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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리닝소년 Dec 31. 2020

대학원에 대하여

2-5. 대학원 안에서의 인간관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그 규모가 어떤지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것들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비슷하다는 것은 A가 비슷하다 또는 B가 비슷하다 이런 것이 아니라 A-Z까지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또라이 보존의 법칙 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딜가나 이상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그 무리 안의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와 배경이 비슷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물론 있을 수 있다. 또한 정치적 색깔이나 종교가 같거나 비슷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학원도 역시나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고 이런 모든 것들이 해당된다.


 대학원은 물론 학부를 마친 사람들 중 공부에 조금 더 뜻이 있어서 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내가 속한 여러 무리들 중에서 대학원 사람들이 평균 학업 수준이 가장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대학원의 목적과 상관있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들은 내 주변에 있는 어떤 무리들과도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그래서 내가 속한 무리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들이 대학원 안에서도 일어난다. 대표적으로는 대학원, 심한 경우 같은 연구실 안에서 연애를 하다가 헤어져서 정말 어색하게 누군가 한명이 졸업하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이 안에서 싸우고 둘 중 한명이 졸업할 때까지 서로 얼굴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대학원이라고 뭔가 대단히 고상한 사람들만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면 된다. 이전보다는 그 수가 많이 줄었지만, 수많은 대학생들이 여러 이유로 취직보다는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다. 그리고 내가 대학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친구들이 주변에 한두명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 친구들을 보면 된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너무 괴짜같아서 친해지기 싫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너무 잘난척이 심하다거나, 너무 아는체 한다던가, 또는 사회성이 결여되고 공부에만 몰두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 중에는 회사에 취직하면 잘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아서 대학원에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오늘 이 이야기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원은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작고 폐쇄적인 곳이라는 점을 알아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원생은 사실 학생보다는 직업에 가깝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회사를 예를 들어보자. 회사에는 먼저 수많은 동기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물론 나와 정말 잘 맞는 사람도 있을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테지만 회사에 가면 연수 때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나와 시작을 함께하는 동기들이 생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물론 비율에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정말 좋은 많은 친구들이 생긴다. 대학원에는 나와 마음이 맞는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랩 by 랩이지만 대학원에는 한 학번에 입학생이 한명인 곳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대학원은 그 학기에 입학한 신입생들끼리 친해지는 자리를 마련해주지도 않는다. (수많은 학과를 돌아다니면서 이런 학과를 한번 본적은 있다.) 그리고 내가 타교 출신이라면 이 학교에 아는 내 동기가 한명 있을까 말까한 일도 있다. 그리고 그 구성원에도 대학원생은 사실상 나와 거의 동년배들이다. 동년배이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 회사랑은 달리 내 개인 사생활과 연구실 생활이 독립되기 더 어려우며 (자교생이라면 더 심하고) 무언가 사건이 생겼을 때 조언을 하거나 중재를 해줄 어른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에 가면 내가 신입사원일 때 거의 마주치거나 직접적으로 커넥션이 없을 부장님, 이사님 급의 상사인 교수님을 매주 마주쳐야 한다는 점이다. 교수님은 따로 글을 하나 써도 모자랄만큼 내 대학원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시는 분이다. 즉 생사여탈권을 쥐고있는 사람이기때문에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교수님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다. 교수님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되게 부담스러운 일인데, 그런 시간을 매주 적게는 한번, 많게는 두세번까지도 가져야한다.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글에서는 대학원에 오기 전에 잘 생각해봐야 할 대학원 안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얘기를 해봤다. 글이 길긴 했는데 짧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대학원에 오는 사람에 대해서 환상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어떤 사람들이 대학원에 갈지가 궁금하다면 내 주변에 대학원에 간 사람들을 보자. 마지막으로 대학원에는 취직해서 적응 못할까봐 오는 사람들도 있다.' 정도다. 이 말들을 명심하고, 아무생각 없이 대학원에 진학했다가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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