내가 얻을게 더 많다고 생각하면 오는거고 아니면 마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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