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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Aug 15. 2024

고요하게 사물의 온기를 전하는 리빙 스토어

Place 1-3

상업 브랜드의 각축장이 된 서울의 가로수길에 자리 잡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place1-3. 이곳은 새로운 자극과 화려함으로 늘 사람이 붐비는 거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감도를 전한다. 마치 누군가의 섬세한 손길이 담긴 편안한 집에 방문한 듯한 인상을 주는 공간이다. place1-3 나웅주 대표, 이난경 디렉터를 만나 일상의 가치를 공간, 물건, 그리고 사람을 통해 이야기하는 브랜드 스토리를 들어 보았다.

place1-3의 4층 | ©place1-3


Interview with 나웅주 대표, 이난경 디렉터

place1-3 운영


place1-3은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 공간인가요?

나웅주 place1-3은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과 물건을 통해 일상에 대한 브랜드의 생각을 전달하고자 하는 편집숍입니다. 일상 속 물건을 기능과 겉모습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그에 담긴 만든 이의 생각과 배경을 전달하고 이에 공감하는 과정이 이곳에서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물건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그 물건은 단순한 소모품 이상의 가치를 갖고 우리의 하루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place1-3의 4층 | ©place1-3

지난 2019년 2월, place1-3이 문을 열었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서울, 그 안에서도 가로수길에 스토어를 선보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나웅주 가로수길은 서울 안에서도 새로운 자극과 화려함으로 손꼽히는 지역이에요. 지역의 결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소비가 극대화된 지역에서 오히려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의 가치를 공간, 물건, 그리고 사람을 통해 이야기해보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place1-3의 4층 | ©place1-3

공간을 통해 일상의 가치를 전달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나웅주 우리가 방문하는 대다수 매장은 구매를 강요하는 동선과 서비스를 제공하죠. 그러다 보니 매장은 즐거운 소비보다는 되려 피로감까지 느끼는 공간으로 변해있는 경우가 많고요. 누구보다 빠르게 발품을 팔아 새로운 곳을 찾아내고, 새로운 브랜드를 공부하며, 경험해보아야 한다는 또 다른 사회적 스트레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place1-3은 그런 종류의 판매 공간으로 자리 잡는 것은 지양하고자 합니다.

place1-3의 4층 | ©place1-3

개인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쇼룸답지 않은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편안한 가정집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웅주 place1-3은 한때 가정집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건축주가 오랫동안 영국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한국의 집에서도 그곳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곳곳에 다양한 시도를 한 흔적이 남아있어요. 온종일 햇빛이 들이치는 창에는 보편적인 가정집의 이중창이 아닌 푸른색 격자무늬 나무 창틀이 끼워져있고, 그 창틀에는 영국에서 직접 고른 동그란 금속 잠금쇠가 걸려 있습니다. 5층부터 6층은 건물의 지붕 부분에 해당해요. 정감 있는 나무 계단을 통해 5층으로 올라가면, 두 개의 방으로 이어지는 복도의 한쪽 벽면이 점점 뾰족해지는 지붕 형태에 맞게 살짝 기울어져 있고요. 조금은 무서울 수 있는 원형 계단을 따라 6층으로 올라가면 지붕의 형태를 그대로 따서 천장으로 만든 꼭대기 다락방과 마주하게 됩니다. 공간 구석구석에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은 문들이 있는데, 그 안의 숨은 공간들은 창고로 활용하고 있어요.

place1-3의 5층 | ©place1-3
place1-3의 6층 | ©place1-3

이렇듯 place1-3은 철저하게 ‘집’으로 역할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보편적이고 눈에 익은 구조로 되어 있지도 않으며 특정한 가족에게 가장 편안하고 알맞은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고심 끝에 만들어졌죠. 이곳은 극단적으로 상업화가 이루어진 거리에서 누군가가 마음을 다해 만든 집이었고, 그 둘 사이에서 일상과 소비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한 것이 place1-3입니다. 그리고 이 흐트러짐 없는 목적은 place1-3이라는 장소를 구상하고 이야기를 쌓아나가는 데에 있어 하나의 든든한 기둥처럼 자리해 줍니다. 처음부터 우리의 생각과 메시지를 든든히 받쳐 주는 공간이었기에 큰 변형 없이 상점으로 기능만 할 수 있도록 손을 본 것이 전부지요. 지금 place1-3의 바닥과 계단, 벽면의 구조, 그리고 창틀 등은 기존에 있던 것과 같아요. 

place1-3의 6층 | ©place1-3

place1-3을 준비한 1년여의 기간 동안, 많은 사람이 이곳에 들러 어울려 놀기도 하고 일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로지 한 가족만을 위해 독특하게 만들어진 공간임에도, 이곳을 방문하신 분들은 여기가 한때 ‘집’으로 사용되었던 곳임을 알아보고 편안함을 느끼곤 했죠. 또한, 가로수길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의 특별함을 느꼈습니다. 여러 피드백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공간의 특색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에 확신을 얻었고, 지금까지도 공간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이 두 가지 특징은 꼭 느끼실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문하시는 모든 분께 웰컴티와 함께 가구와 도서 사용의 자유로움을 안내해 드리죠.

place1-3의 4층 | ©place1-3

공간에 자연스럽게 놓인 물건들에는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나요?

나웅주 place1-3을 처음 구상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고민했던 것 중 하나는 ‘내가 사용하는 좋은 물건’이란 무엇인가였어요. 누구나 본인이 직접 고심하여 고른 물건은 애착을 갖고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겉모습이나 낮은 가격에 물건을 즉흥적으로 구매한 후 후회하거나 물건을 샀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해요. 물건에 대한 애착은 물건이 가진 이야기에 공감함으로써 처음 생겨나고, 물건을 사용하며 얻는 좋은 경험으로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place1-3에서는 언제, 어디에서, 어떠한 이유로 이 물건을 샀는지 머릿속의 경로가 확실하고, 실제로 사용해보니 좋았던 물건들을 가장 우선으로 다루고 싶었습니다. 이런 기억과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물건은 우리의 하루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place1-3은 이 기준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 영국, 프랑스, 일본에서 브랜드를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는데요. 국내 브랜드는 Soco21,Yoon, 도잠, 맥파이앤타이거, 물건연구소, 바치, 에뜨끌레이, 워크샵파머스, 도예가 이은범님의 제품을 다루며, 해외 브랜드는 영국의 펠드스파, 프랑스의 이본 랑베르 북샵, 일본의 카키모리, 허밍웍스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place1-3 웹사이트의 brand articles 부분(https://place1-3.com/32)을 통해 지속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place1-3에서 소개하는 도예가 이은범의 작업 | ©place1-3

그중에 특히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이난경 우리나라의 도예가 이은범, 영국의 펠드스파, 프랑스의 이본 랑베르 북샵, 일본의 카키모리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은범님은 꽃잎과 같은 자연물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합니다. 실생활에서 매일 사용할 수 있는 고려청자를 만드는 분이에요. 만들 때 손이 많이 가더라도,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물건을 사람들에게 내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place1-3에서 소개하는 펠드스파의 작업 | ©place1-3

영국의 펠드스파 스튜디오는 런던에서 4시간 정도 떨어진 데본Devon 농장에서 운영되고 있어요. 이 브랜드는 Cath Brown과 Jeremy Brown 부부가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Cath는 건축가로써 훈련을 받은 뒤 건축사와 미술사 학위를 갖고 있었고, Jeremy는 UN(United Nations)에서 패션 사업계의 윤리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일하고 있었습니다. 부부는 첫아이가 생기자 복잡한 런던을 떠나 지금의 펠드스파가 있는 시골 농가로의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오랜 시간 사용되지 않아 먼지가 켜켜이 쌓인 농가로 이사한 첫날, 장을 볼 수 있는 도심은 차를 타고 한참을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부부는 ‘앞으로 우리가 사용할 물건들은 우리가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그렇게 두 부부가 처음 만들었던 것이 ‘코발트 커피 컵’입니다. 부부는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일상의 좋은 물건을 만들고 있습니다.

place1-3에서 소개하는 이본 랑베르 북샵의 포스터 | ©place1-3

프랑스 이본 랑베르 북샵은 1960년대 후반에 파리에 첫 번째 갤러리로 개장한 이래로, 동시대의 혁신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시간이 흘러 2014년 파리의 아트 갤러리를 폐쇄하고, 서점과 출판에 전념하기로 한 이후 다양한 전시와 더불어 예술 서적, 전시 카탈로그, 희귀 인쇄물 및 도서, 복합물, 포스터 등의 다양한 물건을 선보이고 있어요.

place1-3에서 소개하는 카키모리 문구 | ©place1-3

일본의 카키모리는 사람들에게 쓰는 즐거움을 전달하는 문구 브랜드인데요. 3대에 걸쳐 문구 사업을 이어오던 집 안의 아들인 히로세 대표는 가업을 잇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근무하던 필립스PHILIPS를 나와 아버지의 사업에 합류했습니다. 히로세 대표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가는 시대에 문구나 사무 용품에는 어떤 가치가 남아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쓰는 행위’가 그 답이었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에게 ‘쓰는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하는 카키모리는 생각하는 행위, 전달하는 행위, 아이디어를 짜는 행위 이 모든 것들은 ‘쓰는 행위’로 인해 더욱더 깊이 있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공간, 물건, 그리고 사람을 통해 일상의 가치를 전한다고 하셨어요. 사람을 통해 일상의 가치를 전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고 있나요?

이난경 평상시에는 매장의 디스플레이, 그리고 스태프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물건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그보다 더 풍부하게 만든 이의 생각과 물건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place1-3의 공간을 활용해서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브랜드, 제작자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일상의 태도를 공유하는 장을 만들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2019년 7월 물건연구소의 전시회를 시작으로 11월의 맥파이앤타이거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을 완료하고, 지금 세분의 작가님들과 함께 <수선하는 삶>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건연구소와 함께한 전시 <blank, non-eloquent 2019>  | ©place1-3

물건연구소와 함께한 전시의 이름은 <blank, non-eloquent 2019>로, 온양민속박물관 40주년 특별기획전시에서 진행되었던 <Noneloquent> 전시를 새로운 소재의 활용으로 확장한 작품들과 새로운 ‘blank edition’ 작품들까지 공간 안에 선보이기 위함이었습니다. ‘물건의 쓰임새는 만드는 사람이 아닌 사용하는 사람이 부여하는 것’이라는 역발상 아래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place1-3 공간 곳곳에 놓였죠. place1-3의 공간에 새로운 역할을 추가하는 시작점이었습니다. 또한, 익숙했던 공간이 외부의 시선으로 어떻게 해석되고 새롭게 변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차 브랜드 ‘맥파이앤타이거’와의 콜라보레이션 | ©place1-3

두 번째 콜라보레이션은 차 브랜드 ‘맥파이앤타이거’와 함께했어요. 맥파이앤타이거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차를 쉽게 시도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아시아의 차를 기획하고 판매하는 브랜드입니다. 가로수길이라는 복잡한 거리에서 편안함을 전해줄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취지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바쁜 시간 짬을 내어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웰컴티 한 잔을 내어드리는데요. 그러다 보니 place1-3도 차에 대해 더 잘 알아갈 기회, 그리고 방문해 주시는 손님들도 차를 좀 더 폭넓은 형태로 공간 안에서 즐기실 기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세 번째 콜라보레이션 <수선하는 삶> | ©place1-3

세 번째 콜라보레이션은 현재진행 중인 ‘수선하는 삶’입니다. 저희는 최대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고, 이야기가 가득한 물건들을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생각에 공감하여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물건을 새로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진정으로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물건 그리고 풍부한 이야기를 가진 물건은 긴 시간 망가진 부분을 고쳐가며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상품과 자극이 넘치는 도심 속 차분한 공간에서 ‘수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 전시를 관람하시는 분들도 ‘나중에 망가진 물건이 생기면 한 번 수리해서 사용해 볼까?’라는 생각을 가볍게라도 가지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5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총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도자기 수리 공예가 수 미(秀 美) 선생님, 두 번째는 새활용 공예가 리보틀메이커의 박선민 작가님, 마지막 세 번째는 책 수선가 재영님의 전시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지난 4월 22일, 깨진 도자기를 수리하여 사용하는 도자기 수리 전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5월 13일에 뒤이어 릴레이로 시작되는 전시에서는 리보틀메이커 박선민 작가님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리보틀메이커는 한 번의 쓰임을 다한 유리병에 새로운 의미와 용도를 입혀 일상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브랜드인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주어진 역할에서 벗어나 깨진 유리병을 새로운 관점으로 끊임없이 바라보았던 과정을 공유합니다. 공예품이 그저 어딘가에 두고 바라만 보는 예쁜 물건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사용될 수 있는 물건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리보틀메이커의 작업을 끊임없이 변화시켰고, 그 변화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고민도 함께 전달할 예정입니다.  

*예정된 전시 일정을 앞두고, 최근 서울과 근교 지역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의 상황을 반영하여 [수선하는 삶 - part 03. 책수선] 전시가 부득이하게 취소되었습니다.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결정된 사항이오니 이 점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place1-3의 4층 | ©place1-3

place1-3이라는 브랜드 안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네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이난경 자극이 넘치는 도심 속의 place1-3은 혼자 또는 함께 물건을 사용해보고, 글을 읽거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공간입니다. 우리는 이곳이 타인의 생각에 공감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장소로, 더 넓은 범위의 소통이 가능하길 바랍니다. place1-3은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공간 대관에 대한 제안을 환영합니다. 


<place1-3>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10길 21, 3F-6F

운영시간 | 화-토: 12-9pm/일: 12-6pm/월: 휴무

홈페이지 | place1-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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